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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엄마를 뵙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by 오롯한 미애

엄마가 많이 아프시다.

언젠가는 다가 올 순간일 테지만, 불현듯 생각이 고개를 내밀라치면 머리를 저으며 그 찰나의 꼬투리를 다시 밀어 넣었었다.

하지만, 이 시간은 소리 없이 도망가도 그림자와 같이 나의 등을 붙잡고 엄마의 옷소매 끝자락을 붙잡았다.

말이 씨가 되길 바라며 우스갯소리에 끼워 넣고

한 마디씩 툭 전하였던 아버지와의 '백년해로'가 이제는 연기가 되어 사라질 것 같아 손을 내밀어 휘저어 본다.

나는 산더미 같은 50여 년을 살고서야 비로소 부모와 자식 사이의 보이지 않았던 끈끈한 무한의 사랑이 보이려 한다. 뒤늦게 깨달았음에 자책하는 어리숙한 나의 모습에 고개를 떨군다.

홀로 계실 아버지를 떠 올리니, 깊은 겨울의 칼날같은 날카로운 바람이 내 가슴 가운데을 훑고 지나간다.

누구든 의미 없는 삶은 없다.

바로 대답을 할 수는 없어도 천천히 시간을 갖고 생각을 해보면 분명코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각자 살아온 과정과 경험, 환경이 달랐기에 삶에 대한 의미도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타인의 삶에서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며 잊지 않고 있는 그 어떤 신념이 나의 삶에도 영향을 줬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사람의 삶이 결국은 그와 나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엄마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엄마, 이제는 나를 배웅하느라 창밖을 보며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크게 손을 흔드시지는 못하셔도 늘 그랬던 것처럼 밥 잘 챙겨 먹고, 이제 일 좀 그만하고 쉬어라 하며 잔소리주세요'라고.

눈물은 흘러내려 마르면 그만이지만, 그리움은 겨울 밤하늘 끝자락에 홀로 매달려 있는 별이 되어 새벽 동이 트고 어렴풋이 개어도 희미하게 빛을 발하며 나를 끝없이 몰아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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