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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Jan 23. 2021

사람은 변할까

사고실험 13 본성에 대하여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 思考實驗];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진행하는 실험. 실험에 필요한 장치와 조건을 단순하게 가정한 후 이론을 바탕으로 일어날 현상을 예측한다. 실제로 만들 수 없는 장치나 조건을 가지고 실험할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두산백과


사람은 변할까

사진 1.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상여씨 인터뷰와 최근 출소한 성폭행범 조두순이 조사 과정에서 한 말.

     "수녀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살인자라고 해요. 그런데 수녀님 한 분만 내가 살인자가 아니란 걸 믿어주시면 저는 소원이 없겠습니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이보다 더한 세월이 지났다. 하지만 용서를 말했다.


     "제가 15년, 20년을 살고 70살이 되더라도 교도소에서 운동 열심히 하고 나올 테니 그때 봅시다."

     같은 복수 같아 보인다. 하지만 입에 담기 어려운 흉악범이 한 말이다. 같은 시간 동안 누구는 군자 이상이 되었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과거에 이런 소식을 들었을 때, 할 줄 아는 건 분노뿐이었다. 이제는 생각하고 쓸 수 있다. 사람은 정말 안 변할까?

사진 2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시대를 관통하는 무언가 있다. 때문에 성인(聖人)은 이를 추구했고 가르침은 고전이 되었다. 성품(性品)을 칭찬할 때도 한결같은 사람이라 한다. 변하지 않음은 이상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은 부정적인 뜻으로 격언처럼 사용된다. 특히 뒷담화에서 주된 주제다. 대화에서 대부분은 남 얘기다. 이는 우연일까?  

     호모 사피엔스가 활동한 시기에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다른 인간 종(種)도 있었다. 우리에게 신체적 우위는 없었다. 그들 또한 집단생활을 했다. 그들 규모에는 최대가 있었지만 우리는 한계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뒷담화로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며 만물의 영장이 됐다.


     인간은 3살부터 남을 평가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는 본능적인 행동으로 여겨진다. 우린 이성적인 존재라고 믿지만 모든 행동은 본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생존에 직결된 서열이다.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남을 비방해서 손상된 지위감을 회복한다. 지위를 높이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는 수월하다. 그렇다면 뒷담화는 나쁠까?
     정보 수집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같은 생각을 공유할 때 친밀감이 높아진다. 특히 주제가 긍정보단 부정적일 때다. 또한 지위감에 도전을 받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는 데 뒷담화는 이를 줄여주는 호르몬이 나온다. 우리를 자연과 사회에서 살아남게 해 줬다. 이래서 이런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변한다는 걸까?

사진 3
"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키는 용기를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라인홀드 니버

     역사적으로 시대상을 인간 본성으로 여겼다. 기독교는 근검을 강조했다. 이는 서양 인간관에 근간이 된다. 중세에 상업이 융성해지자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며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 그렇다면 진짜 본성은 무엇일까?


     서양에서는 17세기부터 지금까지 주류는 선악(善惡)이 아닌 백지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는 성선설과 성악설이 주로 대립했다. 본성에 대한 의견이 매우 달라 보인다. 하지만 철학자들이 말한 공통된 의견이 있다. 본성이 어찌 됐든, 결국에는 변한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본성은 변할까?


     유전에 따라 타고나는 본성과 환경에 영향을 받는 성격을 구분해야 한다. 유전은 환경에 의해 수정되기 때문에 고정적이지 않다. 또한 잠재적 특성은 환경에 의해서 발현된다. 정체성은 본성과 성격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의해 형성된다. 그래서 우리는 변한다. 그런데 왜 안 변한다고 느낄까?

사진 4

     사회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을 요구한다. 게다가 정신적 피로가 동반되는 노동이 대부분이다. 피곤한 뇌는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그동안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고 가정했다. 의문은 여전했다. 결국 우리는 고정관념과 편에 휘둘리는 존재였다.

     편향으로 이를 설명한다. 도전적인 정보가 아닌 호의적인 정보만 찾는다. 정보가 가지는 객관성은 상관없다. 게다가 SNS는 이를 악화시켰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만나 활동하며 폐쇄적인 울타리를 만든다. 이때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까지 작동한다. 특히 부정과 합리화다. 이솝우화에서 여우와 신 포도가 대표적으로 이를 설명한다. "분명 저 포도는 시어서 맛이 없을 거야."


