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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가장 행복한 사회

코로나 당시 기본소득을 주장했던 재명선생이 대통이 되었다. 격하게 반기는 바이다.


당시 내가 기본소득을 동의하는 배경에는 기술의 발전이라는 측면이 있다. 향후 미래에는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달로 주거, 운송, 식품, 보건, 오락, 교육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제로에 가깝게 하락한다. 급기야는 기술적 사회주의(기술이 생활을 책임지는 사회)가 도래하는 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배분의 문제를 뒤로하고, 기술유토피아적인 사고가 극단에 달하면 생활비는 0이 된다.


생활비가 무료가 되면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우리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소득을 얻기 위해 일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레이 커즈와일 같은 전문가들은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를 옹호한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을 적게 하게 될까? 그렇다면 미래의 일은 생계유지의 성격을 띠기보다 더 많은 창조와 지식 추구, 인간관계 등 지금보다 삶이 더 행복해지는 보다 고차원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 박영숙, 일자리 혁명 2030 –


이쯤에서 심리학 전공자로서 번뜩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미국의 심리학자 B.F. 스키너이다. 본인이 심리학도의 밝은 꿈을 꾸고 있을 때 심리학의 대세가 바로 B.F.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이었다.


행동주의 심리학을 간단하게 설명해보자.


개는 사료가 나오면 침을 흘린다. 사료가 나오는 시간에 계속해서 종을 울렸다.


수차례 반복한다. 이제는 사료를 주지 않아도 종소리와 함께 개는 침을 흘린다.


이를 “반응(Respondent Behavior)”이라고 한다. 음식이 아닌 종소리에도 침을 흘리는 조건화(Conditioning)가 된 것이다.


인간 역시 음식이 나오면 침을 흘린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에 계속해서 돈을 준다. 수차례 반복한다.


개처럼 돈을 주면 침을 흘릴까? 개와 인간은 좀 다르다. 돈을 주면 침을 흘리진 않더라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을 상상하며 음식보다 돈을 더 원하게 된다.


이를 조작 행동(Operant Behavior)이라 한다. 조작 행동은 어떤 유기체가 능동적으로 환경에 작용을 가하는 행동을 말한다.


스키너는 보상과 반응 사이의 (조작적) 조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스키너는 ‘좋은 결과물’을 제시함으로써 행위자가 그 결과물을 얻는 행동을 하도록 ‘강화(Reinforcement)’시켜 인간의 행동을 유도/교정할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가 아이에게 어떤 좋은 행동을 기대한다면 그 아이가 좋아하는 상을 보상으로 주어 아이의 행동이 나타나는 비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개처럼 반응행동이 고착될 수 없으니, 사람의 특성에 맞게 강화 스케줄이 필요하다.


그의 이러한 신념에 이러한 행동주의에 의거한 유토피아를 소설로 그려냈다. 바로 스키너가 지었던 소설에 나오는 ‘웰던 투(1948)’의 소규모 공동체 실험이다.


이 공동체는 기본적으로 누구나가 일을 해야 한다. 그 사회에서는 불로소득이라는 것이 없다.


누구나가 평등하게 하루 4시간의 일을 하고, 1시간당 1점의 노동 점수를 받는다. 노동 점수는 0.2점에서 2.5점까지 난도가 높은 일도 있고, 낮은 일도 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자 한다면 난도가 높은 일을 하면 된다. 일정 노동 점수를 채우고 나서 그러고 나서 그들은 충분한 여가를 즐긴다. 비 효율적인 일들은 제거하고 모두 효율화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노동의 보상시스템에 의해 공동체에서는 원하는 생산은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생산이 1이라고 하면 이 생산을 통해 2~3의 서비스가 창출된다.


총무일을 통해 모임이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일은 그다지 많은 일이 필요하지 않는다. 그 일을 누가 자발적으로 아무 보상 없이 지속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보상을 공동체 안에서 통용되는 화폐 형식으로 공동체가 발행할 수 있을 것이다.


화폐가 다른 지역의 자원을 이동시키는 수단이 아니라면 공동체에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공동체 내에서 교환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상은 실제로 진행 중이다. 기사를 검색하면 몇 년 전부터 지역화폐를 블록체인과 연계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예전, 서울의 지역구인 노원의 NOWIN, 서울시의 서울코인 등으로 지방 자차단체에서 시도했다.


유엔미래보고서 시리즈로 잘 알려진 박영숙 씨는 미래에서는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고 한다.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구글의 레이 커즈와일도 미래에는 앞으로 새로운 인류가 탄생할 거라 한다. 로봇과 AI가 공동체가 필요한 생산을 대신한다면, 그리고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노동에 참여한다면 불필요한 노동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스키너가 공학자로 현대에 살았다면 그는 아마 로봇과 AI를 기본 DNA 자체를 인간을 대신하여 필수적인 노동을 하는 존재로 종(種)을 설계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하기 싫어하는 일만 하는 존재가 된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가축을 기르게 된 것도, 같은 인간을 노예로 부린 역사를 가진 것도 이러한 가정이 황당한 상상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먼 훗날 인간과 로봇이 일자리를 놓고 다투려 했다는 이야기는 전설이 될는지 모른다.


스키너가 정의하는 “가장 행복한 사회”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사회다.


이를 위해 첫 번째는 공동체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수요를 최소화한다.


두 번째는 공동체 운영의 필수요소의 작업을 효율화한다.


세 번째는 불합리하게 남아도는 노동을 꼭 필요한 수요의 생산에 투여한다. 이를 통해 스키너는 개인의 노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는 스키너의 소설 ‘웰던투’에 감동받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런 공동체 생활을 시도했다. 워싱턴에서 남쪽으로 약 2시간 거리, 버지니아의 리치먼드와 샬롯스빌 사이에 트윈 오크스(Twin Oaks Community) 공동체이다. 이들은 현재도 이러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 실험이 성공적이었을까? 트윈 오크스의 생활을 묘사한 글을 보면 다음과 같다.


“낮에는 열심히 농사짓고 해먹(hammock, 달아매는 그물침대)을 짜고, 두부도 만든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는 언제나 마을 사람들과 노래와 놀이 춤추기와 토론회, 그리고 다양한 축제를 벌인다. 조용히 연못가를 거닐기도 하고 조그만 강을 따라 카누 타기를 즐긴다.


저녁 무렵에는 산들바람 부는 언덕 위 나무에 매여있는 해먹에 누워 반짝이는 별들을 쳐다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산속 깊숙이 초막을 만들어 조용히 밤의 고요함과 야성을 느끼기도 한다. 백여 명이 함께 밥을 먹고, 탁구를 치기도 하고 게임도 하며 영화를 보기도 한다.”

_유정길, 2007


일반적인 도시인에게는 와 닿지 않는 풍경이다. 하지만 조금만 뒤돌아 보면 이러한 공동체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도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려지는 풍경이다.


도시로 모든 자원을 모으는 도구로서 화페가 부동산에 모이고, 그것이 다시 서울로 그리고 강남으로 집중되는 현재, 물꼬를 부동산에서 다른곳에 터주는 시도만으로도 재명선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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