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해라

by 행당동 살쾡이


태어난 순간부터

선택하지 못한 것들 속에 던져진다.

부모를 선택하지 못했고, 자라날 환경을 고르지 못했다.

말을 배우기도 전에 세상은 선을 긋고, 질서를 강요했다.

부모는 피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마음은 늘 먼 타인 같았다.

그들은 나를 사랑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들의 방식이 싫었다.



그래도 감사해라.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을 만큼 내 안에 분노가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 분노가 나를 움직이는 힘이 되어주는 것에 감사해라.

사랑받지 못한 기억은 슬프지만,

그 기억이 너를 더욱 단단히 만든다면

그것 또한 너의 밑거름이다.




감사는 꽃이 아니다.

가시덤불 사이를 뚫고 나오는 땀 냄새 나는 풀잎이다.

먹고살기 바쁜 하루 속에서, 숨 막히는 인간관계 속에서

억지로 짜내야 하는 그 '고맙다'는 말은 고통이다.

하지만 감사는 약이 된다.

쓴 약은 입에 쓰지만 몸에는 이롭다.

불만이 커질수록, 세상을 탓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감사를 떠올려라.



비틀거리는 이 삶을 간신히 버티게 해주는,

겨우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밧줄이 될 것이다.

불편한 인간들과 마주 앉아, 어색한 웃음을 지어야 하는 날들.

그 안에서 한 줌의 감사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 사람들과의 관계는 조금 덜 지옥 같을 것이다.







감사가 성장시킨다.

네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뎠는지 아무도 모른다.

세상은 남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심지어 가까운 이조차도 네 상처를 부정하려 든다.

그럴수록 감사해라.

너의 상처를 알아주는 이가 없기에, 너 스스로를 알아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누군가를 원망하며 밤을 새는 대신,

그 원망 속에서도 하나쯤은 배운 것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라.



고통은 교사다.

네가 진짜 너 자신이 되기까지, 고통은 쉼 없이 가르친다.

그러니 감사해라.

고통에도, 외로움에도, 방황에도.

그 모든 것들이 너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너를 일으켜 세우는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감사가 구원할 것이다.

구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다.

세상은 냉정하고, 신은 침묵한다.

그러나 네 마음이 변화하면,

세상도 다르게 보인다.

감사는 맨발로 걷는 길 위에 피는 풀꽃이다.


대단한 게 아니다.

오늘 아침 따뜻한 커피 한 잔,

햇살이 스며드는 창,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이는 친구의 손길.

그 사소한 것들이 너를 구원한다.



그리고 언젠가 너도 누군가에게 그런 감사의 이유가 될 것이다.

누군가의 괴로운 하루 속에, 작은 위로로 스며들 것이다.

그 날을 위해 오늘,



감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