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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증거신청실무1:불요증사실(재판상자백)이보람변호사

민사소송법 제288조(불요증사실) 법원에서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다만, 진실에 어긋나는 자백은 그것이 착오로 말미암은 것임을 증명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88조는 법정에서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이나 명백한 사실에 대해 증거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법원이 미리 스스로 인정한 사실이나 누구나 알 수 있는 명확한 사실에 대해서는 따로 증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자백한 사실이 진실과 다르다고 판단될 경우, 그리고 그 자백이 착오로 인한 것임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 자백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가. 불요증사실(1) 재판상의 자백


먼저, 재판상의 자백은 법정에서 변론기일이나 변론준비기일 동안 상대방이 주장하는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진실로 인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자백이란 상대방의 주장이 사실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이 인정이 법정에서 이루어질 때 이를 재판상의 자백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자백은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민사소송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민사소송법 제288조는 재판상의 자백을 다루고 있으며, 법정 외에서의 자백 포함되지 않습니다.민사소송에서는 변론주의의 적용으로 인해 재판 외의 자백은 증거로서 사용되지만, 재판상의 자백은 증거로서 필요하지 않게 됩니다. 형사,가사소송에서는 재판상의 자백이나 재판 외의 자백 모두 단순한 증거로 취급되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자백의 법률적 효과는 방어권 포기의 의사표시가 아닌,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자백은 단순히 상대방 주장이 사실임을 보고하는 것에 그칩니다.


재판상 자백의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을 진술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주장 사실과 일치해야 합니다.

변론기일이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이루어진 진술이어야 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선행 자백은 당사자 중 한 명이 자발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진술하고, 상대방이 이를 이용해 양측의 주장이 일치할 때 성립합니다. 이 일치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선행 자백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불리한 사실을 진술한 당사자는 상대방이 이를 이용하기 전까지 언제든지 그 진술을 철회하고 다른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른바 자인사실이라고 합니다(대법원 2016. 6. 9. 선고 2014다24752 판결 참조).


위와 같이 재판상의 자백은 변론기일 또는 변론준비기일에서 상대방의 주장과 일치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말합니다. 법원에 제출되어 상대방에게 송달된 준비서면 등에 자백에 해당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변론기일이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되거나 진술로 간주되면 재판상의 자백이 성립합니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다229870 판결 참조). 재판상의 자백이 있으면, 그 자백이 적법하게 취소되지 않는 한 법원도 이에 구속되므로, 법원이 자백 사실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88. 10. 24. 선고 87다카804 판결, 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다41869 판결 참조).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8다276027 사건에서, 원고 1은 이 사건에서 피고 2가 자신에게 공사 현장소장 업무를 맡기고도 10개월치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공사 과정에서 대신 지출한 경비 등을 변상해주기로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임금과 변상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피고 2는 제1심에서는 원고 1의 주장을 다투었으나, 원심에서는 원고 1의 청구원인사실에 포함된 근로계약 체결, 미지급 급여액, 대납 경비 변상 약정, 미지급 대납액 등의 주요 사실을 전부 인정하는 진술서를 제출하였고, 이 진술서는 원심 제1회 변론기일에서 진술로 간주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2가 주요 사실에 대해 원고 1의 주장과 일치하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서를 제출했고 그 진술서가 변론기일에서 진술로 간주되었으므로 재판상의 자백이 성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심으로서는 진술서의 내용, 진술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등 변론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 재판상의 자백이 성립했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원심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충분한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피고 2가 제출한 진술서가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 1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재판상의 자백과 그 구속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원고 1의 피고 2에 대한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8다276027 판결).


한편, 일반적으로 법정에서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은 증거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자백이 성립된 사실은 법원을 구속합니다. 그러나 이는 법률 적용의 전제가 되는 주요 사실에 한정되며, 사실에 대한 법적 판단이나 평가, 적용할 법률 또는 법적 효과는 자백의 대상이 아닙니다.이보람변호사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81514 사건에서, 원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이 몬트리올 협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주장했고, 피고도 제1심 제6차 변론기일에 "이 사건 몬트리올 협약 내용 중 책임제한 적용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건에 적용할 준거법이나 법적 판단 사항에 대한 의견일 뿐,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자백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을 당해 계약에 적용할 수 있다는 합의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합의는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송 절차에서 당사자 간의 일치된 의견 진술이 곧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로 성립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소송대리인이 그러한 합의를 하려면 소송대리권 수여 외에 별도의 정당한 수권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보람변호사 원심에서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운송계약에 관한 분쟁에 몬트리올 협약을 적용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운송계약이 몬트리올 협약의 적용대상이 아닌 이상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자백에 취소에 관하여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자백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라도 진술이나 서면의 명백한 오기를 정정하는 것은 자백의 취소가 아니므로 자유롭게 정정할 수 있습니다. 자백의 취소는 방어적 소송행위이므로, 그 요건이 갖추어져 있는 한 사실심의 변론 종결 전까지 가능하며 민사소송법에 의해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률심인 상고심에서는 원심에서 한 자백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착오는 자백한 사실을 진실이라고 잘못 인식한 것을 말하며, 사실의 착오와 법률의 착오를 포함합니다. 착오에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민법의 착오에 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자백을 취소하려면 자백한 사실이 진실에 반한다는 것과, 착오로 인해 그 자백 사실이 진실인 것으로 잘못 인식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판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재판상의 자백은 변론기일 또는 변론준비기일에 당사자가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을 상대방의 주장과 일치하게 진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일치 여부는 필요한 경우 석명권을 행사하여 변론 전체의 취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다26424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1두6431 판결 등 참조).


