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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피코코엄마 Jun 19. 2018

본편 (9): 하복부 요로계 질환 (FLUTD)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소소하게 많은 일들이 발생하곤 합니다. 그중 일부는 많이 들어봤던 일들인 경우 큰 일이던 작은 일이던 대처가 어찌어찌 되는가 하면, 어떤 일들은 들어보지 못한 일이었거나 대처가 어려운 일들이 있습니다. 제게는 하복부 요로계 질환 (Feline Lower Urinary Tract Disease)이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우리 둘째 아들 요로결석 걸렸잖아~" 하고 넘어가지만, 사실은 매우 급박하게 상황이 돌아갔었고, 고양이 집사 인생 중에 두 번째로 큰 산맥을 넘어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하복부 요로계 질환이 어려운 이유는 직접 겪게 되기 전까지 이 병이 무엇인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대략 12시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병원에 들어가기 직전에서야 이 병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고양이 주인분들 중 노묘와 함께 하시거나 중성화가 된 수컷 묘와 함께 하시는 분들께서 한 번이라도 제 글을 봐주시고, 이 병을 얼핏이라도 기억해 주시기를, 그리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 잘 대처해주시기를 바라는 맘을 가지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하복부 요로계 질환의 경우 길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짧게는 사료와 간식을 바꾸는 과정 중에서 플러그가 쌓여가면서 시작됩니다. 의사 선생님도 토피의 잇몸처럼 타고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고요. 다만 차이점이 있다고 하면 토피의 경우 입을 열어보면 바로 보이는 반면에 코코는 쌓이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면 여러 가지 전조증상이 있다고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소변 크기가 조금 작아지는 것과 계속 아래쪽을 핥는 것 이외에는 별 증상도 없었습니다. 물을 워낙에 많이 자주 마시는 편이다 보니 소변 크기도 토피보다는 월등히 커서 별 걱정 없이 지나갔고, 화장실도 가서 너무 오래 앉아있지는 않았고, 자꾸 아래를 핥았지만 성장 속도가 빠른 고양이이다 보니 5개월에 한 중성화가 살짝 늦어서 그런 것일까 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토피는 주인에게 요구사항이 아주 많은 고양이인 반면에 코코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큰 주장을 하지 않는 고양이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하기도 했고요.

아래를 핥고있는 코코. 여담이지만, 뒷태가 포동포동한 아가 엉덩이같이 너무 귀여워서 쿡쿡 찌르기도 하고, 저렇게 핥을때마다 올리는 뒷발을 꼭 잡아주기도 합니다.


사건의 본격적인 시작은 지난 1월 말, 결혼 기념 휴가 겸 겨울방학 여행을 다녀온 2주 뒤였습니다. 잠시 친구 고양이를 탁묘 하고 있었고, 여행기간 동안 잠시 친구네 집에 다녀왔어도 세녀석들이 멀쩡하게 잘 있는다 싶었는데, 갑자기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병원도 끝난 평일 저녁, 갑자기 코코가 밥도 거부하고 작은 방 소파 아래로 숨어버린 거였죠.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간식으로 유혹해서 끌어내 보려고도 했지만,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심각한 일이 터졌구나 하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코코는 매우 예민해진 나머지, 토피가 아니면 근처에 집사들도 두지 않으면서 아래를 핥다가 소리를 지르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계속 무슨 병일지 검색하면서 뜬 눈으로 간밤 상황을 지켜보다가 아침이 되자마자 즉시 케이지에 넣어서 병원 오픈 전에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증상을 듣고서 3분 만에 하복부 요로계 질환이고 요도가 막혔다고 진단을 내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응급수술을 (카테터 삽입) 받았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편해진 코코. 진단도, 수술도 빨랐던 덕택에 병원에 오고서 1시간만에 응급처치를 모두 끝낼 수 있었습니다.


간밤 동안 이런저런 검색을 많이 하면서 이런저런 병들을 찾아보았지만, 생각보다 하복부 요로계 질환을 연상하고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증상이 한두 개밖에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고양이 나이가 많이 어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나이 1살 반).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수술 선생님께서 출근하시던 날이었고, 전문가들이 보자마자 금세 알아내서 처치를 잘 해주셨고, 우리 코코도 곧 깨어나서 유리너리 사료조차도 행복하게 먹으며 금세 다시 오줌을 잘 누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삼일 뒤, 큰 유리너리 사료 한통과 몇 봉의 약통과 함께 저희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애정해 마지않는 계란이불에 폭 파여진 코코! 잘 보면 수액과 마취제를 맞은 왼팔의 털은 밀려있습니다.


