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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피코코엄마 Aug 05. 2018

본편(10): 고양이를 맡기는 여러 가지 방법들

지난번 글을 올리고 어느새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크지는 않더라도 제법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가족 전체와 시간을 보낸 뒤 미국으로 돌아왔고, 공항에 떨어지자마자 고양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엄청난 레이스를 펼치기도 했고, 7월에는 남편과 제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출장 및 여행을 다녀왔었고, 토피를 데리고 2차 병원(치과)도 다녀왔었고, 지금은 또다시 밥을 안 먹으려는 토피를 데리고 씨름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계획보다도 많이 늦어진 이 더운 여름밤에서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이래, 제 삶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학교를 가더라도 고양이 화장실과 물을 잘 준비해주고 밥부터 든든하게 먹인 뒤 출발을 하게 되었고, 해가 지기 전에는 어지간하면 꼭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 아이들은 각자의 사료를 먹어야 하고, 정량만 먹어야 하는 아이들이지만... 그걸 스스로 이해하고 따라주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어딘가로 출장이나 여행을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우리 고양이들은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어디 나가게 되는 일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들은 필연적으로 집이 아닌 다른곳으로 이동하는 그 자체를 실어하기 때문에, 가방을 꺼내드는 것 조차도 싫어합니다.  코코는 그와중에 형님에게 찰싹 붙었네요.

하지만 외국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다 보니 여행을 가거나 학회를 가야 할 때가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저희는 1년에 대략 3-4번 정도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냐 한다면, 함께 키우는 사람이나 룸메이트가 집에 있어서 식사를 챙겨주고 놀아주는 것일 겁니다. 고양이가 살고 있는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서 그 공간에 사람이 함께하고 있어 혼자가 아닌 상태로 지내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경우는 탁묘를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좋은 경우이면서, 유학생으로써는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부나 파트너인 경우에는 괜찮겠지만 (본인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 않지만 친구의 고양이 수준으로 며칠만 보아온 것이 다인) 룸메이트인 경우에는 며칠을 넘어서 장기간을 마냥 부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토피, 코코, 그리고 메인쿤 공주님. 남자둘과 여자 하나의 삼각관계를 기대했으나 현실은 남자둘이 편먹고 여자하나와 투닥투닥이었습니다ㅠ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주변의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의 집으로 잠시 탁묘를 보낼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저희 또한 친구 고양이들의 탁묘를 여러 번 받았었고, 결혼과 여행을 위해 움직여야 했을 때 탁묘를 부탁드리기도 했습니다. 이 방법의 좋은 점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특성을 아는 사람이 봐주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놓인다는 것, 친구가 종종 고양이의 소식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비상시에 병원에 보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단점은 새로운 공간에 갑자기 들어오게 된 탁묘 고양이의 스트레스겠지요. 경우에서 빠르면 하루 안에 마음을 풀고 이미 그 집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적당히 어울릴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탁묘 오는 기간 내내 적응을 하지 못해 기존의 고양이들과 싸우기만 한다던가, 내내 단식투쟁을 한다던가 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합니다. 

토피가 옆집으로 탁묘를 갔을때, 자기가 쓰레빠인것 처럼 숨어버리는 바람에 한동안 못찾아서 소동을 빚었습니다. 그리고 삼사일을 굶었습니다.
물론 반례도 있습니다... 같은 날, 그집 주인 무릎에 앉아서 으르렁거리면서 먹이를 주워먹은 코코같은 아이도 있죠. 그리고 다른 아이들 밥을 죄다 뺏어먹었습니다.

