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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브 Aug 03. 2021

작곡가의 일상 _ 데모 수급

작곡가는 어떻게 돈을 벌까 / 데모 수급 방식에서의 어려움

 미디어와 온라인 여러 곳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은 작곡가의 일상에 대해 나누려고 합니다. 혹시 작곡가가 되려고 하거나 작곡가에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비정기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기록해둘 예정입니다. 대부분 글이 그렇듯 개인적인 생각과 관점에서 나온 것이기에 전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겪고, 들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써나갈 생각이니 혹시 다른 생각과 의견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작곡가의 비즈니스


  데모 수급에 대해 말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다뤄야 할 부분은 이 부분일 것 같아서 먼저 언급해보려고 합니다. 작곡가의 비즈니스란 거창한(?) 제목을 썼지만, 사실 풀어서 표현하자면 작곡가가 돈을 버는 방법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음악의 쓰임새야 워낙 다양하겠지만 이 글은 대중음악 작곡가에게 한정 지어서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곡가는 곡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곡을 주는 (파는) 사람입니다. 그 곡을 사는 사람은 가수가 되겠지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규모 있는 음반 제작의 경우 가수가 직접 곡을 사는 경우는 드뭅니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는 일에 집중하고 (물론 어느 정도 관여는 하지만) 직원분들이 곡을 받아서 앨범을 제작해나갑니다. 우리는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을 A&R (에이앤알) 이라고 부릅니다.


  A&R분들이 속해있는 곳은 크게 빅히트(BIGHIT), SM(에스엠), JYP, YG  등의 아티스트 기획사와 OST, 기획 음반 등을 제작하는 음반 제작사 입니다.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회사도 있고, 하나의 분야에서만 일을 하면서 나머지 일들은 외주를 주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음악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음악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음악 시장에서 음악을 사는 사람(앨범 기획자)은 파는 사람(작곡가)에게 어떤 곡을 달라고 할 때 설명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만약에 양복을 맞추려고 한다면 양복의 스타일, 색상, 치수 등을 두고 소통한다면 내게 딱 맞는 제품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일과 관련된 소통은 정확하고, 신속하고, 쉬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작가님 .. 좀 멋있고, 약간 리듬감도 있으면서 살짝 어둡지만 너무 어둡진 않고 ...." 이런 식으로 텍스트가 오간다면 서로 이해하기 어렵겠죠.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레퍼런스 곡을 통한 데모 수급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이번 저희 남자 아이돌 신곡은 "BTS - Permission to Dance" 같은 느낌의 팝스타일 댄스곡이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이번 OST는 "Bruno major - Easily"와 같이 잔잔하면서 멜로디가 감성적인 느낌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레퍼런스를 통해 소통하게 되고 작곡가는 이런 텍스트와 해당 음원의 방향성, 대중성, 독창성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해서 곡을 쓰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여러 장단점이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글로 다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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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을 살펴보면 어찌 보면 작곡가의 돈을 버는 방법 자체는 간단할지도 모릅니다. "레퍼런스를 보고 좋은 곡을 보내면 되겠네!"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시장은 그렇게 작곡가에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조금 알아보겠습니다.


1. 폐쇄적인 데모 수급

  데모 수급 방식은 이제 막 작곡가가 되려는 분에게는 낯선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방식 자체를 들어본 적도 경험해본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데모 수급은 제작자가 허용한 범위 내의 일부 작곡가들과 그 작곡가의 지인들만 데모 수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작자 입장에서도 이 곡을 잘 쓰지도 못할 사람에게 곡을 받을 필요는 없으니깐요. 

  이런 방식을 헤쳐나가기 위해 신인 작곡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마땅한 방법은 없습니다. 지인을 통해 작곡에 참여하거나, 유명해져서 누군가가 본인을 찾아오게 해야겠죠. 혹은 오펜뮤직 같은 신인 작곡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작곡가로서 등단하는 것도 좋은 방식입니다. 


2. 의뢰방식이 아닌 공모 방식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많은 제작사에서 요구하는 방식은 사실 1:1 의뢰 방식이 아닌 1대 다수의 공모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규모가 작은 음반(음원)의 경우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고 의뢰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이름 있는 아이돌의 8곡의 앨범을 제작한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는 8명의 작곡가에게 8개의 곡을 받는 것이 아닌 다수의 작곡가에게 많게는 100곡, 1,000곡, 2,000곡 등을 받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음원의 퀄리티는 점점 상향 평준화되어가고, 이를 따내고자 하는 작곡가들은 넘쳐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굳이 한 명, 한 팀에게만 곡을 맡기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회사에서는 완성된 곡의 퀄리티 만큼의 수많은 곡을 들어보고 최종 곡을 결정하게됩니다.  

  이때 발생하는 문제점은 최종으로 선택된(픽스된) 곡의 작곡가가 아닌 다른 작곡가의 곡은 대부분 버려지거나 기약을 할 수 없는 나중에 쓰이게 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픽스가 되지 않은 나머지 작곡가들은 데모를 통해 얻는 수익이 0원이라는 겁니다.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위 말하는 데모를 '뚫기' 위해 다른 곳에서 돈을 벌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데모가 픽스되는 것을 바라면서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데모를 만들면서 스스로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매번 경험하며 끈기를 갖고 작업을 해나가야 합니다 


한 곡만 걸려라


  개인적으로는 이런 공모방식이 어느 정도는 의뢰방식으로 바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모방식은 회사에게 편하고 좋을 수 있지만, 작곡가들의 지속적인 성장이나 음악적 도전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좋은 음원의 수준, 작곡가와의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한 곡만 걸려라' 식의 제비뽑기 방식이 아닌 회사에서 명확하게 음악적인 기획안을 갖고 작곡가들과 소통해서 앨범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을 해나갈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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