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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Dec 30. 2020

유튜브의 시대, 왜 글쓰기인가

청개구리 부모가 되자

#. 왜 책이 아닌 유튜브인가?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워주는 교육 방식도 요즘 아이들의 특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유튜브가 검색창이자 백과사전이며 교과서인 디지털 네이티브, 포노 사피엔스를 위한 교육은 기존 텍스트 위주의 교육과는 달라야 한다.


그런데, 상극일 것 같은 유튜브를 보는 행위와 책을 읽는 행위에 교집합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 뉴스, 심지어 게임을 통해서도 책 읽기와 독후감 쓰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책, 그리고 유튜브 영상 모두 기승전결 스토리 구조로 되어 있다. 이야기를 시작해서 펼쳐나가다 반전, 혹은 어떤 계기를 맞이하고 문제가 해결되며 이야기를 끝맺는 등 체계를 갖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말이다. 겉모습만 다를 뿐,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이 비슷한 만큼 유튜브에서도 책 읽기를 통한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유튜브를 보는 아이도 책 읽는 아이 못지않은 사고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이다.    


  

책처럼 활자로 된 콘텐츠는 아니지만 영상 속에서, 음악 속에서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완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고력은 글을 쓰는 힘으로 이어지고, 토론의 밑바탕이 되며, 더 나아가 종합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원천이 되어줄 것이다.     

 

특히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콘텐츠들은 이미지와 영상 위주로 표현하기 때문에 기호와 상징을 많이 사용한다. 글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하거나 다른 것에 비유하거나 숨겨놓는 경우가 많은 것과 같다. 영상 창작자의 이런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며,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


책 읽기 실랑이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보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사고력을 키워 독서의 효과를 보자는 것이다. 생각이 자라면 책 읽기도 수월해지는 만큼 생각이 자라고 관심사가 늘어날 때 관련된 책으로 연결하면 된다. 그래도 책이 싫다면 오디오북을 들려주면 되고, 그것조차 싫다면 이 책에서 언급한 학습 방법을 심화시켜 교육을 이어나가면 된다. 


그렇기에 ‘유튜브부터 시작하자’는 이 파격적인 주장엔 전제가 붙는다. 단순히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후속 활동으로 이어주고, 그 속에서 생각이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 시대에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이라는 다소 거창해 보이는 이 덕목도 우리 책의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 청개구리 부모가 되자


‘유튜브부터 시작하자’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공부에 방해되면 어쩌지’, ‘저러다 중독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집에서 유튜브를 못 보게 한다고 아이들이 유튜브를 접할 방법이 없을까? 어차피 스마트폰은 물론 다양한 스마트 기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한 만큼 아이에게도 효과적인 이용법을 알려주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다.     


 

필자는 IT 전문가도 아니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도 않는다. 유튜브도 필요한 만큼 취사선택해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독은커녕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가 결코 해가 되지 않으며, 스마트폰에 시간을 빼앗기지도 않는다. 심지어 스마트폰을 활용해 이것저것 하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이 책을 보고 있는 부모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이들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특히, 사고력 증진을 위한 교육 내용도 중요하지만 교육 내용을 담는 틀도 중요하다. 애플 수석 고문인 존 카우치(John Couch)는 제이슨 타운(Jason Towne)과 공동 집필한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에서 “수동적 교육모델이 아닌 능동적인 학습모델이 필요하며, 현시대 아이들 특성에 맞는 학습 내용과 기술의 연결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도 이런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과감히 반기를 들어볼까 한다.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간언한다. 유튜브도 보게 하고 만화와 영화도 보게 하고 게임도 하게 하자고. 아날로그 시대의 교육관으로 디지털 네이티브 아이들을 가둬두지 말자고. 4차 산업 시대에 걸맞은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모두가 유튜브를 보지 말고 책을 읽으라고 할 때, 유튜브부터 보게 하는 청개구리 부모가 되자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다


그렇다면 책 읽기와 독후감 대신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사고력을 기르기에 충분할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좀 더 익숙한 소재로부터 시작한다는 의미이지, 글쓰기까지 건너뛰어도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책 읽기→글쓰기라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유튜브를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활용→글쓰기를 하자는 것이다.     


