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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예 Oct 17. 2023

내 마음에 청소




[ 내 마음에 청소 ]




개구쟁이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 
행복, 사랑, 축복이가

학교와 유치원을 등원을 하는 아침..


아침 7시부터 세아이를 깨우고, 분주하게 엄마라는 나의 또 다른 역할의 직업에

이리저리 바쁜 몸을 움직인다. 주방에서는 세아이에게 아침 밥을 챙겨먹이려고,

간단하게 먹이려고, 토스트를 굽거나, 계란을 구워주거나,

어떤 날은 팬케이크를 만들어주거나, 붕어빵을 만들어주는 그런 매일이 일상이였다.


아침을 먹이고, 딸 둘의 긴 머리카락을 빗어주고, 머리카락을 예쁘게 단정하게 묶어주고,

등원 준비를 다 하고나서, 어린 남매 쌍둥이들은 엄마인 내 손을 꼬옥 잡거나,

서로 누가 빨리 가겠다고 앞서거니 걸음을 재촉하면서,

아이들은 빠르게 걷기 대회를 소소하게 하면서, 즐겁게 학교와 유치원을 간다.


그렇게 집에 온 나는 엉망이 된 집을 보면서, 놀랍기도 하다. 

매일 매일 아침마다 세아이 보내고 나면,

1시간 정도 집을 깨끗하게 정리하자 싶어서 청소를 시작!

하지만, 세 아이가 학교, 유치원 오후 4시에 남매 쌍둥이들이 유치원 하원을 하면,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엄마의 손을 서로 잡으려고 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아준채, 나는 세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놀이터 탐방을 다니면서, 놀아주다보면, 어느새 저녁 밥 먹을 시간이 훌쩍 다가와서,

분주하게 세아이와 엄마의 짧은 데이트 시간을 끝내고, 집으로 데리고오면, 또 다른 집안일을 시작한다.


비도 오고 무더운 장마철 여름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주륵주륵 뻘뻘흘러내리고,

추운 겨울에 조끼 잠바를 입고 이리저리 집안을 분주하게 움직이면,

어느새 더워서 입고 있던 조끼 잠바를 벗어던지고, 

양팔에 걸쳐진 긴 옷을 곱게 접어 올려서 남은 집안일을 했다.


청소하면 더 땀이 나지만, 세아이와 함께하는 산책하는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고 값진 것 같지만,

나만의 시간이 없다는 우울이라는 늪이 가끔 다가올 때가 있었다.








생각을 되돌아보면, 

결혼 하기 전에는 충분히 나만의 시간을 정말 자주 만들었고,

평일에 분주하게 정신없이 일을 하고 나면, 주말에는 나 혼자서 당일치기 가까운 곳으로

터미널에 표를 끊고, 여행을 갔다오기 일쑤였다.

그때의 나는 엄마의 첫째딸이였고, 딸의 역할만 충실하면 되었고,

집안 일은 엄마와 동생들과 함께 해주면 되었다.

어릴 적 집안 청소, 빨래등등은 기억을 해보면, 거의 엄마가 해주셨다.

대학생일때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였고,

유치원, 어린이집, 미술학원 선생님으로 일할때는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아이들에게 집중하면서, 아이들에게 오늘은 또 어떤 재미있는 수업을 가르쳐줄까

그런 고민을 하던 선생님의 역할에 충실했다.


시간이 흘러서..

결혼을 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세아이의 엄마라는 또 다른 나의 역할이 늘어나버렸다. 여기서 역할이 끝..

아니.. 아니였다.. 다른 역할도 생겨나버렸다. 결혼을 하고나서는 많은 역할이 생겨났다.

남편의 부모님에게 나는 며느리라는 역할이 생겨나버렸다.

아이들이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을 가고나서는 학부모가 되어서

더욱 책임감이 강하게 느껴지고, 말과 행동을 좀 더 신경쓰고, 조심하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이 삶의 또 다른 길 위에서의 여행중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내가 직접 선택한 결혼이라는 삶의 여행이 힘들 때도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그냥 사랑하는 한 남자와의 결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였음을 그 전에는 잘 몰랐다.

책임감이 정말 아주 크나큰 커다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술을 마시고, 술 주정을 하고, 늘 우리를 때리고, 욕을 하고,

칼을 들고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고, 폭력을 저지르고, 바람을 피고, 도박을 일삼던 부모가 있었다.

