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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군 Jun 06. 2021

“엄마, 당장 오늘부터 나 놓고 가요”

얼떨결에 세찬이의 데이케어 day 1

집에서 재택근무 한다는건 정말 큰 행운이다.

커리어 유지 하면서 애들이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직접 바라볼수 있다는 건 엄마로서 정말 다행인 일이다.


아침 8시에 컴퓨터 로그인 하는것으로 일을 시작해서 원래 5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 빼면) 8시간을 일 하는 것이지만, 요즘 프로젝트가 많아져서 거진 저녁 7-8시까지 내리 일을 해야 할 때가 많다.

남편이 일 안나가는 날엔 애들 전담으로 봐주고,

남편이 일 나가는 날엔 남편의 동생이나, 내 동생이 애들 봐주고 (난 용돈식으로 돈 쬐끔씩 주고) 그러는데,

이제 세찬이도 만 4살이 되었기에 가족들 사이에선 슬슬 데이케어 보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세찬이한테 “데이케어 갈래?” 물어보면 어떤날은 간다고 했다가, 또 어떤 날은 안간다고 했다가 말이 매일 바뀌었다.


***


육아휴직 하고 쉬는동안에 사실 두어군데 정도 세찬이랑 같이 견학을 해봤었다. 집 근처 (차로 5-10분 거리)이며 yelp 앱에서 리뷰가 좋은 곳을 찾아 직접 찾아가봤었다.

두 군데 다 괜찮아보이긴 했는데 가격이 조금 만만치 않았다.


아이를 보내는 시간/일 수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거진 한달에 $700-800불은 생각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한국 친구들 얘기 들어보니 한달에 5만원정도라고 그랬던거같은데! 그거 비해 여긴 비싸도 넘 비싸다..)


***


육아휴직 끝나고 일 시작한 2월부터 6월인 지금까지 그래도 하루하루 주먹구구식으로 세찬이를 데이케어 안보내고 가늘고 길게 (?) 겨우겨우 지내왔던 것 같다.


남편이 일 안하고 봐주는 날이면 내 역량껏 마음껏 일에만 전념할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다른 날들은 8-5시에 꼭 해야하는 일들만 겨우겨우 해내고 (미팅이라던지), 다른 자잘한 할일들은 남편이 일에서 돌아온 뒤에야 겨우겨우 끝내고, 때때로 새벽 1-2시까지 추가로 일을 해야 하기도 한다.


그냥 하루하루 겨우겨우 넘기는게 맞나? 아니면 결국은 데이케어에 보내야 하나? 고민 하며 yelp를 찾아봤는데, 집 근처에 새로운 데이케어가 생겨있었다.


***


벼르고 벼르다가, 또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세찬이 생일이 5월에 지나 만 4살이 되었고, 6월의 첫째 토요일인 오늘 — 세찬이와 나는 세진이가 낮잠자는 틈을 타 (남편은 집에서 세진이 보고 있지만) 이 새로 생긴 데이케어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다른 데이케어들은 주/월/년 프로그램이 쭉 있는 반면, 여기는 필요할때 아무때나 좀더 자유롭게 애들을 데려다놓거나 픽업하거나 할수 있다고 했다.


오늘은 토요일이지만 그래도 15명정도 되는 아이들이 이곳에 있었다.

실내 놀이터처럼 여러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는 방, 두 선생님 지도 아래에 나이대가 각자 다양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놀고 있었다.

뭔가 기대했던 전형적인 데이케어와는 달랐는데 그래도 세찬이 마음엔 꽤 들었던 모양이다.


“Mom, can you just drop me off from today? Please????”


여러 선배 엄마들에게 듣기로 데이케어 첫날엔 (혹은 첫주 내내) 제일 엄마-아이가 힘들다고 그러던데, 세찬이 의외로 쿨하게 남고 싶어했다.


어차피 내 필요에 의해 일주일에 몇시간씩이라도 이용하게

될 거 같아서 내친김에 아이 등록 하고, 뒤돌아 나와서 주차장 차에 앉아 브런치 글을 쓰는 중이다.

얼떨결에 데이케어 첫 날인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기도 한게 정상인가?

(엄마들 얘기 들어보면 애들도 울고 엄마도 돌아서 울고 그런다던데... 세찬이랑 나는 오늘 넘 말짱한것같다.)


세진이는 아직 너무 어려 데이케어 맡길 수 없지만 (규정상 최소 만 2세 이상, 어떤 데이케어는 3세 이상인 경우도 봤다) 사실 나도 세진이 아기는 아직 집에서 끼고 지내고 싶다. 이제 막 6.5개월정도 되어서 막 옹알이를 시작 했는데 (맘마마마) 나중에 쬐끔 더 커서 말 통하고 자기 생각 말할수 있게 되고 그러면 세찬이랑 세진이랑 손 잡고 같이 데이케어 갈 날도 금방이겠지...?


빨리 애들이 커서 자기 앞가림들 조금씩 더 잘 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서도, 또 애들이 너무 빨리 크지는 않기를 바라는 엄마의 모순적인 마음이다.


글 쓰는 동안 벌써 한시간정도 시간이 흘렀다.

세찬이 픽업 하고 저녁 먹을거리 좀 사가야겠다.


본문 글이랑은 상관 없지만 ... 남편이 세진이를 보면 이런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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