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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윤 변호사 Aug 07. 2022

계속 반장만 해 왔던 내가 부반장이라니...?

경험 속에서 얻은 깨달음

‘계속 반장만 해 왔던 내가 부반장이라니...?’

반장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반장이 될 것이라 확신했던 나였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친구가 꽤나 높은 표를 얻어 반장, 나는 1등과 근소한 표 차이도 아니고 3등과 가까운 표를 얻어 부반장.


‘내가 그동안 생각해 왔던 내 모습과 남들이 생각하는 내 모습의 괴리가 큰 것일까? 매년 난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반장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충격에 휩싸여 표정관리가 안 되었다. 반장의 옆자리는 어색했다.

늘 앞장서서 이끌어오던 삶을 살아왔는데, 이제는 반장 옆에서 눈치껏 도우며 함께 해야 한다. 반장도 밉고 나를 뽑아줄 거라 믿었던 친구들도 미웠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중.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 돌이킬 수 없잖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자세를 바로잡고 생각했다.

반장을 분석해보니, 처음 반장이 되어 미숙한 모습이 보인다.

담임 선생님 포함 다른 선생님들도 반장보다는, 계속 반장을 해와서 임원 일에 능숙한 나를 더 신뢰하신다. 기회가 보인다.


그렇다고 반장을 무시하고 부반장인 내가 반장의 노릇을 할 수는 없는 터.

‘그래, 이참에 부반장도 잘하면서 친구들과 선생님께 ’ 재윤이는 반장도 잘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자. 그리고 꼭 인정받아 2학기에 다시 도전하자!’

마음을 다지고, 부반장인 내 자리에서 반장이 더욱 빛나도록 도왔다.

평소 수업도, 방과 후 활동도 더욱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면서 친구들과 깊이 마음을 나눴다.


그렇게 한동안을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드는 생각,

‘그동안 계속 반장만 해 오니 내가 반장 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구나. 근데 난 반장을 왜 하려고 했던 거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인정은 내가 해달라고 그들이 해 주는 게 아니잖아. 그들이 인정할 만한 행동을 내가 평소에 해야지.

하지만 평소에 그런 행동을 하더라도 무엇을 의도하고 하면 오래 못가. 그리고 다 티나. 그냥 이 참에 평소 나의 모습에서 부족한 것들을 찾아서 긴 호흡으로 개선하자. 당장 바뀌어야 한다는 조급함은 버리자구!

그저 남보다 나에 집중하자. 부반장이면 어떻고, 또 반장이 안 되면 어때! 내가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지, 무엇이 되는지는 중요치 않아!’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점점 집착과 고통은 사라지고 하루하루가 즐거워졌다.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나 자신에 집중하니 더욱 자유로왔다. 나 스스로가 더욱 잘 보였다.


되려 반장을 계속했다면 할 수 없었던 경험과 깨달음.

갑자기 배가 아파서 눈을 떠 보니 둘째가 내 배 위에 앉아서 내 폰으로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덕분에 밤새 펼쳐진 꿈속에서 한 번도 경험 못한 부반장도 해 보고 깨달음도 얻은 유익한 하루. 꿈속에서 치열한 고민을 하고 정리까지 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라 기록한다.


‘무엇이 되는 것에 집착하지 말자. 그 무엇이 되고 싶은 이유를 찾고, 되지 않은 지금부터 된 것처럼 살자. 그렇게 살다 보면 내가 되고 싶은 그 무엇은 못 되더라도 비슷한 또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요즘 하던 생각인데, 꿈으로까지 연결되어 참 신기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부 사이를 잘 유지하는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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