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첫 수업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시작을 계속 미루다가 드디어 한 발 내딛게 되었다. 한 발 내딛는다는 것은 어떠한 일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반복되는 일상에 스스로 새로운 일과를 만들어 행동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스스로 나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낯선 것과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를 하지만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올해 남은 기간을 생각해보니 약 4개월로써, 얼마 남지 않을 것을 깨닫게 되었고 언제까지 내가 생각한 '스페인어 배우기'를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SNS에서 내가 프랑스어 인강을 찍었던 같은 학습지에 스페인어 강사분이 그룹 수업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업 시간을 확인하고 바로 수업 신청을 했다.
비대면 수업을 선호하는 나는 토요일 아침,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수업에 간다. 수업을 같이 듣게 된 수강생 분들은 나 포함 3명의 그룹수업이다. 두 분 모두 외국어에 관심이 많고, 스페인어를 잠깐 배운 적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나와는 시작하는 레벨이 조금 달랐다. 나는 이번에 스페인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고, 스페인어 ABCD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근자감과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 이유는 프랑스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어디선가 모르게 '스페인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벌써 지난주에는 2번째 수업을 했고, 수업을 들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프랑스어와 비교가 되면서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프랑스어와 다른 점을 나 혼자만 알기보다 글로써 다른 분들과 공유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12주간은 스페인어를 배워가는 과정을 글로 적어보려 한다.
1. 스페인어도 프랑스어의 발음과 같이 된소리가 많다. 영어 알파벳 k, p, q, t는 한국어의 ㅋ,ㅍ,ㅋ,ㅌ 과 같이 거센소리를 내지만 스페인어, 프랑스어는 된소리를 낸다. 즉 한국어 ㄲ,ㅃ,ㄸ 와 같은 소리가 난다. 이점은 영어권 국가에 거주하는 외국인보다 한국인에게 이점이다. 한국어는 된소리를 꽤 많이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덜 하다. 반면에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쉽지 않다. 이 이유로 인해 이러한 국가 사람들이 프랑스어를 사용할 때 어색하게 들리기도 했다.
2. 프랑스어에 존재하는 단어의 남/여 성 구분은 스페인어에도 존재한다. 다행인 것은 중성은 존재하지 않아 남/여 2개의 성만 구분해주면 된다. (독일어의 경우 중성도 존재해서 총 3가지 성을 구분해줘야 한다고 한다.)
명사의 성이 구분되기 때문에 명사를 꾸며주는 형용사, 지시사, 관사와 같은 품사도 성별이 구분된다. 이 또한 프랑스어와 같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3. 프랑스어 단어의 남/여 구분보다 스페인어가 더 쉽다. 프랑스어의 단어를 공부하다 보면 특정 규칙 없이 그냥 단어에 따른 성을 따로 외워야 했다. 그러나 스페인어는 기본적으로 알파벳 'o'가 단어의 끝에 위치하면 남성 명사고, 'a'로 끝나면 여성명사다. 프랑스어 또한 이와 같은 규칙이 있긴 한데, 그 범위가 더 다양하고 많아서 어려움이 느껴진다. 주로 프랑스어에서 'e'로 끝나는 단어들은 여성명사가 많다.
4. 스페인어도 프랑스어와 동일하게 '당신'이라는 존칭이 존재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3인칭 단수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즉, 프랑스어로는 vous [v 부]에 해당하는 것이 스페인어는 usted [우스뗃]인 것이다. 또한 주로 프랑스에서는 vous의 활용도가 높음에 비해 스페인어는 국가에 따라 활용도가 다르다. 스페인에서는 usted를 잘 사용하지 않고, 그냥 '너'라는 2인칭, 즉 반말에 해당하는 tú를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반대로 중남미 국가에서는 usted 존칭을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고, 더 광범위하게 사용이 돼서 그런 것 같다.
5. 프랑스어는 주어를 생략하면 안 되지만 스페인어는 생략이 가능하다. 프랑스어를 사용할 때는 영어와 마찬가지로 문어체, 구어체 상관없이 주어를 생략할 수 없다. 예외 없이 무조건 주어를 말하고 동사가 따라야 문장이 완성된다. 그러나, 스페인어는 3인칭 단, 복수를 제외하고 생략할 수 있다. 심지어 문어체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는데, 프랑스어는 기본적으로 단어 끝에 오는 알파벳 발음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스페인어는 모두 발음을 해준다. 따라서 1인칭과 2인칭 단, 복수의 동사의 철자가 다르기 때문에 발음 또한 다르게 해줘야 한다. 즉, 주어 없이 동사만으로 화자가 어떤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프랑스어는 1,2인칭 모두 동사가 똑같이 발음이 되기 때문에, 이를 듣는 상대방은 구분할 수 없다. 프랑스어에서 동사만 말할 경우에 평서문에서 명령문으로 변한다.
6. 프랑스어에서 어렵기로 유명한 발음인 [R] 발음이 스페인어에도 똑같이 존재한다. 프랑스어를 접하게 되면 몇 가지 적응을 해야 하는 발음이 있는데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R] 발음을 선택할 것이다. 한국어나 영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발음이라 처음 접하면 약간의 충격을 받는다. 이 소리는 흔히들 '가래 끓는 소리'라고 한다. 목 젖이 있는 목구멍에서 목을 긁어야 소리가 난다. 스페인어는 이 발음이 [J] 발음이다. José라는 단어를 [호세]로 발음 표기를 하곤 하는데, 이제야 이해가 된다. [R] 발음이 나기 때문에 한국어는 [ㅎ]으로 표기한 것이다. 실제로 [R] 발음은 한국어[ㅎ] 소리가 난다.
7. 프랑스어와 스페인어의 가장 큰 차이점을 들라면 스페인어는 강세가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어도 accent [악성] 즉 강세가 존재하지만 스페인어와는 성격이 다르다. 스페인어는 단어마다 강세가 있어서 강하게 힘을 주어 소리를 내야 하므로 단어마다 높낮이가 있는 것 같이 들린다. 프랑스어는 이와 반대로 따로 강세가 없어서 단어를 읽을 때 주로 뒤로 갈수록 낮게 떨어지는 음을 내면 된다.
한 가지 단어를 가지고 예를 들어보면 '교육'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를 프랑스어는 L'éducation, 스페인어는 La educación이라고 한다. 영어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education이다. 프랑스어, 영어는 단어에 강세가 따로 없어서 그냥 끝 음절을 조금 낮게 소리를 내면 되지만 스페인어는 o알파벳 위에 강세 표시가 있어 좀 강하게 소리를 내어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어도 물론 e 위에 악성이 있지만 이것은 단지 발음을 e [으]에서 é [에]로 발음해주기 위한 용도로 이 악성을 사용한다. 즉 스페인어의 강세와는 다른 성격을 지닌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이미 잘 알고 있는 프랑스어와 막 배우기 시작한 스페인어의 공통점 및 차이점은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하나하나 발견해나가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 수업이 또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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