사실 요도가 막힌 상황에서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24시간 내에 해결 보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었지만, 제 경험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고양이의 일상도 항상 눈여겨보고, 조금의 증상이나 의심 가는 사항이 있다면 동물병원을 멀리하지 말고 바로바로 찾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장실 청소하면서 사이즈가 작아졌을 때 알았다면, 토피에 비해 코코 배가 빵빵한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을 때 동물병원에서 더 강하게 확인해 보자고 주장했더라면 (사실은 검진 때마다 배가 불러있는 것 같다고 했었는데, 촉진으로 괜찮다는 말만 믿고서 흐지부지 넘어가곤 했었습니다. 지금 유리너리 사료를 먹여놓고 보니 확실히 배빵빵함이 덜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보조제를 먹였더라면, 그랬다면 그렇게 아프고 위험한 밤을 지내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유리너리 사료만 평생 먹으면서 살지는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죄책감을, 저는 코코의 얼굴을 볼 때마다 문득문득 느낍니다. 물론 왜 이런 병이 우리 아이에게... 라는 질문에 의사선생님께서는 "코코는 그렇게 태어난 아이입니다. 지금 알았으니, 앞으로 관리를 잘 해주면 됩니다" 라는 말로 그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털어내 주셨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도 코코 병원 사진만 보면 맘이 어두워 집니다. 그리고 재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제가 관리하고 책임짐으로써 다시 그런 고통을 겪게 하지 않게 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됩니다.


두 번째로는, 애완동물을 위한 저축의 중요성을 꼭 말하고 싶습니다. 이곳은 미국, 한국보다도 동물병원비가 최소 두배는 나오는 곳입니다. 다행히 근처에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시는 잘 보시는 선생님도 계시고 정말 급할 때 2차 병원도 있지만, 그런 병원들에 가려면 아무래도 마음 그 이상의 재화가 필요하기 마련이죠. 저희도 사실 고양이 보험을 들까 말까 고민만 하다 들지 않았었고, 딱히 고양이들만을 위해 달마다 저축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 날, 진단 후 예상 견적서를 들고 오셨는데 예상은 했었지만 적지 않은 금액을 청구하셨습니다 (이후 약값과 후 처치까지 $1,500 가량 나왔습니다). 여유자금은 가지고 있었던 터라 어떤 신용카드로 어떻게 낼 것인지를 (약간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한국말로 상의하고 있었는데, 간호사가 눈치를 보고서 말하기를 "저기... 너무 힘들면 그냥 데리고 가도 되시는데요..."라고 했습니다. 그때 만약에 내가 정말로 돈이 없어서 낼 수 없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맘이 찢어지는 게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제 아이들은 나이가 어림에도 분명히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이지만, 토피가 제게 왔듯이 코코 또한 제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하며 묘연을 내려주신 것이겠지요. 앞으로도 이런 일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을 테니,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먹여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사고들에 대비하여 더 준비하고, 대응을 잘할 수 있는 주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 둘 다 얼른 졸업하고 싶게 만들어주는 계기도 되었고요.


무사히 돌아온 다음, 코코는 토피 형아에게 꼭 붙어 (유리너리 사료뿐이지만) 잘 먹고, 잘 싸고, 잘 뛰어다니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배와 손목에 깎였던 털들도 다시 보송보송 잘 났고요. 주의사항대로 유리너리 사료와 보조제 정량만을 먹이며 살이 찌지 않게 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쫓아다니는 엄마 아빠랑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손 많이 가는 통장털이범 녀석들..... 예쁘니까 봐준다!!



지금은 잠시 일이 있어 부부가 모두 한국에 나오는 바람에 고양이들은 동물병원 선생님께 맡겨두었는데 사진을 보니 더더욱 보고 싶네요. 정말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나 봅니다. 


다음 편은 고양이 집사들이 장기적으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그리고 서로가 끈끈하게 뭉치게 되는 바로 그 문제, "탁묘" 이야기를 미국에 돌아간 다음에 해볼까 합니다.



20180618

두 아들이 너무 보고 싶은 토피코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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