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반지 Sep 17. 2023

나의 주치의님, 나의 행복상담사님, 오 나의 아들님

김주무관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상담일지 첫 번째

8급 승진을 하지 못했다. 21년 1월 18일 임용이 된 나는 22년 겨울 첫 번째 승진타임을 놓쳤고 23년 여름 두 번째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직업 상담직은 22년 겨울, 행정직이 23명 승진할 때 2명이 승진했고, 23년 여름, 행정직이 23명 승진할 때 2명이 승진했다.  내가 속해있는 00청 기준이다.

 

심리상담 주치의에게 하소연했다.

"너무 기분이 안 좋아요."

주치의는 핸드폰을 하다 깜짝 놀라며 손짓으로 빨리 와보라고 했다.


주치의는 다정한 눈빛으로 물었다.

"무슨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 나한테 다 얘기해 봐요. 내가 들어줄게요. 어서 말해봐요. 모두 다"


나는 화가 난 목소리로 위의 상황을 전달했다.


주치의는 이해를 다 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기분 나빴겠어요.

그런데  저번에 나한테 어떤 사람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최소 3년 정도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김주무관님은 짧은 시간에 공무원이 됐다고 했었죠?"


"오래 공부해서 합격한 사람들 입장에선 김주무관님을 보면 지금 느끼고 있는 '화남'이 있었을 거 같아요. 그죠?"

"행운은 모두에게 같은 모습으로 오는 거 같진 않아요. 얼마 전에 김주무관님에게 왔던 행운을 기억해 봐요. 벌써 행운을 기대해선 안 돼요."


"김주무관님은 일 하는 거 좋아한다 했잖아요, 그러니 당연 곧 8급 될 거예요, 오늘 일은 빨리 잊어버려요.

깨끗이 씻고 김주무관님이 좋아하는 유튜브에서 골다듄다큐 한편 보다 보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리 했더니 분노는 가라앉았고 평온함이 스멀스멀 몰려왔다.


'그래, 열심히 하다 보면 8급 언젠가는 되겠지.

그리고 40년 살아봐서 알자나, 8급 되는 것보다 소중한 게 얼마나 더 많은지'   

"고마워요, 내가 잊고 있었던 거 알려줘서.

나의 주치의님"




상담일지 두 번째

친구와 대화를 하고 나서 기분이 상당히 나빠졌다.

나는 일이 좋아서 좋다 했는데 왜 거짓말하냐면서 누가 일을 좋아하냐면서 나의 생각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이 친구는 저한테 왜 이럴까요.?

나만의 삶의 방식을 인정해주지 않는 거 같아서 속상해요.

아무래도 서서히 멀어져야 할까요?"


주치의는 내게 그랬다.

"잘 생각해 봐요. 친구가 정말로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거 같았어요?

말할 때 표정을 자세히 떠올려 봐요."


나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얼굴 표정은 아닌 거 같긴 했다.


주치의는 "그 친구를 만난 기간은 어느 정도 돼요?"라고 물었다.


나는 "한 10년 정도 됐어요."라고 답했다.


주치의는 "아마도 10년 동안 김주무관님을 봐왔는데 그동안 친구가 쉰 적이 없었으니까 그게 안타까워서 그런 말을 했던 거 같아요.


 김주무관님이 10년이나 만나 온 친구라면 소중한 사람일 텐데. 그 친구한테도 김주무관님이 소중한 사람일 거고요. "


"일반적으로 쉬는 것이 나쁜 건 아니니깐, 그 친구는 소중한 사람에게 좋은 것을 추천한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요. 많이 기분 나빠하지는 말아요. 그 친구도 김주무관님이 행복하길 바라서 그런 거니깐요."


듣다 보니 친구의 마음을 알 거 같았다.

"주치의님 감사해요. 정작 중요한 것들을 자꾸만 놓치는 나를 일깨워줘서."

"오 나의 주치의님, 나의 아들님."

 

P.S 꼬꼬마 시절의 통통한 살들은 사라져 버렸지만,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나의 커버린 아들님.


채식주의자라 손이 많이 가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가끔 고기 먹어줘서 감사해요. 나의 열세 살 주치의님.^^


 

작가의 이전글 can't helping falling in lov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