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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버그, 사랑니, 러브 핸들의 공통점

우리가 불쾌한 진실에 예쁜 이름을 붙이는데 실패했다.

by Ellie



처음 '러브 버그(LOVE BUG)'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는 나는 넷플릭스에서 나온 새로운 시리즈 이름인 줄 알았다. 현대인들에게 '버그'란 곤충이 아니라 시스템 오류를 뜻하는 말로 훨씬 더 익숙하니까. 신나게 게임하던 중에 버그 때문에 빡쳐 본 경험, 다들 있잖나? 여기에 사랑이라는 감성적인 키워드를 붙여 놓으니 당연 넷플릭스가 가장 먼저 떠오를 수밖에.


「당신의 감정은 진짜(non-artificial)입니까?」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신종 바이러스, AI와 사랑에 빠져 현실을 등진 사람들, 가장 인간적인 감정마저 팔아먹는 거대기업—딱 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각이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은 내 상상보다 더 기괴한 디스토피아였다. 장르를 따지자면 환경 다큐멘터리에 가깝달까. 부제는 -스불재: 지구 온난화가 낳은 생태적 재앙-쯤 되려나.

주인공은 AI가 아니라 떼로 몰려다니며 며칠씩 교미 상태로 날고 먹고 모든 것을 해결하는 곤충이다.

풍기문란하기 그지없는 장관에 러브 버그라는 깜찍한 이름을 붙여준 인간의 언어적 농간에 울컥하던 그 순간.


문득 인간은 불편한 진실에 예쁜 이름을 붙이는 데 거의 편집증적인 집착을 보이곤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런 게 한두 번이었어야지?



불편한 진실에 예쁜 이름을 붙이는 편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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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연애하지 않을 권리> < 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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