한편, 재판상의 자백에 대해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경우, 자백을 한 당사자는 그 자백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으며 착오에 기인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반대되는 사실을 직접증거로 증명하거나, 자백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을 추인할 수 있는 간접사실을 통해 증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백이 진실과 다르다는 증명이 있다고 해서 그 자백이 자동으로 착오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되지는 않지만, 자백이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실이 증명된 경우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그 자백이 착오로 인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다23013 판결,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4다13533 판결 등 참조).


만약, 공사대금 소송에서  피고가 단순히 정산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판단하여 자백의 취소 및 공사대금의 정산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는 것은 위법한 판결이 될 수 있습니다. 즉, 법원은 피고의 진술이 원고의 주장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석명권을 행사하여 변론 전체의 취지에서 판단해야 하며, 원고가 피고 주장과 같은 정산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공사대금이 기재된 공사도급계약서를 작성하고 송부한 경위, 서증의 기재에 의해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 등을 비롯해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공사금액의 결정 및 정산 과정을 보다 상세히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3다67679 판결).


나. 불요증사실(2) 현저한 사실 (공지의 사실, 직무상 현저한 사실)


공지의 사실은 통상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일반인이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로서, 법원도 이를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합니다(예: 일용노동자의 월평균 가동일수, 임금 인상 추세 등). 어떤 사실이 공지 사실인지 여부를 대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지에 관해, 판례는 이를 근거로 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심(2심을 말함)은 피고가 원고에게 본건 지상물인 입목매수청구권이 적법하게 행사된 날이 1965년 3월 26일이라고 인정하고, 따라서 입목의 가격을 산정할 시기는 1965년 3월 26일이어야 한다고 단정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사이에 물가 상승이 없다는 것이 공지의 사실이라 하여 1966년 2월 19일의 시가를 감정하여 이 가격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2심판결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1965년 3월 26일과 1966년 2월 19일 사이에 입목의 가격 변동이 없다는 것이 공지의 사실이라 함은 근거 없는 이론이라 할 수 있으므로, 원심 판결 중 원고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환송하기로 한 것입니다(대법원 1966. 10. 4. 선고 66다985 판결). 


한편, 직무상 현저한 사실은 대법원 1996. 7. 18. 선고 94다20051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수소법원이 그 직무상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거나 기록 등을 조사하여 곧바로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사실을 말합니다. 원심법원에 비치된 노동부의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1991년도, 1992년부터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보고서로 명칭 변경)와 노동부 국립중앙직업안정소가 발간하는 한국직업사전의 기재에 따르면, 원고가 종사하고 있는 연탄 소매업은 한국표준직업분류상 분류번호가 451-172이며, 이는 1991년 노동부 발간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상 직종 중(소)분류별 직종번호 45번에 해당합니다. 이에 종사하는 경력이 10년 이상인 남자의 1991년도 직종별 통계 소득은 월 평균 916,229원 정도인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위 사건에서 이보람변호사 대법원은 원심이 위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와 한국직업사전의 존재 및 그 기재 내용을 현저한 사실로 보아 이를 기초로 피해자인 원고의 일실수입을 산정한 조치는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6. 7. 18. 선고 94다20051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약간 다른 입장에서 판결을 한 사례도 있습니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에 따르면,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판결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그 민사 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 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는,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전제하였습니다.


위 사건의 원심은 관련 사건의 판결 이유 중에서 ‘소외인이 피고 회사를 설립한 경위’에 관한 인정 사실, 또 다른 사건으로서 관련된 사건 2개의 판결문 상 인정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위 사정들이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사건에서는 관련사건 3개의 제1심 및 원심에서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해 주장한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2심판결은 위 관련사건 3개의 판결이유에서 인정된 사실을 현저한 사실로 인정한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은 당사자가 제출하지도 않은 관련 사건의 판결이유 내용은 현저한 사실이 될 수 없다면서 파기, 환송을 한 사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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