그 사람은 우리에게 [아빠]라는 역할이 있었지만, 그 사람은 최선을 다하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삶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결혼을 하게 되면, 나는 절대로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을꺼야.."

"나는 결혼하면, 절대로 내 아이들을 마음 아프게 슬프게 하지 않을꺼야.."라고 다짐했다..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진심으로 나라는 여자를 바라봐주고,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믿음을 주고, 일편단심 바라기.. 아이들도 사랑해주는 아빠가 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 

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고, 나를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서로의 다름과 서로의 살아온 삶의 시간, 환경들로 인해서,

결혼생활 10년동안 조금씩 우리 부부가 서로 닮아가면서, 다름은 조금씩은 인정해주고,

이해해주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다름으로 인한 싸움은 줄어들었지만,

세아이의 부모가 되고나니, 부모라는 것도 처음이라 아직도 많이 서툴고, 실수투성인 엄마이지만,

우울이라는 늪이 나를 둘러싸기 시작하고, 조금씩 나에게 스물스물 다가올때면,

나에게 부모라는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그 사람이 우리에게 저지른 일들이

생각일 날때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서 집안일조차 모든 것이 하기 싫을 때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 안에 어린 나자신을 어루고 달래고, "괜찮아.. 괜찮아.."라고

안아주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은 아닐까? 











어느 날..

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엄마 진짜 우리 어떻게 키웠어??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든데.. 그것도 셋이나 키우고,
우리 엄마..진짜 참.. 고생많았다..
엄마 우리 낳아주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는 진짜 잘 이해도 안하고, 몰랐는데..
지금은 엄마가 이런 마음이였겠구나...
우리 엄마 힘들었겠다..라는 생각
엄마 생각이 나면서, 엄마가 젊었던 그때 우리를 키우던 그 시절..
지금의 나는 엄마의 나이가 되고나니..
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더라..
.
엄마.. 진짜 고맙고, 너무나 많이 사랑해..
우리 남매들.. 포기하지않고,
끝까지 손잡아주고, 옆에 있어줘서 너무 고마워...






내 얘기를 듣던 엄마가

나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으셨나보다.

엄마의 두 눈에서 눈망울이 촉촉해지고,

그렁그렁 조그마한 눈물방울들이 맺혀서 나를 바라보셨다.

그리고, 약간의 떨리는 입술을 볼 수가 있었다.

입을 떼면서, 엄마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하셨다.







으이구~! 그걸 이제 안거야?? 딸~? 
그러니깐 엄마 살아있을 때, 너희 옆에 있을 때 잘해!!
.
엄마는 네맘 다~ 알아.. 당연히 엄마도 경험해왔고,
우리 큰딸처럼 엄마도 아이셋을 키워본 부모가 되었고, 힘들었지..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얼마나 책임감이 강해지고,
아이를 바르게 키운다는 것 자체가 어른이 되기까지 보살핀다는게 많이 힘들지..
.
 그런데 딸.. 엄마는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해..
우리 딸.. 잘하고 있어... 충분히 잘하고 있어.. 대단해..
내딸이지만, 아이셋 키우면서, 틈틈히 자기계발한다고, 공부도 하고,
엄마는 네 나이때 너희들 키우기 바쁜다고, 그럴 생각도 못했어..
어찌보면, 제대로 된 좋은 부모가 되어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해..
오히려, 네가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건
못난 부모를 만나서 그런가싶어서 마음이 한편으론 안좋구나..
하지만, 생각해보면, 넌 어릴때부터 손재주도 좋았고, 자주 학교에서
그림 상, 독후감 상도 받아오고, 열심히 포기하지 않던 너였어..
.
우리 딸! 세상에서 하나뿐인 우리 큰딸!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표현을 늘 너희에게 못했지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딸!
 



그때 그시간, 엄마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서로의 눈가가 촉촉한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말로 표현을 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시간이였다.

내 마음에 응어리지고, 쌓였던 아픈 과거의 상처를 이제는 마주보고,

아파하고, 힘들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안아주어야 할 때였나보다.

집안 청소 정리를 하는 시간만큼,

내 마음에도 응어리지고, 아팠던 슬픔과 괴로움, 좌절, 힘듦을 인정하고,

그 마음들을 정리하고, 청소해줄 시간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 작가 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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