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로 다녀온 하노이의 밤 골목길은 생각보다 무서웠다. 가로등도 별로 없고, 그 와중에 웃통 벗은 아저씨들이 지나가고, 오토바이도 쌩쌩 달렸다. 허름한 가정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큰 길가로 다닐 때 느낄 수 없는 골목길 감성이 좋아서 보통 여행을 가면 골목길을 한 번쯤 걸어보는 편이었는데 오토바이가 발이나 마찬가지인 베트남에서는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잠깐 저녁을 먹으러 골목길을 걸어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해가 완전히 져버리고 말았다. 두려움에 떨며 호텔로 빠른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구글맵이 좁은 통로길을 안내했다. 통로 길을 지나가면 바로 호텔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이 작은 통로 길에는 베트남전통 조명이 주욱 걸려있었다. 그래서 다른 골목보다 밝았고 바로 옆 가정집에서는 두런두런 목소리와 고기냄새가 났다. 따뜻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에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딱 이런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나는 늘 여행 때 골목길을 걸었더랬다. 놓치지 않고 사진을 남긴 후 통로를 벗어나니 정말 거짓말처럼 호텔이 짜잔 나타났다. 위험한 일이 일어날까 봐 불안하던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 어떤 베트남의 관광지보다 인상에 남았던 베트남의정서를 품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