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일그러졌다. 동양은 총명하고 용감함을, 서양은 반인반신을 영웅으로 여겼다. 공동체가 가진 뿌리와 정신을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 내면에 자리 잡아 의지와 용기를 주는 심상이기도 하다. 영웅은 시대적 요구에 응답한 표상이다. 난세에 혼란을 바로잡고 정의를 세운다. 역사적인 영웅들은 대게 전쟁 영웅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침략자다. 원주민을 학살한 미국 대통령은 노예 해방으로 영웅이 됐다.
풍요는 방심을 유도했다. 늘어난 인구로 낙원은 지옥이 됐다. 이를 경고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몰락을 막지 못한 죄책감이 그를 각성시켰다. 이런 비참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계획을 세웠다. 생명이 존재하는 목적은 생존이다. 무작위로 선정된 인구를 줄여 나머지를 살린다. 하지만 남은 사람에겐 슬픔과 불행이 찾아왔다. 감정 따위는 사소하다. 지구적 존재인 우리가 우주적 정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정의에 서서 악을 보고 악행을 펼치면서 정의를 외친다.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고 법이 정의를 행한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니체는 악과 싸우려면 악마가 되라고 했다. 스스로 악마가 되어 정의를 지킨다. 하지만 악으로 불리는 자는 이렇게 말한다. 제도는 지배자들이 만든 눈속임이다. 모두가 평등해지려면 사회가 무너져야 한다. 그렇기에 악행을 펼친다. 과연 누가 정의를 행하는 걸까?
사진 2. 토마스 홉스, 장 자크 루소, 존 로크, 제러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철학은 과학을 근거로 한다. 당시에는 자연을 의인화했다. 만물은 목적이 있기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목적으로 정의를 봤다. 적합한 자에게 적합한 보상을 준다. 하지만 관념은 계량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정의를 실현할 정치를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기득권은 스스로를 위한다. 민주주의자들은 인기를 위한 정치를 한다. 그래서 시민은 미덕을 키우고 공동체를 위한 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발생하기 전에 인간은 필요한 권리를 얻지 못한다. 사회계약을 통해 국가는 이 권리를 보호할 정당성을 가진다. 대표적인 주장으로 홉스는 "자연 상태에서는 만인에 대한 투쟁을 하는데, 계약을 통해 국가가 설립되어 이 상태가 끝났다." 루소는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을 원하는 일반의지가 있다." 그리고 로크는 "사회에서 최고 권력은 시민에게 있고, 정부가 부정의 하다면 정부를 바꾸는 저항권이 있다."
인간은 쾌락을 원하고 고통을 피한다. 쾌락을 효용이라고 한다. 수치화해서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리주의에서 정의는 효용을 늘리는 것이다.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을 주창한 벤담은 모든 쾌락은 질적으로 같기에 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쾌락과 고통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그래서 비교가 불가능하다. 밀은 양보단 질에 중심을 뒀다. "만족한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
효용은 개인에게 판단되기에 개별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자유를 행사하고, 제한되는 범위를 고민했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범주에서 행해진다. 한 가지 생각을 강요하고 다른 생각을 탄압하는 다수의 횡포를 경계했다. 시민은 내면의식, 개별성, 결사에 대한 자유가 있다. 어느 사회든 소수의견은 무시된다. 하지만 이런 의견이 모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 생태계든 사회든 다양성만이 살아남는다.
사진 3. 임마누엘 칸트, 존 롤스
과학혁명으로 자연이 법칙에 지배된다는 기계론적 사고가 출현했다. 더 이상 세상을 목적과 의미로 설명하지 않는다. 칸트가 말한 정의는 이렇다.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라." 이를 실천하는 동기는 끌림이 아니라 의무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여기서 자유는 본능과 사회적 관습이 아니다. 이성으로 세운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이 원칙에 따라 의무적으로 행동한다.
