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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Jul 12. 2022

유년시절의 애틋한 달콤함, 단팥빵

쓰여지지 않은 책 : 어린 시절

주말에도 일하던 시절, 철야 근무를 마치고 일요일 아침 집으로 돌아온 아빠의 손에는   봉지가 들려 있었다. 밤샘 간식으로 회사에서 나눠준 보름달빵과 페스츄리, 단팥빵 등이었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팥빵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자매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다.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리면 부은 눈을 비비며 일어나 눈곱도 떼지 않은  단팥빵을 먹었다.


적당한 앙금 당도와 쫄깃한 밀가루 반죽, 우유까지 한 모금 하면 완벽한 조합이었다. 하나를 다 먹고 싶었지만 아직 자고 있는 자매들 생각에 소심하게 반쪽을 남겨두었다. 아빠가 딸들 생각에 빵을 아껴 가져온 것처럼. IMF이긴 했지만 빵 하나 못 사 먹을 형편은 아니었는데 그 시절엔 왜 그렇게 서로가 애틋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 아빠는 더 이상 주말 근무도, 철야 근무도 하지 않는다. 몇 달 전에는 정년퇴직도 했다. 당연히 일요일 아침의 단팥빵은 없어졌다.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도 안 날 만큼 꽤 오래된 일이다. 우리 자매들도 각자 먹고 싶은 만큼 빵을 사 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심지어 언니는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고 막내는 대학을 졸업했다.


세월은 흘렀지만 우리 가족은 여전히 빵을 나눠 먹는다. 서로 좋아하는 빵이 달라 맛별로 여러 종류를 산 다음, 모든 빵을 사람 수만큼 나눈다. 앙금이 든 빵은 누구 하나에게 앙금이 쏠리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그렇게 모두가 모든 빵을 맛본다. 어린 시절처럼 서로가 애틋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습관이다.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습관.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데, 그 세월을 이겨낸 습관이 우리 가족에게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특이하게 ‘배달의민족’이 참여했다. 책과 배달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우아한 형제들은 어떻게 그 스토리를 풀어낼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다리를 다쳐 이동이 불편해 서울국제도서전에 갈 수 없었다. 아쉬웠던 찰나, 배민 메일링 서비스 ‘주간 배짱이’에서 도서전에 참여하지 못한 구독자를 대상으로 “쓰여지지 않은 책의 작가 되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글은 해당 이벤트에 [어린 시절]을 주제로 응모한 글에 살을 덧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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