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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19. 2018

특별한 아이들의 니즈를 위한 소셜벤처: tiimo

ADHD 아동을 위한 어플로 유럽을 흔든 덴마크 소셜벤처 tiimo

수업 시간 내내 머리를 흔들고, 앞에 앉은 친구의 의자를 계속 발로 찬다. 잠시 쉬는 동안 친구들과 뛰어노는가 싶더니 갑자기 달려가 땅바닥에 있는 개미집을 헤집는다. 모든 아이가 교실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운동장과 복도를 뛰어다니며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있다.


어떤 이유로 이 아이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고 있을까? 상황에 따라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고, 한 번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무모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이 지속해서 발생한다면,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면 분명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문제행동을 우리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에만 약 200만 명 정도의 아동과 성인이 ADHD를 겪고 있고, 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 내원하는 환자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ADHD에 대한 해석 및 증가치 ⓒDrJockers.com


어떻게 치료를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병원에 방문해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고 있다. 물론 약물치료는 약 30~50% 정도의 증상 완화 효과를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또래활동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과 방법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 즉, 약물 외 자기관리와 계획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인지행동치료가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ADHD 아동이 값비싼 인지행동치료를 받을 수 없고, 전문의와 치료 전문가 또한 아동의 곁에서 매일 함께 할 수 없다. 부모 또한 가정을 벋어나 아동의 모든 행동을 통제할 수 없고, 부모의 강력한 훈육은 오히려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자신의 생활계획을 자연스럽게 구조화하고, 새로운 충동이 나타나더라도 해야 할 일들을 놓치지 않도록 도울 수는 없을까?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뒷받침하려면 ADHD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tiimo의 공동설립자 헬렌과 멜리사 ⓒIT University of Copenhagen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현실로 만들어지고 있다. ITU(IT University of Copenhagen)의 헬렌과 멜리사가 ADHD 아동행동 연구를 시작하면서 고안한 디지털 솔루션이 스마트워치 앱 tiimo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두사람은 학부와 석사과정 모두 디지털 디자인을 전공하였으며, 사회복지, 아동교육, 정신의학 등 이른바 장애인관련 분야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들이 가진 편견이 실제 ADHD를 가진 아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막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17년 유럽 CareWare주최 Borger상 수상. 덴마크 시장개발기금(MDF)으로부터 200만 크론(한화 약 3억 3천6백만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소셜벤처 tiimo. 아래의 영상을 보면 이들이 ADHD라는 장애와 이를 둘러싼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싶은지 알 수 있다.


tiimo 소개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xUidV1s3SwY


이들의 홈페이지에는 tiimo를 통해 ADHD 아동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그리고 있는지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여타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설립연도 : 2016년 5월


설립자 : 헬렌 라센(Helene Lassen) / 멜리사 아자리(Melissa Azari)


목적 : tiimo 스마트 워치 및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ADHD 아동 및 비슷한 장애를 지닌 이들의 일상생활을 구조화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아이들의 삶의 질 전반을 향상한다.


수익 모델 : 구독기반(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사용자는 한 달의 무료 사용기간을 가지며, 지속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매월 79크론(한화 약 13,500원)을 지불한다.



간략한 어플 소개 ⓒtiimo 웹사이트(tiimo.dk)



tiimo는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솔루션으로서 분명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또한 구축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tiimo의 인터페이스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다양한 아이콘을 바탕으로 시간에 따른 계획을 표시할 수 있게 되어있으며, 해당 시간이 되면 스마트워치를 통해 알람을 전달한다.


아래의 영상을 보면 실제 사용자가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해 tiimo의 스케줄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직관적인 구성, 상황에 적합한 다양한 아이콘, 사진업로드 및 편집기능, 알람에 따른 메세지 설정 등이 누구나 쉽게 따라하게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tiimo 앱 실제 사용방법 ⓒYoutube tiimo app


지난 2016년 8월 헬렌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스마트 워치는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고, 그날의 프로그램을 간략히 보여줄 수 있는 좋은 플랫폼입니다. 시각적으로 표시되는 카운트다운 기능들은 아이들이 다음 활동까지의 남은 시간을 이해하고, 해야할 것 알려줍니다. 이는 아이들을 더욱 독립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무엇을 하던 어른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영상과 지금까지의 내용을 이해했다면 어떻게 이런 앱을 개발하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것이라 구상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소프트웨어로 이미 개발되어있는 현실에서 그 빈틈을 찾아내 자신만의 아이템을 시장에 정착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 중심에는 세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번째. 상업적 접근이 아닌 학술적 접근


tiimo는 기존 산업의 프로세스 중간에 침투해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중간마진을 챙기기 위한 접근, 한번 시스템 또는 플랫폼을 구축한 후 지속적으로 마진을 만들기 위한 접근, 즉 어떤 것이 돈이 될까를 먼저 고민하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ADHD 아동의 행동교정을 도울 수 있는 학술적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비즈니스 모델 구축보다는 효과성과 사용자 편의를 우선시 하게 되었다. 또한 기존 연구 및 사례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을 통해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번째. 소비자 니즈와 행태에 대한 치밀한 데이터 분석


2014년 9월 부터 시작된 헬렌과 멜리사의 연구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한 UX 및 UI 개발과 함께 실제 사용자들의 만족도와 행동개선을 측정하면서 이루어졌다. 이 과정은 추상적인 접근이 아닌 대단히 실증적인 데이터 분석을 필요로 한다. 실제 이들은 어플리케이션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사용자 행동개선과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18개월 동안 50가정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이런 데이터 분석의 결과가 눈에 띄게 적용된 부분은 디자인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유니버셜 디자인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tiimo는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워치라는 낙인효과를 지닌 솔루션이 되지 않아야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니즈를 가진 아동들을 위한다면 더욱 쿨하고, 긍정적이어야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고 갈망하는 지향점입니다." - 멜리사



세번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 역량 확보


tiimo는 ITU Business Development의 멘토링 프로그램과 Thinkubator 펀딩 프로그램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정교화하고, 시제품 생산을 하였다.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와 디자인 전문가들의 조언과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앱개발에 대한 역량을 습득하였고, Thinkubator에서는 시제품 생산을 위한 물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부분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할 것은 헬렌과 멜리사가 사업개발자금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프로그램이 아닌 멘토링만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ITU의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지식과 이들을 활용한 인적 네트워크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데 주력한 tiimo의 전략은 우리나라 스타트업들도 지원사업을 결정할 때 한번 고려해보아야할 부분이다.



tiimo 를 사용하고 있는 아이들 ⓒtiimo instagram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열정과 치열한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덴마크의 소셜벤처 tiimo. 현재 이들은 ADHD 아동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외 뇌 손상이나 치매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기기를 개발중에 있다.


상업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ADHD 분야로 접근할 수 있었고, 고객 데이터 분석에 집중해 그 어떤 기업보다 대상 타겟의 니즈를 명확하게 파악한 tiimo. 정부 또는 기관이 제시하는 물질적인 지원보다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체계화하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헬렌과 멜리사의 사례는 소셜벤처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모든이에게 주는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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