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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피코코엄마 May 17. 2018

본편(7): 벼룩 대전

토피와 코코를 키우기 전, 저와 남편은 한국의 아파트에 살면서 강아지를 한 두 마리씩 키워왔습니다. 남편은 강아지를 데리고 주택에서 살기도 하고 종종 펜션에도 데리고 다녔다고 하지만, 저는 전형적인 방역이 잘 되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만 강아지를 키워왔기에, "벼룩"이라는 존재를 과거와 책에서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왔고,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채 살아왔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들을 입양해 왔던 첫날, 수의사 선생님께서 벼룩과 진드기가 있는지 체크했을 때만 해도 이것이 제가 겪게 될 문제가 되리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7년 여름, 유일하게 마룻바닥도 카펫도 아니었던 화장실 바닥에서 작은 핏자국들을 종종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저희 부부는 서로를 의심했고, (과도한) 배려심을 발휘하여 상대방에게 말을 하지 않은 채 각자 바닥을 열심히 청소하곤 했습니다. 지나간 지금 생각해보니, 토피와 코코가 평소보다 더 자주, 오래 온몸을 긁어대곤 했는데 그 전조 증상들 또한 눈치채지 못했었고요. 그리고 무려 두 달이나 시간이 지난 뒤 9월, 평소와 똑같이 논문이 잘 안 써져서 바로 옆에 앉아있는 토피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미간 사이에서 까만 벌레가 튀어 올라서 다시 쏙 숨는 걸 목격하고야 말았습니다.

최대한 귀엽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저 M자 미간 사이로 벼룩이 튀어올라서 쏙 다시 숨은겁니다.

그럼 토피와 코코는 왜 벼룩을 갖게 되었을까요? 수의사 선생님께 물어본 결과, "(철저한 집고양이인 아이들이기 때문에) 사람이 밖에서 옮아온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저희가 밖에서 때로는 잔디밭에 안기도 하고 돌아다니기도 할 때 벼룩을 가지고 들어왔고, 상대적으로 방역이 덜 되는 (미국) 주택의 1층에 카펫 집에서 살고 있다 보니 그 벼룩이 무럭무럭 자라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초기 대처를 못했던 것도 큰 이유였겠죠. 그리고 2017년 여름은 유난히 벼룩이 판을 치던 여름이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벼룩의 존재를 깨닫고 펫샵으로 달려갔는데, 벼룩 살충 스프레이가 동이 나 있었기도 했고, 토피가 잇몸병으로 2차 병원을 방문했을 때 채워놓은 목걸이를 보시고 치과 선생님께서 "올해는 참 유난히 벼룩이 판을 치네요... 토피도 겪었군요"라고 말씀하실 정도였기도 했고요.

결국 요점이 되는 부분은 카펫과 집에서 벼룩을 박멸하고, 동물의 몸에서 숙주하는 벼룩들을 잡아내서 죽여야한다는 것입니다. (출처: 1800remedies.com)

다시 벼룩을 제 눈으로 발견한 순간으로 돌아가보면, 그 순간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른 뒤 바로 애들을 붙잡아다가 샤워를 시켰습니다.... 만, 인터넷에서 말하듯 "벼룩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면 비록 한 마리만 보았다 하더라도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벼룩은 동물에게만 유해한 것은 아니죠. 이미 고양이의 몸에서 벼룩을 보았다면 온 집과 옷, 소파, 침대, 카펫 모든 곳에서 벼룩이 알을 까고 자라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아니,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대처를 하기 시작해도 2-3개월의 장기간 전투를 해야만 합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시면 아무래도 여기서는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보니 한국보다 유튜브 동영상, 블로그 포스트, 자료들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기도 했구요. 그중 가장 중요했고 효과가 있었던 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모든 옷과 세탁물들은 전부 뜨거운 물로 세탁과 건조를 해야만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번 해야 합니다.

