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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이 Jun 24. 2022

비즈니스맨의 블루스

기렉시트 일주일을 기념하며...

요즘에는 4년 전 퀘벡데이의 추억이 그렇게 그립다. 밤 비가 보슬 보슬 내리던 쁠라스 데 자르. UQAM 건물에 비친 퀘벡 드라포. 수 많은 인파의 갈채를 받으며 등장한 끌라우드 뒤부아. 그리고 그의 '르 블루스 뒤 비즈니스맨' 열창과 분위기에 취해 뜨거운 딥키스를 나누는 연인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하고 생생하다.


이후 돌아온 한국에서 나는 뜻하지 않게 기자가 됐고 나름 언론대학원도 다니면서 최선을 다했다. 기자는 참 어려운 직업이다. 기자는 단순한 정보전달자인가? 기자는 제4의 권력자인가? 기자는 위선자인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기자는 비즈니스맨인가? 언론 생태계가 이미 망가질만큼 망가진 상황에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언론사는 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실패했나 왜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할까 도대체 언론사의 오토포이에시스는 무엇인가 언론사는 돈을 위해 존재하는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존재하는가 동료 기자들의 사고방식은 왜 저렇게 딱딱히 굳어있을까 밤마다 기업들한테 술 얻어먹고 다니는 게 그렇게 좋나 우리 언론사 대표의 도대체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우리 국장의 의식 수준은 왜 1985년에 멈춰있는걸까


밤낮, 주중주말 구분없이 하얗게 불태운 영혼을 갈아 넣어서 기업 까는 작품 만드는 기자와 어쨌든 협찬은 받아야 하는 데스크, 돈 안쓰고 싸게 디팬스해야 하는 기업 홍담(홍보담당자)은 서로에게 숙명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존재다. 즉, 갑-을 관계가 수시로 변해 그 때 그 때 마다 장단 맞추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차라리 갑-을 관계가 명확한 기업 일을 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기자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된지 일주일이 됐다. 나는 운이 정말 좋아  기렉시트를 한 케이스다. 다행히 (개인 발전을 위해 쥐뿔도 의미 없는) 언론홍보 죽노동보다 지금 일이 훨씬 가치가 높다. 여기는 기자 빼고 처음 경험해보는 직장생활인데 조직문화가 너무 수평적이고 인사 시스템이 체계적이라 충격을 받았을 정도다. 그래서 하루라도 더 빨리 기자물을 빼고 비즈니스맨이 되고 싶다.


그나마도 요즘엔 경기가 워낙 비관적이다보니 말 그대로 '까면 노상대+걍 차단'이다. 안그래도 매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판에 기자들 밥벌이가 더 팍팍해졌다. 지금의 2030 세대가 차장이 되고 부장이 될 때 언론이 살아있기는 할까... 글쎄... 조만간 어뷰징(일명 우라까이) 같은 단순노동은 후려치기 단가 수준으로 전부 로보 어드바이저로 대체 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기업들의 삥을 뜯으며 밥, 술 얻어먹기 바쁘다. 일부 깨어있는 기자들은 BM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만 '내가 먼저 앞장서서 주도적으로 바꾸긴 싫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MZ세대가 있다면,,, 이 망가져가는 생태계를 손절할 기회가 있으면 과감히 떠나기를 추천한다. 진심으로...


그래도 청와대, 정부청사, 국회, 대법원 출입 끝까지 쫓아가서 출세할꺼다 라는 마인드라면... 계속 기자하는 거지 뭐... 저런 마인드 못 버리겠다는 분 계시다면 잘 해보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인생의 첫 번째 챕터를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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