     가장 큰 이유는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 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감성적으로 보이지만 매우 과학적인 말이다. 깊이 아는 것은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 정보가 갖는 중요도까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자연에서 인간은 경쟁했다. 적응하며 환경에 맞게 변했다. 가장 오래된 목적인 생존을 위해 집단을 만들었다. 이제 경쟁상대는 어제까지 같이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실패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돌아보며 그 경험을 받아들였다.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다. 이런 가치관이 없는 사람은 상대가 변했다는 관점이 없기에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범죄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

사진 5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는 공정성 문제도 있지만, 죗값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말 부족할까? 형법 개정 전에 최대 유기징역형은 25년이었다. 당시 기대수명이 50세가 안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못 살았다. 먹을 것이 없어 범죄자가 된 아이들에게 사회 진출을 막는 것은 시대상으로 너무 가혹했다. 소년법을 제정해 처벌보단 교화에 집중했다.


     개정되어 최대 형량은 50년이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2~3배다. 하지만 대부분 미국과 비교를 한다. 그러려면 많은 교정 시설과 세금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세율 인상과 근처 교정 시설 입점은 반대한다. 사회적 손실이 심각하여 이를 감안할 정도면 당연히 해야겠지만 우리 치안 수준은 세계 제일이다. 이런 엄벌주의는 복역 기간이 길면 사회 복귀 후 재사회화 과정이 어렵다. 그만큼 재범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징벌은 범죄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 그래서 현대 형벌관은 교화와 재사회화에 중점을 둔다.


     결국 강력한 처벌과 열악한 처우로 죗값을 치르게 한다는 것은 결국 복수를 의미한다. 사형제도를 폐지했고 무기징역이 아니라면 언젠간 그들은 사회로 돌아온다. 만약 그들이 가혹한 처벌만 받고 달라진 게 없다면 그들에게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당연히 믿음이 배신당할 때가 더 많지만, 그들이 달라지지 않을 거란 믿음마저 없다면 정말 세상은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찰 지도 모른다.

사진 6

     물건은 본질이 있다. 목적에 따른 쓰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실존한다. 태어난 이유는 없지만 아닌 살아갈 목적을 설정할 수 있다. 반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게다가 타인에 의해 변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잘 보이기 위해 변화하려 노력한다. 사소한 변화도 쉽게 찾아낸다. 이럼에도 사람은 안 바뀌는가?


     범죄자와 같이 피해와 상처를 준 사람도 바뀌길 기대해야 할까? 우리가 아닌 그들이 노력해야 한다. 죗값을 치렀다고 죄가 없어지길 바라는 것은 착각이다. 잘못한 사람이 사과를 할 때 피해받은 사람은 받아줄 의무가 없다. 우리가 느꼈을 때 자연스럽게 포용이 가능하다. 만약 그들이 노력이 없다면 우리는 그들을 다시 사회에 포용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 순간에 가장 솔직한 말을 한다. 성인께서는 모든 것은 변하기에 계속 노력하라 하셨다. 자연에서 유일한 사실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원래 진리란 단순한 거 아닌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논리적 비약과 모순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떤 주제에 대해 단지 여러분들과 대화하고 생각하실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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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unbar, R. I., Marriott, A., & Duncan, N. D. (1997). Human conversational behavior. Human Nature, 8(3), 231-246. doi:10.1007/bf0291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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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obbins, M. L., & Karan, A. (2019). Who Gossips and How in Everyday Life?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1(2), 185-195. doi:10.1177/194855061983700

11. 김동환. (2020, December 01). "제가 아무리 20년 옥살이를 했어도...용서해드리고 싶습니다".
12. 김종열. (2019, June 12). 엄벌주의에도 늘어나는 강력범죄... 중한 처벌 효과 있나.
13. 문유석. 문유석 판사의 ‘법정일기'.
14. 이진구. (2019, May 07). 처벌과 교화 사이... 포기해선 안될 '우리의 믿음'을 보았다.

15. 이호중. (2008, July 16). 엄벌주의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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