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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군밤장수 Dec 17. 2019

나는 과연 혼자 하는 여행을 선호하는가?

여행의 꽃이라 불리는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과연 혼자 가도 꽃인가?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이런 말을 했다.  

과거는 언제나 조작되고 짜깁기 되며, 강렬했던 몇몇 순간만이 기억된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여행의 찬양론자가 되어있었다. 7개월이 지난 오늘 혼자서 한 북유럽여행을 되돌아본다. 과연 나는 그때도 혼자 하는 여행에 만족했는가.


아이슬란드 빙하, 노르웨이 피오르드 구경. 나는 안 그래도 사람 없는 나라들에서도 사람 없는 자연 속으로 파고들었다. 하루에 식당이나 상점에 들어가서 주문을 할 때 빼고는 입을 뗄 일도 없던 날들. 사무치게 외로웠고, 추웠고, 힘들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할 사람도 없어서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삼각대를 펼쳐놓고 겨우 사진을 찍던 시절.  바람도 많이 불어서 그것마저도 얼마나 조마조마하면서 찍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예쁜 자연에서 내 모습 하나는 박아놔야지’ 하는 마음에 꼬박꼬박 사진을 남기긴 했는데, 그때 사진을 보면 웃고 있는 표정은 거의 없다.

처음엔 셀카 찍다가 나중에는 그거 마저도 무슨 의민가 싶어서  포기.


말도 안 하고 사람도 안 만나는데 웃을 일도 기쁠 일도 거의 없을 수밖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면 여러 가지 인생에 대한 고민 생각도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때는 그냥 외롭고 자연 보면 경이롭고 한 기억밖에 없다. 심지어 노르웨이 오슬로 사람들은 대중교통에서 이야기도 안 한다. 사람들이 분명 타있는데 쥐 죽은 듯이 조용한 놀라운 광경.

금요일밤인데 사람이 없다. 그런데 해는 밤 10시반 쯤에야 진다.



아무튼 서유럽 남유럽 등 은 혼자 여행해도 길거리에 여행하는 사람들도, 로컬 사람들도 지나다니니까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북유럽을 비성수기에 그것도 자연만 골라서 여행하는 건 상당히 외로운 일이다.


과연 이 시간들이 내게 어떤 거름이 되고 어떤 방향으로 도움이 되었을까. 혹시 이 시간들이 있었기에, 내 사회성이 극대화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아이슬란드 여행 중에 만난 파키스탄계 캐나다인 친구,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이렇게 혼자 사진 찍는 나를 보고 먼저 말을 걸어준 얀, 그리고 오슬로 송스반에서 타임랩스 찍는 동안 만난 이름 모를 요가강사 아저씨, 베르겐에서 오슬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길에 만난 Landscape architect 아저씨.


이들과의 만남이 그 혼자 여행의 기억을 미화되도록 도왔을까?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캐나다 친구와는 사람 한명 없는 가장 유명한 관광지에서 맥주도 한캔 같이 했었다
아이슬란드의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 레이캬비크.
그 곳조차에도 사람이 없다.


어떤 포인트가 마음에 들어서 춥고 외로웠던 그 여행이 내가 올해 내린 결정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혹시 내 과거를 내가 아름답게 짜깁기 한 건지, 실제로 그때의 시간들이 현재의 내게 알게 모르게 자산이 되었는지, 한마디로 ‘이 여행은 내게 이 교훈을 주었어’ 하고 정의내릴 수가 없는데, 나는 왜 그 나날들을 찬양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혼자 여행이 처음이었는데 시작부터 너무 고난이도 레벨인 북유럽을 도전해서 (외로움의 극치를 찍어서), 그 이후의 나라들을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적응력을 길러준 건가. 아이 참 모르겠네.아이슬란드에서 여행일기를 제대로 안 쓴 게 참 후회가 된다.

노르웨이 Voss. 깨끗한 물로 유명하다.
사람 아무도 없다. 나랑 양들밖에 없었다.
물 회사로도 유명한 Voss

스웨덴 스톡홀름 넘어가면서 사람들도 눈에 보이고, 버스 안에서 사람들 이야기 소리도 들리고 길거리에 노랫소리도 들리고 할 때는 써놓은 여행기가 남아있는데, 더 위쪽 나라들 여행하면서 자연만 보던 시절은 항상 춥고 외로워서 그랬는지 별로 적은 게 없다.


여러분들은 혼자 여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이슬란드. 아름답긴 정말 아름다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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