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중간보고
감사를 327일을 쓰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감사는 삶을 뒤집는 마법이 아니다.
대신 아주 조용히,
내가 가는 방향을 바꾸는 힘이라는 것을.
예전의 나는 감정이 몰려오면 늘 같은 방식으로 무너졌다.
분노로 치닫고, 후회로 돌아오고,
결국 스스로를 탓하며 하루를 끝냈다.
감정은 늘 나보다 한 발 빨랐고,
나는 그 뒤를 헉헉거리며 쫓기에 바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방향이 달라져 있었다.
무엇을 바라고 시작한 감사가 아니었지만
변화는 분명히 찾아왔다.
부서질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한 상황 앞에서
이전의 나라면 분명히 스스로를 던졌을텐데,
문득 머릿속에 이전과 다른 문장이 떠올랐다.
"그래도 이렇게 할 수 있잖아"
그 순간, 나는 내 안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길을 발견했다.
그 길은 나를 억누르지 않았고
감정에 이끌려 익숙한 길로 가려던 나를
아주 잠시, 멈춰 세웠다.
그 멈춤이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의 방향을 바꾸었다.
감정은 여전히 밀려오지만,
이제 나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
감사는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매일 자기 전 하나씩 되새기는 한 가지의 감사,"오늘의 감격"은
그저 "이런 순간이 있었지"라는 것을 상기시킬 뿐
억지 긍정이나 허세 섞인 칭찬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조용한 힘 덕분에
나는 막다른 길에서 벽에 부딪히지 않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삶은 그대로인데,
삶을 통과하는 방식은 달라지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얻은 가장 선명한 변화였다.
2011년에도 나는 어렴풋한 감사를 남겼고,
그 불씨는 꺼진듯 희미해지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수술을 하며 다시 감사를 붙잡았지만
현실로 돌아와 또 잊고살기도 했다.
감사를 한다고 바로 변하지 않으니
꾸준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댔던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변화를 직접 느끼게 되니,
계속 감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지금과 다르게,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넓은 곳을 바라보고 싶다.
그래서 오늘의 변화가 더 특별하다.
나의 감사는 완성이 아니라
아직 더 변할 수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나의 감사가 내 안에 준비해 둔 '다음'의 길을
나는 아마 씩씩하게 걸어갈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에 힘을 보탠다.
이 글을 쓸 수 있음에,
이 글을 읽어 주심에,
그리고 오늘의 모든 순간에
기쁜 마음으로 감사를 더한다.
덧붙이는 글.
안녕하세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작가님들.
며칠 동안 일상생활이 불가한 두통이 한바탕 저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평일에는 꼭 브런치 글을 쓰자"던 제 다짐을
스스로 어기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어딘가에 적어두었던 짧은 글로 대신하며
잠시 숨을 고르는 날을 보냈습니다.
잠시 쉬어도 될텐데,
저는 여전히 제 자신에게 조금 박한 사람인가봅니다.
늘 부족한 제 글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천천히,
더 읽고싶은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씩 힘을 빼는 연습을 하려 합니다.
늘 보내주시는 마음과 응원에
오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