 

종합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수단으로서 글쓰기 교육은 여전히 유효하다. 보고 들은 것을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며, 더 나아가 나만의 관점에서 나만의 생각을 갖고 그 생각을 뻗어나가게 하는 데 글쓰기만큼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생각은 빠르다. 직관적이고 즉흥적이다. 즉흥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에 체계적이지 않다. 더구나 휘발성도 강하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떠올린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를 완벽히 복원할 수 없다. 유창하게 말하는 것과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은 다르다. 말을 잘하니 자기 생각도 많고 정리도 잘하리라는 것은 어른들의 착각이다.     


 

더구나 글은 생각과 다르다. 떠올렸던 생각을 글로 옮기면서 헝클어진 생각을 정리하고 체계를 잡을 수 있으며, 첫 생각 당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추가로 떠올리거나 처음 했던 생각들 중에서 오류를 바로잡을 수도 있다. 자기 생각을 토대로 글쓰기까지 마쳐야 비로소 생각을 완결 지을 수 있고 자신만의 관점과 견해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꺼내 본 생각을 정리해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글쓰기가 동반되어야 한다. 표현하지 않는다면 생각은 생각으로만 남게 된다.   

   

이처럼 글쓰기는 아이들의 생각 깊이와 생각의 조합 능력을 판단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집중력이 요구되는 행위다. 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는 한눈파는 행동이 가능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선 자기 생각을 오롯이 글에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생각을 글로 써서 풀어내는 능력은 학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글을 쓰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고 학습 내용의 순서와 체계를 잡는 힘이 생긴다. 학습 내용 파악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해도도 높일 수 있기에 글을 쓰면서 학습을 하면 자기 주도 학습도 가능하고 학습의 능률도 높일 수 있다.  


    

또한 글쓰기로부터 도망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대입 논술과 자소서 등 입시에 직결되는 사항들은 전부 글쓰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학교 교육도 아직도 교과서를 비롯한 텍스트 중심이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는 건 이미 오래된 일이고 고입에서도 자기소개서, 독서 이력 등을 주요 전형자료로 요구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 시험에서도 서술형 문항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의 일방적인 강의는 점차 사라지고 있고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종합해서 발표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글쓰기는 수능 시험 이후에도, 아니 평생을 따라다닌다. 대학 입학 후엔 리포트와 논문을 작성해야 하고, 취업 후엔 보고서와 기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심지어 개인 SNS도 전부 글을 써야만 가능하다.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영상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해서도 글쓰기는 필수적이다. 영상 콘텐츠는 글로 된 기획안, 구성안 등을 발전시켜 영상으로 만든다.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진에 PD와 카메라맨 이외에 방송작가가 왜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스마트 기기 전용으로 만드는 뉴미디어 뉴스 생산자가 기자인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사고력 측정 수단인 글쓰기의 소재를 독후감, 혹은 논술로 국한하니 아이는 아이대로 글쓰기가 싫고, 글쓰기를 시키는 엄마는 엄마대로 애를 먹는다. 그렇게 작성된 글로 아이의 사고력을 판단하고, 더 나아가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글쓰기가 하기 싫은 것, 지루한 것으로 인식된 경우가 많은 만큼 뉴미디어 콘텐츠로 시작해 글쓰기 소재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글쓰기에 대한 인식 전환을 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글쓰기를 할 것이 아니라, 유튜브든 영화든 관심을 가지는 소재를 통해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케 한 뒤 그 결과물로서 글을 작성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가 여러 학생을 가르치다 보니 학부모들과 만날 기회들이 많은데 공통으로 발견되는 점들이 있었다.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부모 모두 공감했지만 이 수업을 통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 명확히 이해하고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저 게임하고 유튜브 볼 시간에 수업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니 그 자체로 안심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책에 대해선 다다익선이 좋다고 생각하거나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몸에 배고 실력이 늘 거로 생각하기도 했다.    


글쓰기 교육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교육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었다. ‘글쓰기=논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글쓰기가 곧 논술이고 ‘논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함 때문인지 ‘벌써 교육을 할 필요가 있을까, 좀 더 있다 시켜야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과목에 밀려, 그리고 사교육비 지출 부담 때문에 글쓰기 교육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가 꼭 논술일 필요는 없다. 특히 글과 친하지 않은 경우엔 더욱 그렇다.      


습관 형성이 되어 있지 않은 채 나중에 시작하면 그만큼 힘들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과 공부 때문에 글쓰기에 투자할 시간은 더욱 부족하다. 아울러 글쓰기는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인내심이 요구되는 행위다. 당장 글 몇 편 쓰고 사고력 훈련 몇 번 했다고 필력과 사고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가시적 성과가 없더라도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하고, 일상생활처럼 꾸준히 지속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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