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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May 28. 2021

연예기자, SNS 관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기자(機者)가 돼버린 기자(記者)들


“제 피드를 제발 기사화하지 말아 주세요”     


최근 연예인들, 특히 셀럽이라고 불리는 스타들의 SNS 프로필과 피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다. SNS의 발달로 스타들도 팬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늘었고, 굳이 소속사발 보도자료 기사나 행사 참여가 아니더라도 대중들은 SNS를 통해 스타들이 직접 전하는 소식과 근황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연예 행사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등 제약이 따르면서 스타들의 SNS는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이에 발맞춰 연예기자들도 스타들의 SNS를 엿보기 시작했다.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기사화하면 기사 조회 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들이 스타들의 SNS를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연예기자들도 스타들의 SNS를 볼 수 있다. 특히 스타들이 자신의 SNS를 전체 공개로 해놓은 경우 이를 엿보는 행위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엿보는 것과 이를 기사화하는 것은 다르다. 기사는 기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해당 매체를 대표해 전하는 공식적인 글이며 더 나아가 해당 매체의 입장까지도 대변할 수 있는 글이다. 또한 관심 있는 팬들만 찾아와서 보는 SNS와는 달리 기사는 포털 뉴스 섹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다.

      

그렇기에 스타들의 SNS를 기사화할 경우 해당 연예인에게 기사화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것이 맞다. SNS는 철저히 개인의 사적 공간이자 사생활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SNS를 기사화할 경우 해당 연예인의 사생활이 불특정 다수에게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특히 결혼, 출산을 한 연예인의 경우 배우자나 자녀들의 사생활까지도 기사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스타들의 SNS를 염탐해서 이를 기사화할 경우, 내용은 물론 SNS에 업로드한 사진까지 당사자의 동의 없이 기사와 함께 게재한다. 명백한 초상권 침해이자 저작권 침해다. 


언론사가 자신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타인이 불법으로 퍼가거나 무단 게재할 경우 법적 조치까지 취해가며 대응하면서(물론 이 경우엔 강경대응하는 것이 맞다) 정작 남이 찍은 SNS 사진을 동의 없이 기사화하는 건 내로남불이다.      


이에 스타들은 SNS 프로필이나 별도 피드를 통해 자신의 SNS를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 연예인은 기자들의 관음 저널리즘을 비판하면서 소신껏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자신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연예기자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반응들은 최선, 차선, 차악, 최악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최선은 그간의 보도 행태를 되돌아보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이와 같은 행태를 멈추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반성하는 태도가 최선이라면, 논리적 이성적으로 반박하는 태도는 차선이라고 볼 수 있다. ‘대중들이 스타의 개인사를 궁금해하는 만큼, SNS 기사는 대중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스타가 공인은 아니더라도 유명인이고 이 유명세를 이용해 부와 명예를 누리는 만큼 사생활을 지나치게 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의 기사화는 필요하다고 본다’는 논지를 가지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반론을 제기하는 태도다.     


차악의 경우는 자신들의 행태를 반박했다는 이유로 화를 내거나 앙심을 품고 벼르는 경우다.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서 ‘찍힌’ 스타들을 두고, 연기력 논란이나 가창력 논란 등 비판 기사를 생산하면서 우회적으로 보복하는 것이다.      


이런 치졸한 보복이 왜 최악이 아니라 차악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본 최악은 다음과 같았다. ‘연예인 A가 자신의 SNS를 기사화하지 말아주세요라는 피드를 남겼다’는 것마저 기사화하는 것이다. 부끄러움도 반성도 없고 분노하는 감정도 없이 스타들의 간곡한 호소마저 기사화하는 것이다.


악질 기자를 넘어 아무런 이성도 감성도 감정도 없는 기계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쯤 되면 기자(記者)는 기자(機者)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스타들의 SNS 기사를 찍어내는 기계’다.     


스타들은 오늘도 자신의 SNS를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한 호소문을 남긴다. 그리고 이런 호소를 하는 연예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SNS를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계정을 폭파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은 스타들과 이 마저 기사화하려고 SNS를 염탐하고 관음하는 일부 연예 매체들과 기자들. 이 참담한 숨바꼭질은 언제쯤 끝이 날까?     



Copyright(C) May.2021 by Writer 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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