매일 청소는 필수입니다. 그중 카펫이나 패브릭 소파의 경우 벼룩이 살기 좋은 환경이고 알과 유충이 숨어있기 때문에 더 큰 관심을 요합니다. 청소기와 (청소기 필터 청소는 필수입니다. 마찬가지로 온수로 청소하고 햇볕에 말려둬야 합니다) 먼지 제거 테이프클리너를 사용해서 1차 청소를 하고, 2차로 벼룩과 진드기를 죽이는 스프레이를 사서 자주 뿌려줘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동물에게 안전한 스프레이를 사서 뿌리는 것인데, 그런 경우 농도가 약해서 벼룩과 진드기를 잘 죽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효과가 기대 이하라고 생각되면 고양이들을 방에서 몰아내고 독한 스프레이를 쓰거나, 그조차도 듣지 않으면 사람과 동물들은 집에서 전부 다 나간 뒤 flea and tick fogger을 터트려야 합니다 (화생방 같은 개념으로 집 전체 창문을 닫고, 독한 약을 뿌려서 벼룩과 진드기 모두를 전부 죽여버리는 것입니다). 기왕이면 너무 독한 약을 쓰고 여러 번 청소를 하기 전에 초기진압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고양이들의 경우 하루에 최소 한 번에서 두세 번까지 따뜻한 물에 세제를 풀어서 참빗을 적신 뒤 빗어서 몸 안에 숙주 하는 알, 유충, 벼룩들을 없애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뜻한 물에 주방세제나 식초를 풀어주고, 그 물을 빗에 묻힌 뒤, 고양이를 한 번 빗어주고 그대로 바로 빗을 물에 담가줍니다. 그러면 벼룩의 유체나 벼룩이 빗에 붙어서 나오게 되고, 빗에서 물로 떨어지게 되어 익사하게 됩니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실패하게 되면, 벼룩은 관리에 실패한 곳에서 버텼다가 다시 세력을 확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적당히 처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처음부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총공세를 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벼룩이 털 짐승들을 숙주로 두고 기생함으로써 온 집을 점령하게 되면,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을 물게 됩니다. 그러니 함부로 맨몸으로 카펫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는 안되고, 고양이들도 함부로 안아서는 안됩니다. 

따뜻한 물에 주방 세제를 풀고, 참빗을 그 물에 담군 뒤 고양이를 한번 빗어주고 물에 빗을 다시 담구면 벼룩이 붙어서 나옵니다 (출처:odamayriver production).

저희가 처음 벼룩 문제를 깨달았던 것은 9월 초, 양가 손님들이 이어서 방문하기 2-3주 전이었습니다. 손님들이 혹여나 벼룩에 물리면 안 되기 때문에 급하게 온 동네의 펫샵을 돌아다녀서 온갖 스프레이를 사서 모으고, 어떻게든 처리해야 할 텐데 하면서 전전긍긍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손님들이 오실 때까지 완벽하게 박멸을 하지 못했고, 엄마에게는 비밀로 한 채 사이사이 장을 보러 가고 산책을 보러 갈 때 남편이 몰래 방역을 해야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저희는 11월 중순쯤, 벼룩 박멸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방지를 목적으로 벼룩/진드기 퇴치용 목걸이를 채워두었습니다 (Bayer Seresto Flea and Tick Collar for Cat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목걸이에 저장된 약의 성분이 고양이의 몸에 흡수가 되고, 8개월 정도 약효가 지속되어 벼룩과 진드기가 기생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하네요. 


글을 쓰면 쓸수록 두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 고양이를 키우는데 정말 다양한 일들을 겪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과정의 한가운데 있을 때에는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 지나간 지금은 재밌는 에피소드로 추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봄이 지나 여름으로 가고 있는데, 혹여나 벼룩이 다시 터지지 않게 조심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됩니다. 다시 한번 벼룩이 터졌다간 우리 소심이 코코가 정말로 크게 화를 내고야 말 테니깐요. 

나, 불량해질꺼야....!! 매일매일 빗으로 온 몸을 빗질당하고, 방에서 쫓겨나다 못해 병원까지 가게되자 결국 코코가 불량해졌습니다 ㅠㅠ


마지막으로, 외출 고양이를 데리고 계시거나 집고양이를 데리고 계시다 하더라도 주인분들이 밖을 자주 다니시는 분이시라면 고양이들이 유난히 몸을 자주 긁지 않는지, 또는 바닥에 작은 핏자국들이 있지는 않은지 (고양이 몸에서 떨어진 벼룩이 죽은 것일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잘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다른 고양이 주인분들께서 저희 같은 문제를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설사 겪게 되신다 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초기 대처를 잘 하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편으로는 아마도 많은 분들이 겪고 계실듯한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이고 저 또한 겪고 있는 (고양이) 알러지를 다뤄보겠습니다. 



20180516

토피코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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