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벤의 위험성을 정검한다.
최근 화장품을 바르면 암에 걸린다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그 방부제가 엄청 해롭다고하던데... 괜찮나요? 라며 다들 걱정스럽게 묻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그럼 방부제의 정체가 무엇일까요?
바로 파라벤입니다. 파라벤이라는 용어가 많이들 생소하시죠? 사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화학물질입니다. 1950년대부터 광범위하게 건강, 미용 제품의 방부제로 사용되었거든요. 안 들어간 제품을 찾기 힘들 정도로.. 화장품, 탈취제, 치약, 샴푸, 컨디셔너, 바디로션 등등 다양한 제품군에 포함되어있습니다.
이를 확인해보시려면 제품 뒷면 성분표에 메틸 파라벤, 에틸 파라벤, 프로필 파라벤, 부틸 파라벤 및 이소 부틸 파라벤이 적혀 있으면 “파라벤이 함유되어 있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빨간펜으로 표시된 부분에 영어로 paraben 이라고 잘 보이시죠? 저 제품에는 파라벤이 포함되어 있네요.
파라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아시나요?
파라벤은 알코올과 파라-하이드록시 벤조산을 반응시켜서 만들어집니다. 알코올의 종류에 따라 다른 종류의 파라벤이 생성되는데,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부탄올을 사용하여 제조한 경우 부틸파라벤이 됩니다. 이렇게 생성된 여러 파라벤은 인체에 미치는 독성이 다 다른데 부틸파라벤>프로필파라벤>에틸파라벤>메틸파라멘 순으로 독성이 강합니다. 인체 독성이 밝혀지기 전까지 파라벤은 세균, 곰팡이 등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제품의 오염과 변질을 막기 위해 첨가되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제품의 품질유지에 중요한 성분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지 궁금하실 겁니다. 그것은 파라벤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여 에스트로겐의 역할을 모방하는 물질(Xenoestrogen)이기 때문입니다.(Zoeller et al. 2012)
에스트로겐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을 유발 혹은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Miller WR. 1996) 이에 따라 파라벤이 유방암에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Darbre et al. 2004; Darbre and Harvey 2014)
이를 바탕으로 일부 업체들은 “파라벤 프리” 제품들을 출시하였고, 소비자들은 파라벤 불매운동을 벌여 파라벤에 대한 사회적인 공포감이 조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제품에 포함된 파라벤이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을 만큼 위험성이 있는지는 정확하게 평가되어야 합니다. 이미 많은 제품에 포함되어 있는 물질을 추측성 자료만으로 새롭게 제품라인을 바꾸어야 한다면 그것은 한 기업의 손실 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손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위험성이 입증되었다면 더 이상 파라벤이 제품에 포함되지 못하도록 국가적인 규제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2004 년 영국의 리딩대학교 필리파 다버 박사의 연구팀이 유방 종양 생검에서 조직 샘플 20 개 중 18 개에서 파라벤을 검출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Darbre et al. 2004) 이어지는 연구에서 유방암 환자에서 채취 된 조직 샘플의 99 %에서 적어도 하나의 유형의 파라벤이 검출되었습니다. 60%의 경우에는 5 종류의 파라벤이 모두 검출되었습니다.(Barr et al. 2012) 또한 연구진들은 종양에서 발견된 파라벤이 먹는 것이 아닌 피부에 바르는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Darbre et al., 2004; Harvey 2004; Harvey and Darbre, 2004) 그 이유는 파라벤이 섭취되면 대사를 통해 화학 작용기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파라벤이 체내에 손상되지 않고 축적된 채 발견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나 유방암에 대한 위험성을 증명하지는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화장품, 바디로션, 샴푸 등은 매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기에 소량일지라도 장기간 체내에 축적된다면 그 양은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 국립 암 연구소 (National Cancer Institute)에서는 파라벤이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 지을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발표하였습니다. 이후 후속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나 제품에 포함된 파라벤 농도로는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입증을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2011년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태평양 의료센터의 연구진에 의해서 메틸 파라벤이 유방암 치료제로 쓰이는 타목시펜의 약물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다시 파라벤의 위험성을 재평가할 수 있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6년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연구진들은 이전의 연구결과에서 안전하다고 평가한 낮은 용량의 파라벤으로도 유방암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Pan et al. 2016) 기존의 안정성 평가에선 파라벤이 세포 내 다른 신호 분자와 상호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충분한 안정성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했죠.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유방암 중 에스트로겐 수용체, HER2 수용체 양성을 나타낸 유방암의 경우 활성화된 HER2 수용체 하에서 파라벤은 100배 적은 농도에서도 유방암 세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파라벤과 정상유방조직세포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한 실정이지만 파라벤의 위험성은 재평가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논란의 핵심 연구자인 다버박사는 8년 동안 파라벤이 포함된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더욱이 다른 여성들에게도 "안전이 확립 될 때까지!"는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장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아직까지는 국가적인 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가 다버박사처럼 자신의 안전을 확보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mail : dr_mingming@naver.com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