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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대초록 Jul 25. 2023

탈인스타그램 6개월 그 후



올해 1월에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하고 탈인스타그램한지 6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여행을 다녀오거나 특별한 경험을 할 때면  사진을 스토리에 올리고 싶다는 욕구가 슬며시 솟아오른 적도 있다. 하지만 사진 고르고 글 달고 누가 봤나 확인할 생각을 하면 귀찮고 피로해져 어느새 욕구가 스르륵 사라졌다. 



인생 노잼 시기가 세차게 왔을 때는 SNS라도 하면 재미있어지려나 싶어 PC로 로그인해 들어가 보기도 했다. 피드를  몇 번 쓸어내리다 보니 금세 피로감이 몰려왔고, 무엇보다 별 재미가 없어  로그인 몇 분 만에 다시 나왔다. 



SNS를 안 해서 유용한 정보를 놓치지 않을까 한 것도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사사하게 놓친 것들이 분명 있겠지만 (살지 안 살지도 모를 물건에 대한 세일 정보?) 몰라서 큰일 났던 것도 없다. 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어떤 경로로든 정보를 알아내지 않았을까?



피드로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뭐 하며 사는지 확인이 안 되니까 연락이 뜸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사실 연락 횟수는 오히려 더 늘었다. 궁금하면 직접 연락하게 되니까. 인스타 할 때도 가장 자주 연락하고 지내던 친구는 SNS를 안 하는 친구였으니. 



굳이 불편한 걸 꼽자면, 휴대폰에 앱이 안 깔려 있으니까 누군가 보라며 보내준 인스타 계정이나 피드를 확인할 수 없는 것?

뒤늦게 PC로 로그인해 들어갔을 때 누군가 이미 사라진 스토리에 나를 태그 해 놓은 걸 발견하고 그게 뭐였을까 궁금한 것 정도?



요즘 같은 자기 브랜딩 시대에 SNS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딱히 뭔가 브랜딩하고, 홍보하고, 팔고, 정보를 얻고, 소통하고 그럴 필요가 없는 내 현재 상황에서 언제 인스타그램를 하고 싶은 욕망이 드는지를 잘 살펴봤을 때, 가장 마지막에 남아 있던 건 '여기 봐요,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 멋지죠?' 하고 전시하고 자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이더라.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곧 한국에 다녀올 예정이라 그동안 따로 연락이 없었던 사람들한테 갑자기 일일이 연락하는 것도 좀 뻘쭘할 것 같으니 인스타로 생존 신고라도 올려놓고 스토리나 디엠으로 가볍게 안부 주고 받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고, 



그럼 이참에 얼마 전 다녀온 바르셀로나 여행 스토리를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며 앱을 깔기 직전까지 갔지만, 막상 휴대폰을 잡으니 앱을 까는 것부터가 너무나 귀찮고 피곤한 것이다. 



지난 6개월간 인스타를 안 하면서 얻게 된 건, 인스타를 하는 데 드는 물리적인 에너지와 심리적인 피로감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강력한 전시와 자랑 욕구를 물리칠 만큼 말이다. 



언젠가 다시 인스타그램을 하게 된다고 해도, 그때는 내가 어떤 필요성과 욕구를 가지고 하는지 제대로 마주하고 인정하며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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