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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Nov 10. 2020

교육 현장과 요즘 아이들 사이의 괴리감(2)

이메일도 안 읽는데 책을 읽으라고?

#. 이메일도 안 읽는데 책을 읽으라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사전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하는 아이들. 부모 세대와는 태생부터 다른 종족이고, 스마트 기기 없이 생활하는 것이 힘들다. 부모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정보를 얻어 습득하는 세대인 것이다. 이를 빗대어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요즘 아이들을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 했고, 교육자이자 미래학자인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했다.       


스마트 기기가 기성세대에게 도구라면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겐 생활이다. 냉장고가 발명된 이후 태어난 사람들이 냉장고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전자제품이 아닌 생활필수품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실제로 요즘 아이들 중엔 유튜브를 보면서 자막으로 한글을 깨치고 숫자 세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이미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영상 매체, SNS, 게임 등에 노출되어 있다. 그것도 예전처럼 거실로 나와 TV를 켜야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언급한 것들은 빠르게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1분 1초에 성패가 갈리다 보니 직관적이면서 첫눈에 강한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역시 유튜브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이런 이야기 전개 방식에 길들어 있다.     

 

요즘 아이들은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이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지 않는다. 찾기도 힘들고 느리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지식 하나를 찾는 데 3~5분이 걸린다면, 포털 검색창에 궁금한 것을 입력하면 1초 만에 수많은 관련 내용들이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내가 찾고자 하는 것과 연관된 내용들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노출된다. 


그나마도 포털 검색창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아이들은 줄어들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궁금한 것을 유튜브에 물어본다. 유튜브도 포털 검색창처럼 1초 만에 수많은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포털 검색창에서 알려주는 내용들은 텍스트라서 읽어야 하지만 유튜브에서 알려주는 내용은 그저 영상을 보기만 하면 되니까 아이들은 유튜브를 더욱 선호한다.     


심지어 요즘 아이들은 이메일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주로 모바일 메신저나 채팅앱, SNS 댓글 등으로 짧고 간결하게 소통한다.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님이 아이에게 이메일을 보낸다면, 모바일 메신저로 메일을 보냈다고 알려줘야 읽어 본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정도로 뉴미디어 문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만 텍스트 기반의 이메일 사용을 잘 하지 않는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쉽고 빠르게 원하는 것을 떠 먹여주는 시대에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곱씹으며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먹어야 하는 책 읽기라니... 아이들이 책 읽기를 지루하게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런데 아이들에게 그저 책을 많이 읽히고 글을 쓰게 하면 4차 산업 시대에 걸맞은 사고력이 길러질까? 하고 싶은 것을 강제로 하지 못 하게 하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시킨다고 능률이 오를까?    

 

세상은 바뀌었지만 강제로 책을 읽는 것도 모자라 독후감까지 써야 하는 건 여전히 고역일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 다시 말해 신문 잡지 등 활자 문화에 익숙했던 학부모 시대의 어린 시절에도 책 읽기와 독후감 쓰기는 가장 하기 싫은 과제 중 하나였는데, 직관적이고 스피드한 시대에 최적화된 콘텐츠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느끼는 읽기와 쓰기의 피로감은 더 클 것이다.       


#.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말 그냥


포노 사피엔스이자 디지털 네이티브인 요즘 아이들. 앞서 언급한 대로 숨 돌릴 틈 없이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콘텐츠들을 접하다 보니 이전 세대의 아이들과는 다른 여러 특징이 있다. 여러 아이들과 다양한 수업을 진행해본 결과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사고의 경직이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정보의 바다 이곳저곳 누비고 다니는 만큼 지식의 폭은 넓다.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초 스피드로 알려주는 시스템에 길들어 있어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수동적이다. 정보를 찾은 뒤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거나 하나하나 따져보지 않는 것이다. 아는 것이 많다고 했지만 사고의 경직으로 인해 지식의 깊이는 얕고 단편적이다. 탁월한 검색 능력으로 지식은 습득했지만, 지식이 생각을 만나 동서남북으로 뻗어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습득한 지식과 정보를 서론부터 결론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요약할 줄 모른다. 정보를 찾으면 그 내용을 파악해서 이해하고 결론을 내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 다른 곳에 응용해야 하는데, 이 일련의 행위를 어려워하거나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할 때 영화 보기 숙제를 종종 내주는데, 이 숙제의 준비 과정인 영화 시청은 대부분 열심히 한다. 그런데 다음 시간에 영화 줄거리를 요약해서 글로 써보라고 하면 제대로 쓰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길고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줄거리의 중요한 내용이 빠지는 경우가 많거나, 아예 영화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영화 앞부분만 열심히 이야기하고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되는 일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논리적이고 종합적인 사고, 더 나아가 창의적인 사고를 기대하긴 어렵다. 정보를 접하면 궁금해하거나 의심하고 사실과 오류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유튜브에서 봤어요’다. 심한 경우 유튜브를 너무 맹신해서 유튜브에 나온 내용이 무조건 진실이라고 믿기도 한다. 그나마 콘텐츠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아이들도 ‘싫은데요’라는 대답이 전부다. 왜 싫은지가 빠져있고, 이를 물어볼 경우 ‘그냥’이라는 대답이 곧바로 돌아온다. ‘왜’에 대한 생각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왜’라는 고민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영어 랩까지 있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는 줄줄 외우고 각종 전략을 총동원해 게임 속 난관은 극복하지만, 학습한 내용은 두세 번씩 봐도 잊어버리고 글쓰기는 한두 줄 쓰다 이내 포기해버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초등학교 저학년만의 문제도 아니다. 고학년의 경우에도 ‘왜 주인공이 파란색 옷을 입었을 거라고 생각했니?’라고 물어볼 때 ‘파란색을 좋아해서요’, ‘어울릴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한다. 그나마 이런 대답이라도 하면 양호하다.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고, ‘왜’라고 재차 물으면 대답조차 못 하거나 ‘아 몰라요’라고 상황을 모면하려는 아이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아이들을 그냥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지 어려서 그런 것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의 사고력 발달에도 골든타임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의 사고력은 이대로 굳어질 수 있다. 특히 스스로 생각해내는 힘이 부족하면 무언가를 생각해야 할 때 의존적으로 될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해 줄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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