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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도시의 주역, 그것은 바로 사람

우리나라의 핫플레이스는 왜 오래가지 못하는 걸까?

by 헬로자미

최근 들어서 국내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공간들이 SNS나 방송매체를 통해서 많이 소개되고 있다.


새로운 공간이나 이슈화가 되는 곳은 꼭 방문하여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나는,

국내의 많은 공간들을 직접 방문하여, 과연 어떤 특징과 매력이 있고, 주변과 어떤 조화를 이루고 있을지를 기대하고 그것들을 기록한다.


그렇게 방문하였던 수많은 핫플레이스들을 과연 나는 만족했을까?

솔직히 말하면, 10곳 중의 3곳 정도만이 재방문을 하고 싶을 정도로 나의 마음을 끌어들이고, 그 외의 장소들은 한 번은 가지만, 재방문은 하지 않게 된다.


너무도 좋은 디자인 요소들과 콘텐츠들이 많은데, 왜 이렇게 그러한 장점들을 잘 살리지 못하는 것일까?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공간들은 왜 5년 이상 그 명성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사라지는 것일까?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겠지만, 도시와 공간을 연구하고, 컨설팅 업무를 하는 내가 느낀 이슈화된 공간들이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다음의 3가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1. 기획자-개발자-운영자-지역 간의 심도 있는 의견조율 부족

공간을 비롯한 부동산이 성공적인 결과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기획, 개발, 운영을 담당하는 실무자들 간의 명확한 의견조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야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공간을 포함한 부동산 분야에 있어서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기획자, 개발자, 운영자 간의 의견을 상호 간에 만족시키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법칙’이 상호 간에 암묵적으로 작용을 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얻고자 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기획자의 초기 기획을 위한 노력과 그들의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처음에는 눈에 띄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만, 결국 5년도 지나지 않아서 빛을 잃어버리는 곳이 많다.


2. 지역 자산(지역의 특성, 역사성)을 배제한 공간개발

요즈음 MZ들의 성지이자, 스타트업 및 글로벌 기업들의 성지로 부상하고 있는 지역인

성수동은 몇 년 전까지 가죽, 수제화 공장을 비롯한 다수의 공장밀집지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국내외의 유명 브랜드들의 팝업행사 성지이자,

특색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리 잡으면서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까지 방문하는 유명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의 경우, 기존에 있던 공장 건물들의 내부를 새롭게 리모델링하여 특색 있는 공간으로 탄생시킴으로써 외부는 레트로지만, 내부는 트렌디한 공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곳 또한 처음 명성 그대로 오랜 시간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아니다.


건물(하드웨어적인 요소)을 과거의 골조 혹은 모습을 그래도 유지하였지만,

내부 콘텐츠(소프트웨어적인 요소)에서는 지역 자산이 반영되지 않은 전혀 무관한 요소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3. 단기적인 운영수익 및 부동산 개발 수익 지향형 개발

우리나라의 중소형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들과 일을 하면서, 빈번하게 요청을 받았던 사항이 있다.

빨리 매각하고 나올 수 있는 상품으로 기획하라.
지금까지 없던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만들어봐라.


기획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고, 사람들이 항상 머릿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획을 시작하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공간을 고려하여 지역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특성 분석, 해외사례 조사를 비롯하여, 콘셉트, 동선 등 준공 후 오픈했을 때의 아름다운 청사진을 생각하면서 제안을 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빨리 매각하고 나올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라.’라는 요청사항을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그 청사진이 무너지고 만다.

아무리 해외의 성공적인 사례를 제시하여도, 대다수의 디벨로퍼들은 사례를 귀담아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요청 하에 개발된 공간과 부동산들의 결과는 어떨까?

분양률 100%라고 하지만, 몇 년 뒤에는 초기의 분양률과는 다르게 공실률이 더 높게 나타나거나 혹은 기획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결과물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도시와 공간에 대해서 오랜 시간 생각해 오고, 컨설턴트로서 일을 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근본적인 원인의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직장동료나 주변 지인들과 우리나라 지역개발과 공간개발에 대하여 공통적으로 나오는 문제점에 대한 의견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앞서 제시한 3가지 원인의 교집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이용객 및 방문객, 지역주민 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공간, 나아가 도시는 사람들의 이용을 통해서 그 기능을 발휘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제시한 원인들에는 공간, 도시를 이용하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도시, 공간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새롭게 만들고 허무는 행위의 반복만을 봐야 하는 것일까?


나는 앞으로 다양한 나라의 도시, 부동산들을 소개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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