예전에 합사 편에서 쓴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고양이들 간의 서열이 쉽게 잡힐 수 있는 경우에는 (성인 고양이들의 집에 새끼가 오는 경우) 적응이 빠르고 쉽습니다. 또는 성격이 유한 경우, 내지는 서로 간에 아얘 관심이 없이 사람만 좋아하는 경우에는 교통정리가 매우 빨라지게 됩니다. 가장 잘 풀리는 경우, 집에서 고양이 유치원이 되거나 고양이 카페를 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여러 가지 면모로 복잡해집니다. 예를 들면 우리 토피가 너무 아기 때 합사를 받아서 일주일 내내 쥐어터지기만 한적도 있었고, 외동 고양이가 탁묘를 와서 사실 본고양이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서 혼돈을 겪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는, 성격이 예민해서 다른 -특히나 모르는- 고양이들과 섞일 수 없어서 서로 싸우다가 바로 내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때는 토피 3개월... 탁묘를 받자마자 쥐어 터지고 사료도 뺏기고 캣타워도 뺏겨서,   일주일동안 난리가 났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의 집으로의 탁묘가 불가능한 피치 못한 상황에서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고양이를 집에 두고 사람이 고양이를 보러 종종 찾아가는 것입니다. 친구에게 부탁하거나 혹은 돈으로 방문 시터를 사서 하루 한번 한 시간, 또는 삼십 분씩 두 번을 부탁하는 것이지요. 가능하면 하루에 여러 번 방문하는 것이 좋지만, 열흘 정도 친구의 집을 방문하며 고양이를 챙겨본 결과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고양이가 외로움을 점점 더 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둘은 고양이에게 관심이 있으나 아직 키울 용기가 안나는 친구를 찾아내어 모든 사료와 장난감, 화장실, 소모품을 주고 부탁하는 것이지요. 이 방법은 현실적으로는 많이 어렵기는 해도, 저 또한 이 루트를 통해 고양이를 처음 맡아보고 키우게 되었으니 마냥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는 같습니다 (그리고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고양이인 경우에는 나름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마지막 방법은 고양이 호텔이나 병원에 보내는 것입니다.


저희는 고양이들의 특성상 손이 참 많이 갑니다. 두 마리가 서로 붙어있어야 하는데, 각기 다른 케어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장기간을 피치 못하게 비워야 할 때만 친구 집에 탁묘를 부탁을 하곤 했지만, 올해 코코가 하복부 요로계 질환이 있음을 알고 나서부터는 그조차 꿈도 꾸지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가끔 단기간으로 며칠 집을 비울 때만 사용했었던 고양이 병원/호텔 서비스를 올해 들어서는 장기간으로 이용하기도 했었습니다. 고양이를 호텔에 맡기게 될 때 가장 좋은 점은 세세한 부탁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의 경우 1) 약을 정기적으로 발라주세요, 2) 오줌을 잘 싸는지 매일 체크해주세요, 3) 보조제를 꼭 먹여주세요, 4) 사료와 캔을 잘 챙겨서 먹여주세요 (토피의 경우 정량보다 많이, 코코의 경우 정량을 넘지 않게), 5) 이빨을 닦여주세요, 6) 둘이 함께 있게 해주세요, 7) 여차해서 문제가 생기는 병우 (코코의 경우 요도가 막혀버리면 응급상황이기 때문에...) 바로 처치를 해주세요, 등등 세세하게 주문을 했고, 그 기간 동안은 관리해주시는 분이 그대로 잘 챙겨주셨습니다. 단점은... 금액이죠. 탁묘의 경우 친구에게 감사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주면 되지만, 호텔의 경우 한 마리가 하루에 대략 $25씩, 날짜 수대로 계산을 하고 나니 고양이들을 데리고 올 때 가정경제가 휘청, 뒷골이 당기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고양이 둘이서 각기 한층을 차지하고 나름 잘 지냈었다고 들었지만... 엄마 눈에 불쌍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항상 탁묘를 마치고 토피와 코코를 집에 데리고 돌아오면, 십 분 정도 여기가 어딘지 파악하는 시간을 갖고 그다음에는 자기 세상에 돌아왔다고 활개를 치며 돌아다니는 것을 보곤 합니다. 그때마다 믿을 수 있는 좋은 집에서 탁묘 가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잘 지내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우리 고양이들만의 세상이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어디 가지 말고 아이들과 이 세상에서 함께 있어줘야 되겠구나라고 다시 한번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큰 일을 앞에 두고 있지만, 그 일을 잘 마무리하고 가장 쓰고 싶었었던 주제, "고양이를 키우면서 대체 얼마가 들었는가" 를 준비해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토피 밥투정도 잘 바로잡으면 좋겠네요.


180805

토피코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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