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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이 Sep 12. 2021

내 인생의 첫 번째 챕터를 마무리하며...

내 이십 대에 대한 마지막 회고록

31살도 벌써 3-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글을 마지막으로 이제 옛날 얘기는 그만하려고 한다.


<나의 이십대>

20대는 군대 3년, 전문학사 2년, 학사 2년, 해외생활 2년을 하니 훅- 지나갔다. 이 때는 뭐 때문이었는지 유도 단증부터 사회복지사까지... 진짜 열심히 살았다. 스펙 쌓기에 미쳐서 해보지 않은 대외활동이 없었고 결국 종합지에서 인턴까지 갈 수 있었다.


사실 청소년기는 고등학교 전체 성적 4~7등급의 보편적인 군집에 속하는 수많은 학생 중 하나였다. 특히 모의고사를 볼 때는 수학을 그렇게 싫어했고 성적을 하나도 안 보고 100% 포트폴리오 전형으로 입학한 학교가 내 학부 때 모교다.


그때는 영화 스크립트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해서 합격했다.


영화 찍고 싶다면서 프랑수와 트뤼포의 누벨바그를 배우고 싶다고 들어간 학교였는데... 군대 갔다 오면 영화 연출과 없어진다는 소리에... 시각디자인 쪽으로 전공을 바꿔놓고 군대를 다녀오니 진짜로 사라졌었다.


중간에 군대에 있을 때는 프랑스 유학 가고 싶다고 전문하사까지 1년을 더 해서 1300을 어렵게 모았는데... 그 돈으로는 뿌와띠에에서 6개월도 못 버티는 금액이었다... 무엇보다 학생비자를 만들려면 신용보증금이 한 3000 정도? 더 있었어야 했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모님은 내가 해외 나가는 걸 반대하셔서 결국 못 갔고 그 돈으로 학사까지 학업을 이어가는 데 썼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못했다는 집착이 결국 이십 대 후반에 아프리카랑 캐나다까지 가게 된 계기다.


이십 대 때 인턴을 했던 회사들에서 정식으로 기자가 정말 되고 싶었지만 거기 기자들 학벌을 보니 전문대 출신 따위가 절대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더군다나 내 학부 전공도 디자인이었기에... 여담이지만 지금처럼 대유튜브시대를 맞아 시각.영상디자인과 출신이 우대받는 세상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한편으론 지금까지 내가 뭘 하나 제대로 했나 싶은 회의감도 있다. 디자인을 그렇게 잘했더라면 어디 작은 에이전시라도 들어갔겠지...


아무튼 그동안 입에 풀칠이라도 해보려고 이런저런 노력도 했고... 이 사람 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지금은 서울권 내에서 아간대학원도 다니고 있고... 박사 진학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름 떳떳한 자본시장부 기자가 됐다.


학부 때 전공과 석사 재학, 박사 진학, 그리고 현재 직업이 어떻게 연관될지에 대해선 챕터 2에서 다루겠다.


<이십 대 때 가치관과 제일 크게 다른 점>

특히 최근 들어 나와 내 주변 상황이 과거에 비해 비교적 안정화되니 캐나다 이민이 대한 많은 욕심과 가치관들이 바뀌고 있다.


캐나다에서 재정문제로 맨날 부모님하고 싸우고 비자 연장 문제 등 여러 이유로 결국 UQAM 진학이 잘 안됐을 때는 진심으로 죽고 싶었지만 결국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코로나 사태로 주변에 많은 이들이 돌아왔다.


그렇게 2년 반이 지났고 이제는 완전 로컬에 정착하면서 "이 시국에 굳이... 뭘 또 그 어려운 동네로 나가냐"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부모님이 왜 그렇게 해외생활에 반대했었는지 이제는 이해가 된다. 우리 가족은 르네상스 가구공장이 있던 향동동부터 문산까지 정말 밑바닥 of 밑바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가장 가까이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는데 외노자로서 타향살이하면서 신분이 불안정한 게 얼마나 불행한 삶인지 누구보다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아파트 창문 하나에 7-8억 원씩 하는 지금의 향동지구가 옛날엔 정말 아프가니스탄급으로 못살고 가난했던 곳이었다)


감히 예상컨대 유학의 의미가 (특히 우리 업종에선 국제부가 아닌 이상) 옛 선배 세대들처럼 엄청나게 큰 메리트로 작용하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후회는 안 한다. 이십 대 내내 잘하지도 못하는 불어에 집착했던 탓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이런저런 많은 경험 했던 것에 만족한다. 캐나다랑 서아프리카도 살아보고... 러시아도 가보고 서유럽도 가보고...


확실히 남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니 식견 하나만큼은 성숙해졌다.


<그래서...>

그래서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는 뭘 하면 좋을까? 성실한 직장생활처럼 당연한 거 말고... 지금까지 거쳐왔던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진짜 인사이트 있는 내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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