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을 본 대한민국 수험생의 한 명이다 보니 입시와 관련된 뉴스가 나오면 눈에 자주 들어옵니다. 나쁜 이야기만 아니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뉴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연세대학교에서 수시 논술전형을 치르던 중 시험문제가 유출되는 사고가 생겨서였죠.
이 소식이 전해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무효 소송이 진행되었고 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해 줬습니다. 초유의 전형중단 사태가 발생했죠.
대략적인 사건 개요는 이러합니다.
지난 10월 12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실시된 수시 논술 자연계열 시험 도중 수학 문제가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당시 한 고사실에서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배부됐다가 회수되는 상황이 일어났죠. 그 과정에서 문제 내용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터집니다.
그 이후에 수험생 18명이 “재시험이 필요하다”라며 연세대를 상대로 법원에 논술 시험 무효 소송을 냈는데 법원이 이를 인용하게 되었죠.
게다가 논술 고사 당일 문제지에 수학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된 것이 발견돼 시험 종료 시각이 20분 늦어지는 일이 발생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사태입니다. 안 그래도 올해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와 더불어 자유전공학부의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민감한 이슈들이 많았는데 이런 사건까지 터져버려서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연세대에서는 선의의 피해자가 더욱 늘어난다며 재시험을 치를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 이 사태는 어찌 되었든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예견된 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대 논술전형은 355명 모집에 17,759명이 지원해서 5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치열한 전쟁터였습니다. 특히 연세대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없는 데다 학생부도 반영하지 않고 논술 성적만 100% 반영하는 방식이어서 지원자가 엄청나가 몰렸죠.
올해 전형에서도 10,444명이나 시험을 치르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수능처럼 제대로 된 고사장 관리가 될 리 만무했죠. 논술만 잘 보면 Y대 학생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누가 봐도 솔깃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렇게 수시전형을 치르면서 전형료로만 매년 수십억씩 챙기는 대학이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책이 없었기에 이런 사고가 터졌다고 무방합니다. 인터넷에서는 풍자 글도 있었습니다. '매년 수시 전형료 장사를 통해서 건물 하나씩 올리는 연세대가 이번에는 못 올리겠다'라고 말이죠. 사실 이런 문제는 한 대학에서만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관리 감독이 허술한 상황에서 프랑스식 논술고사인 바칼로레아를 도입한다고 주장한다는 건 어불성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대학교 한 곳에서 생긴 문제지만 전국적인 평가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뒷감당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당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고 공정한 절차를 마련하여 이런 오명을 벗어나는 일이 우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험생들이 신청해서 시험 효력이 중지되었는데 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대학교 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오늘 날짜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이번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이번 사건이 잘 해결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한 줄 요약 : 대한민국에서 바칼로레아 도입은 아직 머나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는군요. - 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