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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대초록 Jul 23. 2023

중독 세상의 탈인스타그램



지난 1월,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했다. 

그게 처음은 아니고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인가 정확히 기억도 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봤는데, 이를테면 


휴대폰에서 앱 삭제하고 필요할 때 pc로 보기:  달리기 계정에 기록 올린다고 자꾸 앱을 다시 깔게 됨,

홈 화면에서 지우고 필요하면 검색해서 앱을 찾아 사용하기, 사용 제한 걸어놓기 등 별의별 방법을 다 사용해 봤지만 다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여행을 갈 때마다 하루에 몇 번씩 스토리 올리느라 눈 앞에 있는 장소보다 휴대폰 화면 보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여행 후에는 여행지에 대한 감상을 피드에 올려야 여행이 마무리된 것 같았고. 그걸 안 한다고 내가 여행한 여행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인스타뿐만이 아니다. 어느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타고, 뭐 없으면 새로고침해서 뜬 알고리즘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기를 무한 반복하고, 10분짜리 영상 하나도 끝까지 보지 못해서 건너뛰기 해서 보고, 넷플릭스 영상은 재미도 없으면서 결말이 궁금해  점프를 반복해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정신이 들 때면 자괴감이 들다 못해 환멸이 났다. 


화장실 갈 때, 부엌에 설거지하거나 요리하러 갈 때, 빨래 갤 때 들을 팟캐스트를 정하느라고 바로 이동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팟캐스트 고르느라 허비한 시간을 다 모으면 설거지 몇 번을 끝낼 수 있었을 거다. 넘쳐나는 콘텐츠와 정보가 견딜 수없이 피로하고 지긋지긋하면서도 거기에서 오는 자극에 완. 전. 히. 중독되어 있었다. 휴대폰 한 번 들여다보지 않고 책을 완전히 집중해서 읽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구글의 전 디자인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는 <소셜 딜레마>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전거가 나타났을 땐 아무도 화내지 않았어요.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바빴지, 이런 말은 아무도 안 했어요. 

"세상에, 우리가 세상을 망쳤어. 자전거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자녀들과 멀어지게 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고 눈을 흐리게 만들었어."

도구라는 것은 쓰지 않을 때는 가만히 있습니다.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죠. 뭔가를 당신에게 요구한다면 도구가 아닌 거죠. 당신을 유혹하고 조종하며 당신에게서 뭔가를 요구해요. 우리는 근본이 도구인 기술 환경에서 옮겨간 거예요. 근본이 중독, 조종인 기술 환경으로 말이죠.   



그때쯤 읽은 책 <인스타 브레인>에 따르면 정교하게 설계된 휴대폰을 보는 건 하루에도 수백 번씩 뇌에 소량의 도파민 주사를 놓는 것과 같으며 휴대폰을 하지 않아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결정적인 부분은 여기였다. 성인 휴대폰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이 4시간이라고 하는 걸 보고, 난 그 정도는 아닐걸. 한두 시간쯤 아닐까 생각하며 휴대폰의 스크린 타임을 확인했다가 네 시간이 뜬 걸 보고 기겁했다..... 더 놀란 건 이 중에서 구글맵 사용 시간이 한 시간이 넘는다는 거다. 이 정도면 뇌를 GPS에 위탁하는 수준 아닌가?


이대로는 더이상 안 된다.


제일 먼저 한 게 인스타 비활성화,


두 번째는 유튜브 초기화시키기. 구독만 잔뜩 해 놓고 사실상 보지도 않는 모든 채널들, 친구 채널 제외 싹 다 삭제, 시청 기록 남지 않게 해서 알고리즘이 생성되지 않도록 하기.


쓸데없는 검색 안 하도록 네이버 앱과 블로그 앱 홈 화면 삭제,


인스타 브레인 책에서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는 휴대폰 배경화면을 흑백으로 설정하기. 색채가 없는 디스플레이는 도파민 분비량을 줄이며, 이는 스크롤 하려는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가능하면 구글맵 보지 않고 내면의 지도 활성화하기. 


그리고 내 시간 블랙홀인 넷플릭스....


좋은 것도 물론 많지만  어쩌다 자극적인 것들 보기 시작하면 끝이 안 나는 게 문제죠. 시즌 5 넘는 거 한번 걸리면 며칠이 그냥 가는데. 


구독 가장이라 해지 못 하고 있던 차, 이제 동거 가족 아니면 가족 계정도 안 된다고 하니 이참에 계기로 끊을까 하다가 마음 먹은 당시 재미있게 보던 피지컬 100만 보고 해지해야지 한 걸, 결국 3월의 더 글로리 파트 2까지 본 뒤 드디어 구독 해지했다.  


그리고 사실 블로그 공감 버튼도 없애고 싶은데, 그만큼의 댓글이 없다면 뭔가 허공에다 이야기하는 것 같고, 블로그하는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 고민이다. 블로그에 처음 공감 버튼이 생겼을 때(댓글로 '좋아요~♡' 하던 시절)  댓글이 있는데 굳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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