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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바다를 건널 수 있었던것

바다 너머의 자유를 상상하지 못하면 당신은 무엇도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이 234호에서 미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2년이면 730일이야, ‘사람 잡는 섬’ 이라는 이 격리소의 별명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는 건 너 하기 나름이야, 빠삐용. 하나, 둘, 셋, 넷, 다섯, 돌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시 돌고,”

그는 무거운 침묵만이 감도는 격리된 수용소에 갇힌 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무덤 속 같은 이 침묵 속에서 미치지 않으려고 어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계획을 했다.

“1년은 365일, 2년은 730일이다. 윤년만 끼지 않는다면…… 730일이나 731일이나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아니 분명 차이는 있다. 하루가 더 있다는 건 스물 네 시간이 더 있다는 얘기니까.

그리고 스물 네 시간이면 긴 시간이다. 고로 스물 네 시간씩 31일은 30일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다.그럼 시간으로 따져보면…… 100일이면 2,400시간이다. …………………………………. 빠삐용 선생, 당신은 밋밋한 벽이 둘러쳐진 이 특수 제작된 우리에서 짐승처럼 1만7520시간을 죽여야 하는 거야….”

– 빠삐용, 앙리 샤리에르 –


직장이라는 일상이 멈추면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하루 종일 누군가의 시간을 따르다가 하루 온종일을 자기의 의지로 24시간을 채워야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걸


일단 하루를 시작하는 알람 소리의 변경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아침을 시작하는 의례와 같은 출근준비를 위해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깨닫고 다시 잠을 청하게 될 것인가? 매일 아침 집에서 직장을 오가는 힘들었던 출근시간의 버스와 지하철로의 이동이 없다고 그는 푹 잘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것이다. 아마 오늘 알람을 변경하지 못했을 것이다. 퇴직하고 첫날은 분주하게 스케줄을 짜 놓았을 수도 있다. 제일 먼저 출근을 위해 구조화되었던 일을 온전히 나만의 일로 채워야 한다. 아침에 힘든 출근시간을 보내고 상으로 주어지는 따뜻한 모닝커피와 직원과의 밤사이의 안녕인사는 어제로 끝났다.


지금은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어버리고 도로 위에 멈춰 서 있는 상황이다. 믿을 만한 내비게이션(Navigation)이 없는 이상 자신이 스스로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탈출에 성공한 빠삐용이 작은 코코넛 포대에 의지해 낭떠러지 아래 파도에 몸을 던졌던 것은 격리소(隔離所) 너머 바다의 자유를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다 너머의 자유를 상상하지 못하면 당신은 무엇도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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