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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Feb 27. 2021

무엇이 진짜일까

사고실험 14 인식에 관하여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 思考實驗];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진행하는 실험. 실험에 필요한 장치와 조건을 단순하게 가정한 후 이론을 바탕으로 일어날 현상을 예측한다. 실제로 만들 수 없는 장치나 조건을 가지고 실험할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두산백과


무엇이 진짜일까


사진 1
"예수께서, 어찌하여 두려워하고 의심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나를 만져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누가복음 24장 38-39절

     

     생각하려는 강박이 있다. 대상은 떠올려지는 모든 것이다. 천재가 아니기에 완벽하지 않다. 빈틈은 사실과 논리로 채운다. 하지만 세상은 날고 기는 사람 천지다. 맞는 말이라면 수용한다. 단지, 믿었던 진리가 부정당한 기분이다.


     덮어놓은 위기는 언젠가 터진다. 외면한 대가는 혹독하다. 압박감은 임계치를 넘었다.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하지만 해결해야 했다. 언제 벌어진 일인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나서 눈을 떴다. 꿈이었다. 생생함은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났다. 자유로움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낙원 같은 이곳을 신선이 되어 나비처럼 거닐었다. 이 역시 꿈이었다. 허탈한 감정은 뒤로했다. 잠을 깨기보다 다시 달콤함을 맛보려 했다. 현실을 부정했다. 나비 꿈을 꾼 건지, 나비가 사람 꿈을 꾸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진짜일까?

사진 2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아테네에 귀환 한 테세우스의 배를 오랫동안 전시했다. 판자가 썩으면 새 것으로 교체했다. 시간이 흘러 원래 판자는 없고 모두 새 것으로 교체됐다. 이것은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인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감각이 자극을 받아 전기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부족한 정보는 시각이 보탠다. 두개골에 갇혀있는 뇌는 세상을 이런 식으로 본다. 똑같은 것을 봐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다. 뇌는 생존을 목적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인지보다는 예측이 대부분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우리는 늘 환각에 빠져있다.

     과학 혁명이 일어날 때는 우리가 가진 경험과 지식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 인식 체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지식이 습득된다. "세상에 무엇이 존재하는가"에서 "무엇이 세상을 인식하는가"로 전환됐다. 보통은 감각으로 지각하고 안다고 한다. 하지만 보거나 느낀 것에 불과하다. 본질과 원리를 이해하는 게 아는 것이다. 철학자들은 이렇게 착각하는 인식을 명확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식론은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질문이다.


     플라톤은 사람들에게 의자를 그려보라고 한다. 각기 다른 모양으로 그릴 것이다. 이유는 개념(IDEA)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개념에 의해 의자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플라톤은 개념이 실체라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히려 현실에 실체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의자를 보고 개념을 얻기 때문이다. 철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다. 이렇게 이성을 사용해 합리주의와 경험주의라는 관점을 발전시켰다.

     자연을 이해하려면 자연을 서술하는 언어가 필요하다. 당시 과학은 자연철학으로 불렸다. 애초에 학문들은 철학에서 파생되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정립됐다. 특히 물리학은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탐구한다. 학문을 정립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지해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갈릴레오가 마찰력을 발견했다. 오히려 멈춘 것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류가 되지 못했다. 이에 의심을 품은 데카르트는 생각했다.

사진 3

     모든 것을 의심하여 의심할 수 없는 것을 찾아낸다. 방법론적 회의로 절대 진리를 찾아 그 위에 확실한 철학을 구축하려 했다. 진리는 영원불멸해야 한다. 감각은 주관적이다. 그래서 확실하지 않다. 일반적인 관념은 인위적으로 만든 허상이다. 보편적인 진리는 악마가 착각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리가 아니다. 하지만 악마는 나를 속인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존재한다 (cogito ego sum).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생각은 당시 세상을 설명했다. 이를 데카르트만 거부한 게 아니다. 뉴턴은 세상에 흩어진 지식을 모았다.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갈릴레오가 상상하고 데카르트가 생각한 관성의 법칙을 완성했다. 하지만 밤하늘에 있는 별은 다르게 움직였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실마리를 얻었다. 사물들이 서로를 당기는 힘인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공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사과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게 당연했었다. 이유는 몰랐다. 베일에 싸인 영역에는 신이 있었다. 하지만 뉴턴은 사과가 위치한 정보를 안다면 왜 그리고 어디로 떨어지는 지를 설명할 수 있었다. 베일을 거둬냈다. 그곳엔 신은 없었다. 이제 예측 가능한 세상이 됐다. 자연철학이라 불리는 물리학을 단순히 생각에서 벗어나 수학이라는 언어를 이용해 진리를 계산했다. 모든 현상 운동으로 설명하는 고전역학이 탄생했다.

     물리학은 실험과 관찰로 검증 가능한 지식을 구축했다. 여전히 철학은 애매모호함이 있었다. 칸트는 철학을 이성으로 증명 가능한 학문으로 정립하려 했다. 이성은 스스로 만든 것만 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이성이 가진 한계를 명확히 했다. 감각을 통해 경험한 것을 개념화하여 인식한다고 생각했다. 감각을 사용하면 대상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대상이 가진 본질을 알 수 없다. 인식 가능한 범위 내에서 노력해야 한다. 한계를 벗어나면 잘못된 추론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물을 탐구해서 주체를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칸트는 주체를 탐구해서 사물을 이해하려 했다.