정의로운 사회라면 자유롭게 삶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개인이 완벽히 평등할 수는 없다. 롤스는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는 정의를 이어받았다. 평등한 조건이 전제하는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다. 선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평등을 용인하면 안 된다. 유명 농구선수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가 사회로부터 인정받은 업적과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개인이 가진 능력은 온전히 개인이 아니라 사회 자산이기도 하다. 특히 운은 이런 불평등을 만드는 근원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공정한 기회균등이 보장되기 위해 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적인 이익이 아닌 전체적인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공적 이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합의가 이루어진 사회를 정의롭다고 할 수 있다. 정의란 본질적으로 공정함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사회계약은 전통적으로 자연 상태를 전재했다. 롤스는 운처럼 우연적인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원초적 입장을 가정했다. 계약 당사자는 자신이 처할 사회적 조건을 알 수 없는 무지의 장막에 놓인 상태다. 현실성을 위해 이들은 합리적이면서 이기적이다. 합의에서 자신이 최소 수혜자가 될 수 있어, 이익보단 피해를 최소화한다. 모두가 동등한 자유와 불평등을 갖는 원칙이 도출된다. 중립적이기에 정의롭다고 할 수 있다.
사진 4
인류가 지금까지 논의한 정의는 어떻게 분배할지였다. 고대는 적합성을 따진 목적론적 정의가 본성에 따라 사회가 역할을 결정한다. 노예와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일은 당연했다. 근대에 들어와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이라는 구호로 사회 정의가 됐다. 하지만 단지, 쾌락과 고통으로 단순화해 측정하는 오류를 범한다. 사람을 존중하지 못하고 오히려 희생이 당연시된다. 이는 정의와 거리가 멀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국가는 중립을 지키고 개인이 스스로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했다. 낙오자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불평등 해소가 논의됐다. 이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는 하지만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 시민들이 사회적 안정망을 만들거라 생각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서 기본 상식은 경쟁이다. 자유를 존중하라는 정의만 외칠 뿐 울림은 없다.
신분제가 분명하던 시절에 절망은 무뎌져 체념뿐이었다. 하지만 돈은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냈다. 능력만큼 보상이 따르는 새로운 질서가 탄생했다. "노력은 성공"이라는 신념을 가진 이들이 명문대에 진학했다. 능력 있는 소수가 다수가 할 일을 해낸다. 상류층은 더 이상 부가 아니라 능력을 가지게 된다. 단순히 능력을 통해 사회적 인정이 아닌 지배 질서를 정당화한다. 이런 사회는 공평한 교육 기회 제공이 필수다.
하지만 돈으로 환경을 살 수 있다. 심지어 기회가 동일해도 선천적인 조건이 달라 공평한 조건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기회가 평등하다고 생각될수록 승자는 노력 덕분이라 생각한다. 패자는 스스로를 탓하며 무기력해진다. 비참한 삶을 사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은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존재로 수긍된다. 능력주의는 능력에 따라 인정을 받는 것이지 무시를 위한 게 아니다.
사진 5. 앨러스터 매킨타이어, 마이클 샌델
고학력자는 굳이 임금이 낮은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 다양성보단 돈을 좇는 형국이 됐다. 이런 믿음이 강할수록 대물림하려는 시도는 강해져 계층 이동이 어렵다. 집단 사이에 간극으로 공통된 문화를 경험하지 못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정치적 힘을 가진 상류층은 더 이상 하위층을 대변하지 못한다. "능력은 노력"이라는 오만을 타파해야 한다. 부와 명예를 갖지 못한 평범함에도 다시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
매킨타이어는 인간을 서사적 존재로 설명한다. 우리는 다른 삶에 포함되어있다. 사회계약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연대가 있다. 우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도덕적으로 묶여있다. 가족과 민족이 남긴 다양한 유산에 기대와 의무를 물려받는다. 이는 우리 삶을 기초하고 구성하며 출발점이다. 이를 공동체주의라고 한다. 구성원이 미덕을 키우고 역할과 책임을 다한다. 공동선 추구를 위해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정의가 실현된다.
