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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괴리감( 1화 )

해야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그 틈새

by 오롯한 미애

저는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을 내어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써보자는 욕심이 차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소망 중 첫 번째가 이것 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과한 욕심이었나 싶습니다.

저는 아침이면 하루시작의 의식을 치르 듯

아직도 해가 뜨지 않아 어슴푸레한 주방에서 핸드드립이나 캡슐로 블랙커피를 내립니다.

그러고는 아직 가족 중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조용한 아침이라 살금살금 커피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서 다이어리를 펼쳐 나만의 하루를 계획합니다.

그러면서 늘 다이어리의 첫 줄에 글을 쓰자, 책을 읽자라는 희망 어린 바람을 쓰곤 합니다. 하지만, 거의 매일밤 잠자리에 누우며 하루를 먹고사는 일에만 온 힘을 쏟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갖습니다. 일을 하며 경제 활동을 한다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며 무엇을 하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주며 그 바탕을 단단히 받쳐줍니다. 먹고사는 일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 이니까요.

그러니, 그 행위들의 높고 낮음, 귀하고 천함을 따지는 것 자체를 우리들은 무의미하다고 여기며 때론, 경멸합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 먹고사는 일, 그것이 해결되어야 다른 무엇을 할 수 있는데, 때로는 이 큰일을 수행하는 일을 가볍게 여기는 제자신이 모순덩어리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일만을 위해 삶을 사는 기계 같다는 자괴감이 들 때면 스스로가 가여워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던 중 평일에 쉬는 날이 잡혀 있는 날이면 그 전날부터 소풍 가기 전날의 어린아이처럼 설렙니다.

머릿속으로 내일은 새벽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책도 읽고, 집안일들도 미리 해두고 강아지 산책도 오전에 다녀와서 오후부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해야지, 하고 야심 찬 계획을 세워두고 잠이 듭니다.

다음날, 전날의 다짐을 떠 올리며 부지런을 떨고, 그 시간만을 생각하며 하나씩 밀린 일들을 해치울 때면 목표가 있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이토록 기쁨을 주고, 힘들어도 힘듦을 모르게 한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놀라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직장에서 처럼 비장함을 갖고 마음을 다 잡는 저의 마음을 누가 알아차릴까 조마조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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