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이의 우당탕탕 한글 배우기
세찬이 4.5살, 세진이 11.5개월. 시간 참 빨리도 간다!
세찬이는 6-7월부터 preschool에 다니며 영어 알파벳 쓰는 법, 자기 이름 쓰는법 (SEBAS 라고 삐뚤빼뚤 귀엽게 쓴다), 알파벳 노래, 숫자 20까지 세기 등 배우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5세부터 무상 공교육 시작 (kindergarten). 세찬이는 4살이라 돈 내고 프리스쿨 다니고 있다. 내년 5월에 5살이 되고 난 후, 여름부터 킨더가든 보낼수 있는듯(?)
세찬이 프리스쿨에서 손 씻는동안 알파벳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게 가르치는 모양이다. 집에서도 손 씻을때마다 알파벳 노래를 흥얼흥얼 한다.
세진이는 8월정도부터 내니가 오셔서 내가 일하는동안 세진이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시고, 책 읽어주시고, 놀아주시고 한다.
세찬이는 13-14개월무렵에 스스로 첫 걸음마를 떼었는데, 세진이는 어제 저녁 한발 두발 용감하게 슬슬 걸으려는 기미를 보였다. 남편이 당장 아기 머리 보호용 헬맷을 샀다.
세진이는 지금 윗니 4개, 아랫니 2개가 난 상태이다. 아직 모유수유 하는데, 요새는 장난칠때가 많다 (생글생글 웃으며 젖꼭지 꽉 깨물어서 피가 나기도 한다).
세진이는 요즘 도리도리, 손 절레짓, 소리 지르기, 엄마마 아빠빠 부르며 자기 의사 표현을 제법 한다.
세찬이는 영어 단어들에 관심을 보이며 자기가 좋아하는 단어들은 제법 (외워서) 읽는 것 같다. Spider-man, gummy bear, Mario 등등.
알파벳이랑 단어를 연결 해서 말하기 좋아하는데 (A for apple, B for beach ball, C for cat 처럼) 그제 밤 갑자기 나한테 이렇게 물었다:
“엄마, 왜 H 인데 bird에요? (Mom, why is H for bird?)”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어서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또 다른 질문을 한다.
“엄마, 그리고 우유는 T로 시작 안하잖아요? (Mom, and T is not for milk?)”
수수께끼의 비밀은 이거였다.
방에 붙여둔 한글 포스터를 본 세찬이.. 영어 알파벳 처럼 생긴 ㅐ랑 ㅜ를 보고 H랑 T로 착각한 것.
또 ㄹ은 S 아니냐고 그런다. 허허..
한술 더 떠서 C가 왜 돼지냐고 그러는데 세찬이 눈에는 ㄷ이 C로 보이는 모양이다.
세찬이랑 세진이가 영어/한국어/스페인어 다 잘 하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일단 영어를 토대로 잡고 나서 한국어/스페인어를 더해야 하는걸까?
세찬이는 영어로 말하는걸 좋아하는데 (엄마랑 아빠 둘다 알아듣는 언어라는걸 알아서) 그래도 한국어랑 스페인어는 눈치로 알아듣기는 한다. 대답을 영어로 해버리곤 하지만..
그런데 요즘 세찬이 한국어 발음이 예전보다 조금 또렷해지긴 했다. 한국어로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노래도 흥얼 거리기도 하고 (여우 여우 여우 여우 뭐하~니 하면서 맘대로 개사 하긴 하지만).
미국에 사는 half Korean half Mexican 아이로서 세찬 세진이가 어떤 정체성을 고민하며 자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