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구사자가 스페인어를 배운다면?
나에게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배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아직도 호주에서 영어를 배우며,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언어 실력이 느는 게 느껴졌던 날들이 기억난다. 단지 외국어 실력만 좋아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경험은 마치 나라는 사람 자체가 성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목표를 세우고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나는 내가 세운 목표들을 하나씩 실천하긴 했지만 결과가 눈에 띄게 보이진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쉽게 싫증이 나서 포기했던 것 같다. 이와 반대로 외국어 공부는 배운 것을 바로 써먹을 수 있어서 외국어 실력이 느는 게 피부로 와닿았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원어민과 일상 대화를 스스럼없이 할 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고, 나라는 사람이 크게 성장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 후로 없었던 자신감이 생겼던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외국어를 구사하기까지 나라는 사람을 제일 가까이에서 관찰했던 사람은 나 자신이었고, before & after를 자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나 자신이었다. 그 변화를 알기에 나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렇게 나는 영어,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내 삶의 자신감은 바로 외국어 습득 결과로부터 따라왔다.
한 해가 흘러, 12월 연말이 되면 나는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내가 올해 이룬 것은 무엇인가? 연초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다양한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지만 가장 쉽게 비교할 수 있던 기준은 외국어 실력이었다. 들리지 않던 말들이 들리기 시작하고, 원어민과 한 마디 두 마디, 그리고 대화를 할 수 있던 시기에는 뿌듯함이 다가왔다.
영어를 배운 후, 프랑스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지 햇수로 9년째다. 프랑스어로 대화가 가능해지고, 통번역을 거쳐 현재는 가르치는 수준까지 가능해졌다. 한 3년 전인가? 새로운 외국어 습득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나는 고민했다. 내가 관심 있는 외국어는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였다. 중국어, 일본어는 대학교나 학원에서 기초 수업을 들었던 경험이 있다. 두 언어 모두 내겐 흥미가 있었고, 일본어는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습득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계속 미루게 되었다. '나중에 조금만 시간들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일본어는 보류 상태다.
프랑스에서 생활을 하며 스페인어 구사자들로부터 프랑스어를 하면 스페인어는 금방 배울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또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여행을 했던 적이 있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어로 말하는데, 스페인 사람들은 다 이해한 건지 모르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해 보였다. 이로 인해 '스페인어가 프랑스어랑 정말 비슷한 부분이 많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최종적으로 배운 언어는 프랑스어고, 그와 가장 비슷한 언어는 스페인어였다. 왠지 중국어, 일본어보다 더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올해 목표는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것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계속 미루다가 선생님을 찾게 되었고, 저번 주 첫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은 총 12주 과정으로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씩 진행된다. 커리큘럼을 보니 진도가 팍팍 나간다. 즉, 12주 후에는 스페인어를 독학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주는 게 이 수업의 특징이다. 그래서 이 수업의 이름은 '홀로서기'다. 딱 내가 원하는 수업으로 느껴졌다. 프랑스어를 공부하며 진도가 느리게 느껴지는 게 나는 답답했던 적이 있다. 내가 외국어를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빠르게 문법을 배워 문장을 만들어서 말하는 것이었다.
첫 수업을 들으며 프랑스어와 같은점과 차이점이 바로 비교가 되었다. 그 이유로 수업에 대한 흥미는 배가 되었고, 이해도 빨리 되었다. 아직 스페인어를 읽을 때 프랑스어가 자연스럽게 나와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 자체가 나는 너무 재미있다. 초창기 프랑스어를 배울 때가 다시 생각나고, 빨리 많은 것을 배워서 스페인어로 한 문장 한 문장 내 입으로 말하고 원어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날이 기대된다. 또한 한편으로는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경우에는 스페인어를 구사하기까지 얼마의 기간이 필요할지도 궁금하고 테스트해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언어를 구사한다'는 기준이 필요하다)
앞으로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비교하는 포스팅을 할 계획이다. 벌써 재미있는 글이 탄생할 것 같다. 그리고 이 또한 나만의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록을 하는 행위, 그 자체가 콘텐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