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안녕하신가요
나와 호칭 사이 관계에 대하여
언니, (이름)님, (이름)씨, 작가님, 이름
나를 부르는 말들.
다양하게 불릴 때마다 해야 할 역할이 달라진다.
“언니”라고 불릴 때면 책임감을 떠안게 된다. 주로 동생들에게 불리기에 잊고 있던 첫째 병이 살아난다.
“(이름)님”이라고 불릴 때면
해야 할 일을 떠안게 된다. 회사에서 자주 불리기에.
“ (이름)씨”라고 불릴 때면
어색함과 긴장감을 떠안게 된다. 꼭 면접을 다시 보는 기분이랄까.
“작가님”이라고 불릴 때면
부담감을 떠안게 된다. 빨리 결과물을 제출해야 할 것만 같은 조급함과 함께.
호칭을 빼고 온전한 내 이름으로 불릴 때면
그나마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 봐주는 것 같다. 어떠한 것도 떠안지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온전한 내가 되는 건 아무래도 어려운 것 같다.
그럼 나는 언제 온전한 내가 될까?
내가 온전한 내가 될 때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직접 마주할 때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기에.
아침에 현관을 나서며 “오늘도 파이팅(짝짝짝)”이라고 말할 때면,
저녁에 화장실에서 발을 씻고 나와 로션을 바르며 “고생했어”라고 말할 때면,
그 누구에게 듣는 말보다도 힘과 위로가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기에.
오늘도 나는 나를 들여다본다.
오늘 컨디션은 어떤지
오늘 기분은 어떤지
오늘 마음은 어떤지
오늘도 나는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