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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프레너 May 28. 2023

<0교시> 퇴사 두 달 후 :두 번째 구직 급여를 받다

슬기로운 퇴사생활

퇴사 후 두 달이 지났다. 실업급여 대상자가 되어 두 번째 구직급여도 받았다.

퇴사 후에도 매달 나가는 돈은 줄지 않는다. 

아무리 돈을 아껴 써도 관리비, 휴대폰 요금, 보험료, 기름값 등 매달 나가는 고정지출이 제법 많다.

친구와 지인을 만나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지출이 생긴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저축이 늘지 않았는데 당장 받던 월급을 받지 않으니 통장에 잔고가 빛의 속도로 준다. 

이렇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의 자유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늘 그래왔다.

돈을 많이 벌 때는 일이 바빠 내 시간이 없었고 시간이 좀 생기면 돈이 없었다.

몇 번을 반복하고 나니, 시간과 돈 무엇이 중요한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퇴사 후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으니 말 그대로 내가 나를 고용하는 셈이다.

나에게 선물한 시간을 보람있게 쓰는지는 별개로 일단 자유를 얻었다.


전엔 시간이 나면 없는 일도 만들어서 열심히 했다.

책을 보고, 배우고 싶던 악기를 배우고, 아프거나 불편한 몸을 돌보기 위해 병원에 갔다.

운동을 하고, 걷고, 맛사지를 받고, 청소를 하고 모임에 나가고 봉사활동도 했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바쁘게 사는 것이 익숙하니 빈둥빈둥 그냥 보내는 시간이 불편하고 어색하다.

이번엔 퇴사 후 바로 아프기도 했고 초기에 배웠던 것들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 다니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시간을 무엇인가로 빡빡하게 채우지 않으니 돈도 좀 적게 쓴다.


이번엔 다행히 실업급여 대상자가 되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잘 모르고 하셨다지만) 7시간 근무자로 신고해 최저 급여에서 한 시간어치가 빠진 금액을 받는다. 처음 실업인정신청을 하고 8일 치 받았을 때는 뭘로 썼는지 모르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두번째 받는 구직급여는 28일치가 되니 금액이 제법 된다.


구직급여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나온다.

최저급여보다 많은 구직급여.

일을 찾아서 하지 않더라도 180일정도를 평균급여의 60%를 받을 수 있으니 최저생계비에 이것저것 떼인 금액을 받는 것보다 많다.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경우 50세가 넘어 처음 구직급여를 받아보는 것이지만 젊은 나이에 반복적으로 근로일수를 채우고 퇴사해 구직급여를 반복해서 수급하는 사람들은 '일하기 싫다'라는 부작용도 생길 것 같다.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일을 한 날의 구직급여는 깍으니 굳이 일하겠다는 마음도 사라질것이다.

그러다보면 점점 구직에 대한 의지가 사라지지 않을까.


나도 일을 안하며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좀 어색하고 불편하다.

일단 워크넷에 구직신청을 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라 어디에 갈 수 있을지 자신감도 없어진다.

우선 두번째라 본격적인 구직활동은 하지 못하고 스마트직업훈련 사이트에서 취업을 위한 온라인 강의를 신청해서 구직활동 외 활동사항인 취업교육을 받아본다.

온라인으로 한 시간 강의를 들어 무슨 도움이 될까 조금 회의적인 생각을 했었지만 강의를 듣다 보니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기는 것 같다.

교육도 받고 심리검사도 받고 취업특강도 들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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