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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Oct 19. 2020

감정은 순수한가

사고실험 12 감정에 관하여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 思考實驗];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진행하는 실험. 실험에 필요한 장치와 조건을 단순하게 가정한 후 이론을 바탕으로 일어날 현상을 예측한다. 실제로 만들 수 없는 장치나 조건을 가지고 실험할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두산백과


'사고실험' 서문

*먼저 읽으시면, 글을 즐기시는 데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감정은 순수한가

사진 1. 글을 쓰는 이유는 '사고실험' 서문에 나와있습니다.

     누구보다 감정적이다. 세상 속 작은 이야기까지 공감하고 슬퍼한다. 시사에 민감하며 국가에 대한 마음이 분노로 표출된다. 주변, 사소한 경사라도 함께 기뻐한다. 하물며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도 동생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이성이 앞선다는 오해를 받곤 한다. 아마 직감보다 계획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체성에 부정을 매우 예민해한다. 그럼에도 이런 평이 싫지는 않다. 왜냐하면 사회는 이를 더 쳐준다. 이렇게 나다움에 한 발짝 멀어진다. 정말 감정보단 이성적이어야 할까?

사진 2. 선천적인 감정은 분노, 혐오, 공포, 놀람, 슬픔, 행복이다.

     높은 지능은 다른 약점을 보완했다.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무리도 커졌다. 물리적 한계는 추상이 해결했다. 희애락을 함께하니 유대도 단단해졌다. 어느 날, 물을 길으러 아이와 함께 나선다. 한눈 판 사이, 아이는 사라졌다. 말 못 할 슬픈 감정을 보이며 무리에 돌아왔다.

     충격은 어느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 감정은 무리에 전염됐고 이제는 모두가 안다. 이처럼 경험에 의해 학습되지만 선천적으로도 가지는 감정이 있다. 공포를 느꼈을 때 동반되는 표정으로 무리에 위험을 알린다. 슬픔과 행복은 기분을 드러내 집단에 적응을 돕는다.


     아프리카 힘바족을 대상으로 감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게 받아들였다. 이는 다른 문화권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한마디로 보편적인 감정은 없다는 말이다. 특정 사회와 문화에서 유용함이 인정된 산물이다. 심지어 뇌 속, 어떤 부위도 감정을 담당하지 않는다. 생존에 직결된 중요한 정보를 처리하는 효율적인 방식일 뿐이다.

     17세기, 한 학생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렸다. 방법은 없었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고향으로 떠난다. 하지만 도착할 때쯤 거의 회복된다. 향수병을 앓고 있었다. 그 후 마지막 사례는 1차 세계 대전 프랑스에 있던 미군이다. 통신과 교통이 발달해 거리감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정은 환경에 맞게 변한다.

사진 3. 현대의 틀을 만든 프리드리히 니체,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리고 카를 마르크스.

     우리가 가진 사상과 문화를 만든 유학에서는 성선설 즉, 인간은 애초에 선한 마음이 있다고 한다. 이를 사단(四端)인,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 사양지심(辭讓), 시비지심(是非)으로 표현한다. 특히 측은지심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인 연민을 말한다.

     그리스도교에서 예수께서 불쌍한 인간들을 구원하고 죄를 대신하기 위해 인간이 됐다. 제자들에게 사랑과 연민을 가르치고 실천했다. 불교는 석가께서 생로병사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며 연민을 느꼈다. 직접 부처가 되어 자비와 지혜를 주었다. 이 사상은 그리스도교에서 추구하는 사랑과 같다.


     학자, 데이비드 흄은 윤리가 가진 최후는 동정심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를 연 니체가 가진 시선은 부정적이다. 동정은 우월감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처지를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덕은 주인과 노예, 두 실체 있다고 봤다. 전자는 여유에서 나오는 의지로 선한 행동을 한다. 하지만 후자는 동정과 연민을 받는 사람들이 선하고 보호받아야 할 약한 존재라고 말한다. 이로 인해 사람을 더욱 약하게 만든다. 처럼 감정에서 특히 연민이 많이 논의되고 종교에서도 제일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 4. 물론 연민과 동정 그리고 공감의 의미는 다르지만 이 글에서 단어에 중점을 두고 있지 않으니 혼용되어 사용될 수 있습니다.

     타인을 보며 처지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을 연민이라고 한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그들을 걱정하고 사랑한다. 이 감정이 작용해 상대를 배려하고 약자를 위해 행동한다. 우리가 가진 인간성에서 이를 제하면 설명이 힘들 정도다. 종교도 도덕도 없던 시절, 집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민을 통해 서로를 도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는 이기적 유전특성 때문이다. 혈연관계로 출발한 집단에서 친족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면 그들을 돕는다. 이는 결국 스스로를 돕는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집단을 너머 사회에서는 이타주의로 변했다. 그들을 도움으로써 언젠가 돌아올 선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연민 자체가 가지는 특별함은 없다. 단지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라고 결정되는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하다.

사진 5. 한나 아렌트는 독일 출신의 정치 이론가이자 철학자이다. 가장 유명한 그녀의 저서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이다.

     불치병에 걸린 어린 소녀가 '치료를 받고 싶다' 말하는 인터뷰를 보여주며 실험은 진행됐다. 대부분이 치료 순서를 다른 아이보다 소녀가 우선이 되기를 원했다. 이처럼 공감은 공정보다 강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한계 때문에 공평하지 못하고 좁은 시야를 가지게 된다.

