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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윤 변호사 Jul 17. 2022

부부 사이를 잘 유지하는 노하우

결혼 8년 차 햇병아리의  건방진 글 죄송합니다.

2015년에 결혼했으니까, 이제 결혼생활 8년 차.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결혼생활을 해왔는데, 함께 일하면서 외부 미팅이 없는 이상 하루죙일 붙어있으니 함께 한 시간으로만 따지면 중견 부부(?) 이상일 듯하다.

아슬아슬한 때도 많지만 그래도 아이들 빼고 둘이 팔짱 끼고 데이트도 종종 하고 다양한 대화도 많이 하며, 일치된 가치관을 가지고 육아도 공동으로 하고, 시댁(며느리 입장)과 처가댁(사위 입장)과의 관계도 괜찮게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른넷까지 비혼 주의자였고, 내가 싫어하는 행동 하나에 싸늘하게 정이 식는 요상한 성격이라 그리 오래 연애를 해 본 적 없던(물론 예외는 있지만) 나로서는, 현재까지의 결혼생활 점수가 높은 편. 그런 나도 결혼해서 잘 살 수 있구나.. 생각하며 남편을 바라본다.

되려 조건만 살펴보면 내 주위 결혼한 여성 변호사 등 전문직종 여성의 남편보다 떨어지는 편이다. 뭐 학벌부터 직업, 살아온 환경 등등. 물론 난 그런 것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에 결혼했고, 그건 지금도 변함없다.

내가 남편에게 있어 “이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던 포인트가 있다.
자신의 단점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부분을 부단히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끊임없이 개선의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은 남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해 보이고 이룬 것 없어 보일 수 있으나, 백세시대에 아직 인생 중간도 훨씬 안 살지 않았나. 그냥 믿고 지지해주면 스스로 계속 다양한 부분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신기했다. 나이 들수록 오히려 자신이 살아온 습성대로 계속 살아가기 마련이고, 자존심 때문에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기 싫은 본능 때문에라도 더욱 자신이 살아온 태도를 지키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이 사람은 그런 게 없었다.
그러한 남편의 태도는 결혼 이후 지금까지도 한결같았다.

한 가지 예로, 남편의 ‘욱!’하는 성격(꽤 심했음)은 집안 내력. 무슨 일이 있으면 버럭부터 하던 사람이 어느새부턴가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오해하지 않게 조근조근 설명한다. 나와 아이들뿐만 아니라 평생을 서로 버럭 하며 살아온 자신의 부모님께도 말이다. 물론 종종 본래 성격이 나오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누구나 살면서 ‘내가 이 사람이랑 결혼한 게 옳았나?’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 주위에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남성들을 보면서 내 남편이 초라해 보일 때도 있었음을 부정하지 못하겠다.

그런데 그때마다 결국은 내 남편을 선택한 것이 옳았다는 결론을 내리게 하는 한 가지. 바로 남편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한, 다른 사람보다 월등한 남편의 그 장점 하나.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한다.

그렇게 싸우고, 미워하며 마음이 멀어졌다가도 남편이 계속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면 ‘그래, 이래서 내가 이 사람 선택했지’ 생각하며 마음이 되돌아온다. 그렇게 마음이 멀어졌다 되돌아왔다를 반복하며 결혼생활을 한다. 그 N극과 S극 자석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남들과 비교했을 때 남편이 가진 월등한 장점 하나다.

만약 결혼을 앞둔 사람이 있다면, 나의 평생 동반자가 될 사람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 즉 그 사람이 가진 월등한 장점을 생각해보자. 그 하나가 있고, 없고에 따라 결혼생활이 확연히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결혼한 사람도 마찬가지.
내 남편(또는 아내)만의 장점을 발견해보자.
꼴 보기 싫더라도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마법 같은 그 이유 말이다.

물론 남편(또는 아내)의 그 장점이 잘 유지되도록 하는 관리는 상대방이 해주어야 한다. 칭찬해주고 인정해주고, 이런 존중의 피드백이 있어야 상대방도 그 장점을 계속 간직할 수 있다.
바쁘고 정신없다는 핑계로 한동안 우쭈쭈를 등한시해온 나 자신을 반성한다. 좀 더 분발하기로.!

*오해하지는 말라. 내 남편에게 장점이 하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잘 놀고, 집안일 잘하고, 가정적인 남편은 내 남편 아니어도 많으니 훨씬 남들보다 도드라지는 장점을 말하는 것 :)
*이 글을 쓴 주된 목적은, 다음에 또 남편이 미워졌을 때 읽어보기 위한 것. 마음 멀어졌다 붙은 지 얼마 안 되어 이런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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