기찻길에 인부를 구하는 도덕적 난제는 한 가지 생각으로 풀어지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제시된 정의는 시원하지 않다. 샌델은 시민들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도출된 합의로 사회 정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결론은 아니더라도 과정은 정의롭다고 볼 수 있다. 국가와 시장은 도덕적 한계가 있다. 불평등에 맞서는 자발적 연대가 필요하다. 정의로운 사회는 헌신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만들어진다.
과거부터 학구열이 강했다. 신분사회임에도 공부로 출세할 수 있었다. 일본이 탄압해도 죽음보다 교육을 소중히 여겼다. 독재정권이 금지해도 세상을 밝히기 위해 읽었다. 하지만 자유에는 능력이라는 함정이 있었다. 본능을 자극하듯 어디보다 고도화됐다. 땅이 좁아 생활 영역이 비슷하고 통신이 발달해 같은 것을 본다. 간극은 없다. 공부만 잘하면 출세한다. 출발선은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다.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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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말했다. 모든 것은 변하니 영원한 것을 쫒으라고. 하지만 정의는 시대상에 따라 변한다. 철학은 여러 생각이 충돌할 때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된다. 스스로 내린 정의를 진리처럼 행하면 상반된 생각과 부딪힌다. 하지만 편이 생기기도 한다. 그들식 정의 실현 과정에서 모든 수단은 정당화된다. 사회는 이렇게 병든다. 정의로 득과 실을 보는 집단이 있다. 결국 범주가 존재하고 상대적이다. 모두를 위한 정의는 없다. 역사 속 지성들이 여러 가지 견해를 내놨지만 결국 한 가지는 같았다. 구성원들이 서로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정의를 도출해야 한다. 논쟁은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정의의 여신은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공평함과 불의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다. 정의에 대한 간절함은 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우리는 정의를 정의하지 못한다. 하지만 느낄 수 있다. 인정은커녕 온갖 시해에 시달렸다. 하지만 백성을 지키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개혁을 위해 농민들이 일어났다. 무능한 나라님이 외세를 끌어들였다. 막으려 했지만 불가능을 알았다. 그럼에도 절망뿐인 우금치로 향했다. 해방될지 몰랐다는 변명에도 끝까지 투쟁했다. 누군가 정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세상은 돌아간다. 누군가 정의를 지키기 때문이다.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는 갈증이 난다는 증거다.
때론 진실만으로 부족할 때가 있다. 불의 속에서도 본인 손은 더러워졌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을 가르쳤다. 철없던 우리가 커보니 거짓임을 알았다. 부모들은 위선자일까? 이제 우리에게 부모가 보이고, 철없이 서있는 아이에겐 우리가 보인다. 우리는말한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우주에 있는 지적 생명체 중에 아마 가장 하찮을 수도 있다. 우리가 선택한 방식은 세대를 넘어 기억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정의라는 희망을 전해주어야 한다. 시대상이 달라 요구가 다를지라도 어느 영화 대사처럼,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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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비약과 모순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떤 주제에 대해 단지 여러분들과 대화하고 생각하실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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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임마누엘 칸트. (2018). 도덕형이상학. 한국칸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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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Avengers: Infinity War. Directed by Anthony and Joe Russo, performances by R. Downey Jr., C. Hemsworth, M. Ruffalo, C. Evans, S. Johansson, B. Cumberbatch, D. Cheadle, T. Holland, C. Boseman, P. Bettany, E. Olsen, A. Mackie, S. Stan, D. Gurira, L. Wright, D. Bautista, Z. Saldana, J. Brolin, and Chris Pratt, Marvel Studios, 2018.
16. The Dark Knight Trilogy. Directed by Christopher Nolan, performances by Christian Bale, Heath Ledger, Aaron Eckhart, Margaret Gyllenhaal, Gary Oldman and Michael Caine, DC Comics and Warner Brothers,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