     공감하기 쉬운 상대는 매력이 있거나 약자와 같이 무섭지 않은 사람이다. 물론 교육을 통해 약간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인식을 가진 장애인을 대하는 방식이다. 좋은 의도로 그들을 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본인 기준일 뿐이다. 결국 우월감 피력에 불과하다.


     세계대전 전범 재판이 진행되며 모두가 감정에 휩싸였을 때 한 사람 만이 다르게 생각했다. 유태인 학살 책임이 있는 아이히만을 보며 악행에 대한 평범성을 세상에 알렸다. 만약 아렌트가 남들과 똑같이 이성이 멀었다면 역사는 되풀이 됐을지도 모른다.

     공감이 없을 때 오히려 공정한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다. 정의를 상징하는 여신은 현혹되지 말라는 의미에서 눈을 가리고 있다. 이처럼 공감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이성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인 폴 부름은 말한다.

사진 6. 제임스 팰런은 UC 얼바인 의과 대학교수이며 사이코패스를 연구하는 뇌 과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사이코패스에 관한 이야기를 TED와 저서인 괴물의 심연에서 풀어냈다.

     무의식이 발견되면서 우린 더 이상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게 됐다. 하지만 근대는 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성을 선택했다. 이를 토대로 현대 문명을 건설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가진 본능은 이성과 공존을 꺼려했다. 불안으로 왜곡된 소문은 사이코패스에 대한 두려움이 되었다.

     감정을 배제하고 오로지 이성으로 작동해 우리를 도구로 전락시키고 유희 대상으로써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불려지는 정신의학적 진단명은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우리가 아는 사실과 다르다.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는다. 대부분은 인지하지 못한 체 살아간다. 게다가 살인과 같은 중범죄는 일반인 비율이 더 높다. 범죄는 이득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가 가진 특성을 연구하던 팰런은 의심스러운 뇌 사진을 발견다. 하지만 사진 속 이름은 팰런이었다. 평범했던 인생을 돌아봤다. 의대생 시절, 파티를 즐기던 중에 살인 현장을 목격다. 피해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옷은 피범벅이 됐다. 그 후 현장을 인계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음주가무를 즐겼다. 오히려 더 즐거웠는데, 이유는 이런 일을 경험한 흥분 때문이었다.

     이러한 특성은 어린 시절 쉽게 발견되며 적절한 환경과 치료가 있다면 평범해진다. 팰런도 화목하고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환경은 그들을 괴물로 만들기 충분하다. 지금처럼 남을 불신하는 경쟁 사회는 그들이 가진 특성을 촉발시킨다. 게다가 가족해체 현상이 늘어나고 사회에서 용납되는 수위 높은 폭력은 특성 없는 이들마저 변화시킨다.

사진 7. ‘동정심 피로’란 심리학의 용어로 상담가가 정신 문제를 가진 환자를 만날 때 겪기 쉬운 일종의 부작용을 일컫는 말이다. 일명 돌보미 번아웃이라고도 한다.

     조직을 구성하는 세 가지 분류가 있다. 받는 사람, 맞추는 사람 그리고 주는 사람. 대다수가 맞추는 사람이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라는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조직에서 가장 안 좋은 지표는 주는 사람을 가리다. 하지만 동시에 최고이기도 하다. 희생을 통해 조을 향상시키고 이끄는 사람은 주는 사람이다.

     이들처럼 공감 능력이 높을수록 동정심 피로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사람은 이들처럼 동정선천적으로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남을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발휘되기 힘들다.


     인격 형성는 조건은 타고난 기질과 문화다. 오직 연민이 동기가 되는 사회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 좁은 시야를 극복하고 만인에 대한 동일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로써 더 나은 세상을 다음 세대에게 전할 수 있다.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학, 사상, 경제도 중요하지만 이는 도구다. 이를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좋은 감정이 필요하다. 어려운 사람을 보고 아이에게 누군가는 저렇게 되지 말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도와야 한다고 한다.

사진 8

     개인이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 결국 사회가 발전한다고 하지만 절대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타적인 행동만이 인간성을 가진 좋은 사회를 만든다고 믿는다. 우리 민족이 가진 정서는 정(情)이다. 언젠가부터 길을 묻는 행인을 피하고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얼굴도 모르고 지낸다. 우리가 가진 정서는 무엇이었고 없다면 우린 무엇인가?


     모두가 같은 판단을 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는 법과 도덕이나 문화라는 틀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면서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산물인 감정처럼, 우리 사회에 어떤 감정이 돌아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아이에게 착하게 살라고 하면서 경쟁을 유도한다.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우리를 희생하까지 한다. 정작 정말 중요한 그들이 살아갈 세상은 우리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감정은 중요하고 소중하다. 그렇기에 이 감정이 동기가 되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합리화를 통해 판단한다. 애초에 모든 생명은 이기적이기에 섣부름은 위험하다. 좋은 감정과 이성만이 이를 이타적으로 만든다. 어른들이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려준 작가가 남긴 말로 마무리하겠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가져오게 하고,

시키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끝없이 펼쳐진 광월한 바다를

갈망하도록 가르쳐.


- 생택쥐페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논리적 비약과 모순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떤 주제에 대해 단지 여러분들과 대화하고 생각하실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진 출처

썸네일 : https://unsplash.com/photos/1JoH9hX1Gqo

사진 1 : https://unsplash.com/photos/nVUz36p4q4A

사진 2 : https://unsplash.com/photos/DNkoNXQti3c

사진 3 : https://unsplash.com/photos/Ju-ITc1Cc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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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 https://unsplash.com/photos/xN0INdwHA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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