사진 4-1, 사진 4-2, 사진 4-3

     고전역학은 우리가 사는 세상인 거시 세계를 잘 설명한다. 기독교 세계관인 서양은 이분법적 사고가 익숙하다. 물질인 입자와 움직임인 파동은 양립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뉴턴은 빛이 입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빛이 입자이자 파동임을 확인했다. 여기서 단지 수긍하면 과학자가 아니다. 물질에도 이중성을 확인하는 이중 슬릿 실험이 실시된다.

     구멍이 두 개 있는 판에 전자를 발사한다. 입자라면 한 번에 한 구멍만 통과하기에 벽에 두 줄이 형성된다 (사진 4-1). 파동이면 구멍 두 개를 동시에 지나기에 줄무늬가 여러 줄 생긴다 (사진 4-2). 전자는 물질이다. 하지만 파동 무늬가 형성됐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전자가 어떻게 통과하는지 관찰했다. 똑같은 조건이었지만 입자처럼 행동했다. 찰하지 않고 다시 실시한 실험에서는 파동처럼 행동했다.


     물질인 전자는 관측당하기 전까진 파동처럼 행동한다 (사진 4-3). 파동은 흐름이라 위치가 없다. 위치를 알아야 예측 가능한 고전역학은 이를 설명할 수 없었다. 물리 이론은 설명 가능한 영역이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결정되어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가장 작은 물질인 원자로 이루어 저 있다. 이런 미시 세계는 관측이 없다면 상태를 알 수 없다. 측정은 대상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본질을 확인할 수 없다. 게다가 확률에 의해 상태가 결정된다. 이는 불확정성을 의미한다.

     정설로 인정받는 코펜하겐 해석이다. 핵심은 모순되는 개념이 공존하는 중첩 현상이다. 코펜하겐에서 활동하는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양자역학이 탄생한다. 슈뢰딩거는 격렬히 반대했다. 비판을 위한 조롱은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시가 됐다. 상자에 고양이와 청산가리를 담은 병이 있다. 버튼을 누르면 망치가 병을 깰 확률이 반이다. 상자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버튼을 누르면 고양이는 어떤 상태일까? 관측하지 않아 상태가 공존한다. 하지만 관측되는 순간 한 가지 상태는 붕괴된다.

사진 5. 리처드 파인만은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불린다.

     물리학은 사물이 있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측정 전에는 상태를 알 수 없다.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면 실재하는 게 아니다. 과학혁명은 철학이 진리를 추구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 몸은 한 달 만에 원자가 다 바뀐다. 유전 정보 덕에 똑같이 만들어 낸다. 이 과정을 보고 존재한다고 인식한다.

     이처럼 우주에는 사물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물이 있는 사건이 있을 뿐이다. 존재는 연속된 사건이다. 사건은 인과관계에 의해 일어난다. 만물은 서로가 원인이자 결과다. 세상에 독립된 존재는 없다.


     인공지능에게 목표를 주지 않고 특정 상황에 놓는다. 경험으로 답을 찾아간다. 경우의 수가 별보다 많은 바둑에서 우리를 무너트렸다. 우리는 그 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들은 이겼다.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인식은 걸림돌이 됐다. 양자를 측정하는 대상은 우리가 아니라 우주 전체다. 우리를 제거하니 세상은 자연스러워젔다.

사진 6. 선각자[先覺者]; 남보다 앞서 깨달은 사람.

     과거 선각자들이 남긴 생각으로 현재를 이해한다. 당시 그들은 인정받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새로운 발견을 했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선각자가 남긴 유산을 미래에 있을 선각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세대를 거듭하여 지식을 전달했다. 이렇게 살아남았다. 우리는 이해가 아닌 생존을 위한 존재다.


     우주 만물을 관장하는 게 신이라면 물리 법칙도 가능하다. 흔적은 찾았지만 신은 찾지 못했다. 그동안 쌓은 지식은 눈에 보이는 세상에서만 작동한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 이 곳에 전부가 있다. 지식은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멈춰있는 지식을 진리처럼 받아들인다. 게다가 감각으로 주관적인 인식을 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근데 왜 신처럼 행동하는가? 신이 사라진 자리는 악마가 차지한다.


     진리로 인정받는 말은 굉장히 추상적이다. 그래서 모두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나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은 온다. 성인은 말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니 끊임없이 수행에 정진하라. 진리에는 성인도 성역도 없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논리적 비약과 모순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떤 주제에 대해 단지 여러분들과 대화하고 생각하실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참고문헌

1. Anin Seth, Your brain hallucinates your conscious reality, Filmed 2017 at TED.

2. Griffiths, D. J., & Schroeter, D. F. (2019). Introduction to quantum mechanic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3. HEALY, B. (2018). PARALLEL LIVES. AUSTIN MACAULEY PUBLISHER.

4. Heisenberg, W. (2007). Physics & philosophy: The revolution in modern science. New York: Harper.

5. Kuhn, T. S., & Hacking, I. (2012).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6. RUSSELL, B. (2019). PROBLEMS OF PHILOSOPHY. BLURB.

7. Sagan, C. (1997). The demon-haunted world. New York: Random House.

8. Steup, M., & Neta, R. (2020, April 11). Epistemology.

9. W., D. P., & Gribbin, J. (1991). The matter myth. Viking.

10. 김상욱. (2016). 과학공부. 동아시아

11. 김상욱. (2017). 양자공부. 사이언스북스.

12. 박명렬. (2011). 현대물리학과 우주의 역사. 청문각.

13. 버틀란드 러셀. (2009). 서양철학사. 을유문화사.

14. 프랭크 틸리. (1998). 표준서양철학사. 현대지성사

15. 칸트. (2006). 순수이성비판. 이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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