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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Nov 10. 2020

교육 현장과 요즘 아이들 사이의 괴리감(1)

유튜브 월드 vs 책 월드

#. 연결의 시대단절된 교육


4차 산업 시대의 본격 개막, 이에 자녀 교육도 시대 흐름에 걸맞게 변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일선 교육 현장이나 각 가정에서 이뤄지는 교육 내용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호는 요란하지만 그에 적합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이다.

     

여전히 학교에서는 그리고 학부모들은 유튜브, TV, 웹툰을 보지 말라고 한다. 게임 그만하고 책 좀 읽으라고 한다. 어린 시절 만화책을 보고 게임을 하는 우리들을 향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라고 잔소리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여전히 ‘단절’이라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지도한다. 생각이 쑥쑥 자라기를 원하지만 방안에 고립시키면서 책을 읽힌다. 생각이라는 것이 서로 연결되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야 더 커질 수 있는데도 그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날로그 부모는 디지털 아이들에게 스마트 기기와 콘텐츠들을 멀리하라고 다그친다. 자신들은 출근길 휴대전화 앱으로 영어 회화를 공부하고, 태블릿 PC를 주방에 세워두고 유튜브에 올라온 조리법 영상을 재생시킨 채 요리를 하면서 ‘세상 참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유튜브를 보지 말라고 한다. 유튜브, 더 나아가 스마트폰을 적절히 이용하면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지만, 아이들에겐 스마트폰을 멀리하라고 하는 건 모순된 행동이다.      


4차 산업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글쓰기의 효용성에 주목한 많은 학부모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보지만 유명 논술 학원은 대부분 대입 논술 중심의 수업을 한다. 초등학생을 위한 독서 논술 학원도 학년별 추천 권장 도서, 위인전, 고전 명작 등을 쌓아놓고 계속 읽게 하거나 기계적으로 독후감을 쓰게 하는 경우가 많다. 책 읽고 독후감 쓰는 과제, 간단한 첨삭 지도가 전부이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최대한 많은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게 하고, 이를 정리해서 나만의 생각과 의견을 세우고, 발산한 생각들을 토대로 논리적 창의적 생각을 키워주며 글쓰기에 필요한 기초를 확립하게 도와주는 학원은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일선 학원뿐만 아니라 아이들 글쓰기 교육 관련 서적들에서도 책 읽기를 솔루션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 서적들 중 대부분은 ‘유튜브나 TV 시청 대신 책을 읽히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독서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부모는 없다. 하지만 책을 싫어하는 아이를 잘 설득하고 책 읽는 환경을 조성해서 책을 읽히라는 서적들만 있을 뿐, 책 싫어하는 아이도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서적은 없다.     

 

물론, 속독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면 책 읽기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기르기 위한 것이라면 반드시 책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책을 읽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책이 유일한 답은 아니라는 것이며, 책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시켜서 평생 책과 멀어지게 할 필요는 없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주위 모든 것과 단절된 채 책 읽기를 강조하면, 책은 지루한 것이라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다.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와 무조건 읽히려는 엄마가 줄다리기하면서 서로 스트레스받으며 힘을 뺄 필요는 없다.      


나만의 생각을 갖고 이를 키워나가기도 전에 읽어야 할 책은 쌓이고 노트 채우기식의 독후감 숙제는 들이닥치니 아이들은 숨이 차다. 책 읽기를 위한 책 읽기,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숙제 때문에 독후감 노트 숫자는 늘어날 수 있겠지만, 사고력이 함께 자라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19년 국민독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친 한국 성인들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7.5권으로 조사됐다. 2년 전인 2017년 9.4권과 비교하면 1.9권 줄어들었다. 성인 연간 독서율도 55.7%에 불과하다. 학생 연간 독서율 92.1%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학창 시절 강제적인 독후감 쓰기가 수십 년 뒤에도 책과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신의 아이도 그런 어른이 되길 바라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 유튜브 월드 vs 책 월드


필자는 16년간 기자 생활을 했다. 글을 업으로 삼았던 사람이라 퇴사 후에도 글쓰기 강사 및 아이의 사고력 향상을 위한 학부모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학생들을 접했는데, 수업을 통해 아이들을 관찰해본 결과 아이들의 세계는 ‘유튜브 월드 vs 책 월드’로 나누어졌다.     

 

전자인 유튜브 월드는 아이들이 좋아하고 관심을 보이는 세상이다. 유튜브를 비롯해 SNS, 영화, 만화, 게임 등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다. 관심을 보이는 만큼 능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후자인 책 월드는 아이들에겐 재미없고 지루한 세상이다. 책 읽기 독후감 쓰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재미없고 지루하기에 관심도 없고 하기는 더더욱 싫은 세상, 하지만 엄마나 선생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에 발을 걸치고 있다.      


책 월드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을 유학생에 비유해보고자 한다. 해외 명문대 학벌을 위해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을 해외로 내모는 부모들 때문에 아이들이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듯, 유튜브에 최적화된 아이들이 책 월드로 던져질 때도 아이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유학 갈 나라의 언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문화와 생활 습관도 익히지 못했는데 바로 현지 학교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현지 어학원을 다니면서 언어를 익히고 그 나라 생활에 적응한 뒤 입학하는 것이 좋다. 책 월드로의 진입도 연착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상이라는 언어를 사용하는 유튜브 월드에 적응하면서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글이라는 언어를 쓰는 책 월드로 강제 유학을 보낸다면 아이가 적응할 수 있을까?      


마음은 유튜브 월드에 있는데, 손엔 책을 들고 딱딱한 활자를 눈에 고정해야 하는 이 시간을 달가워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아날로그형 인간으로 자라 성인이 되어 스마트폰을 접한 부모 세대조차 스마트폰이 없으면 금단 현상이 생기는데, 이미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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