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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기억 Mar 04. 2018

그때는 무심코 흘려보냈지만

보스턴, 뉴잉글랜드, 미국에서의 일 년

    내가 미국에 갔던 것은 2010년이니 벌써 만 7년이 넘는 일이다. 아직도 기억이 제법 생생해서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있다. 그때는 막 아이폰이 나왔을 때였고, 그래서 너무 비싸서 나는 아이폰이 아닌 폴더형 폰을 사서 폴더폰과 아이팟 터치를 썼던 기억이 난다. 요즘엔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이 없었던 때라는 것을 생각하면 생생한 기억에서 제법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하기 위해 인터넷 전화를 챙겨가고 스카이프로 화상 전화를 했었는데 지금이라면 카카오톡으로 간단하게 해결될 일들이다.

    그 후로 7번의 여름과 가을, 겨울, 곧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시간이 제법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그 일 년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그리운 것은 매일매일 맞닥뜨리는 새로운 날들이 강렬하고 즐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눈을 감고 떠올려 보면 오래된 사진첩을 한 장, 한 장 넘기듯 이 일 년 간의 보스턴 생활의 한 장면, 한 장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고 사라지고 다시 떠오른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조각구름이 뭉게뭉게 떠다니는 보스턴 커먼과 보스턴 퍼블릭 가든. 학교에서 가까워서 자주 가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과 보스턴 미술관. 어마어마한 규모,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종이와 천을 이어 붙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보스턴 퍼블릭 라이브러리, 트리니티 교회와 핸콕 타워가 보이는 코플리 스퀘어. 아이쇼핑만으로 즐겁던 뉴베리 스트리트. 바람 부는 오후면 조깅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던 커먼웰스 에브뉴와 비컨 스트리트. 집이 가까워서 자주 운동하러 갔던 레저부어 저수지에서 봤던 슈퍼문과 환상적인 일몰. 캠퍼스의 잔디부터 도시 곳곳의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나다 거위들, 멋스러운 가을 단풍과, 폭설로 고립되었던 겨울, 봄에는 예상치 못하게 마주칠 수 있었던 벚꽃까지 보스턴에서의 하루하루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이면서도, 매일 새롭고 달랐기에 계절이 흘러감을 아쉬워해야 했다.

    보스턴에서 지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 거 같지만, 되새기는 순간마다 조금씩 희미져가고 있다. 오랜만에 꺼내본 사진 속 보스턴은 어느새 조금은 낯설다. 지금의 보스턴은 그때의 보스턴과도 또 많이 달라졌을 테고, 시간이 꽤 지나긴 했지만 더 늦기 전에 내가 잊지 못할 보스턴을 글로 남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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