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깨어나지 않은 감각에 대하여
요즘 자주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든다
나는 아직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를까.
특별히 싫어하는 것도 없고,
삶이 크게 흔들리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좋아한다'는 감정만 또렷하지 못하다.
마치 좋아하는 감각이라는 전선 어딘가가 아주 미세하게 끊어진 것처럼.
어릴 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조금 더 선명하고 단단할 줄 알았다.
현실은 그 기대와 달라서 닿아보면 쉽게 균열이 나고,
어딘가 희미한 모습이었다.
그 틈 사이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빠져나가
마음 한 구석이 이렇게 서늘해지는 날도 많았다.
내 속도 모른 채, 사람들은 조언한다.
"그냥 해봐"
"잘 못해도 돼"
"실패해도 괜찮아"
반박하지 못할 만큼 옳은 말임을 안다.
하지만 옳은 말이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나는 자꾸만 멈춘다.
마치 마음이 브레이크를 밟아버린 것처럼.
이 브레이크는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아서
"내가 이상한 걸까?"
나도 시도를 안 해본 것도 아니다.
여러 번 부딪혔고,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나를 이끌던 힘이 끊겨버린 듯했다.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마음은 방향을 잃은 나침반처럼 흔들릴 뿐이었다.
누군가는 방향을 바꾸라 한다.
하지만 조언이 많아질수록 내 앞의 길은 희미해진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조언이 움직임을 대신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능력을 잃은 것이 아닌 끌림 자체를 잃은 것이 아닐까.
끌림이 사라진 마음은
좋다 싫다의 감각이 흐려지고 어떤 선택도 뿌리내릴 수 없다.
그 흐림이 오래될수록, 나는 나를 모른다는 감각만 깊어질 뿐이다.
그리고 이 무게는 실패의 무게가 아닌 정체성의 무게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나는 완전히 주저앉지는 않는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믿음 하나가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근거는 없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나를 향해 이렇게 나에게 말해주는 무엇이 있다.
"너는 결국 다시 일어날 사람이야"
그 말은 삶이 나에게 남겨둔 최소한의 버팀목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실패하고 보잘것없는 내 모습을 마주해도,
그 믿음만큼은 이상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쓰며,
누군가를 돕고, 내 마음의 길을 다시 만지며
대단한 변화가 없어 보일지라도
나는 분명 나아가고 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아직 선명하지 않는 이 시기는
나를 잃은 시간이 아니라
나를 발견하는 직전의 고요에 가깝다.
그리고 이 고요 속에서
수많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로 자신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더라도,
그 길이 분명 더 나은 나에게 닿으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 어렴풋이 알고 있다.
언젠가 다시 깨어날 감각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나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