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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May 12. 2019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네

with 영화 <논-픽션>


다음 메인 + 브런치 인기글 감사합니다 >.<

뭐든 다 빨리 흘러가는 기분이 들었다. 바로 오늘 나와 웃으며 이야기 나눴던 사람이 내일 적이 되기도 하고, 생판 모르던 사람이 나타나 금세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한다. 듣보 가수의 노래가 순식간에 음원사이트를 점령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담지 않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 하나로 음원차트 1위에 오르기도 한다. 눈을 뜨고 일어나면 새로운 뉴스들이 내 눈 앞을 지나가고, 내일이 되면 더 자극적인 이슈들이 검색어들이 상위 랭킹 한다. 사람도 사랑도, 노래도, 사회 이슈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들. 그리고 내가 잡지 못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이런 나에게, 영화 <논-픽션>이 물음표를 던졌다.




크리스타 테렛의 깊은 눈.빛- / 영화  논-픽션


스쳐 지나가는 것들 속에서, 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렇게 시시각각 내 머리칼을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 걸까. 솔직히 말하자면, 어느 정도 변해가는 것들에 타협을 하고 사는 것 같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종이에 적힌 글들과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들,  머리를 거치지 않고 가슴속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진심을 담아 속으로 꾹꾹 눌러쓴 손 글씨를 좋아한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라면 아마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도 일기장에 쓰거나 편지를 썼겠지. 하지만 내 글이 나라는 사람을 모르는 그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이런 생각을 갖기를 바랐다. '아, 이런 사람도 사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이런 마음을 1초라도 갖는다면, 난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난 일기장이 아닌,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선택했다.


영화 속 디지털 마케터 로르는 말한다. "끌려가지 말고, 원하는 변화를 선택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련된 대화 / 영화 논-픽션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온전히 나만의 것인지.

내 경험들과 생각들을 온라인에 태울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다. 과연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은 누구의 것일까? 온전히 혼자 겪은 경험들이라면 나만의 것이겠만, 대부분의 글들은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일 때였다. 혼자가 아닐 때 난 나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기 때문에.


영화 속 소설가(레오나르)가 '독자와의 대화'시간에 나눴던 이야기가 나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독자는 레오나르에게 말한다. "당신이 쓴 그 경험들은, 상대의 치부를 드러냈습니다." 덧붙여 그의 불륜 대상이었던, 셀레나가 말한다. "우리 얘기 책에 쓰지 마."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어서 다행이야. 고마워요. 레오나르. / 영화 논-픽션

소설가인 그는 모든 픽션은 자전적이라고 대답한다. 하물며, 일기장에 가까운 내 글들은 백 프로.. 그때 느낀 내 감정들을 바탕으로 적은 글이고(브런치 무비패스 덕에 시사회 초청은 계속 받지만, 궁금하지 않은 영화라면 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느끼는 게 없으면 써야 할 말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에.), 또 그래서 완벽히 내 주관적인 생각이 녹아들어 간 글이다.  내가 쓴 글들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공감이 될 수도, 또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이중적인 모습들에 지금 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난 이 장면에서 뜨끔하기도, 또 위로를 받기도 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네. 하면서.




실제로 친구와 영화를 보고 난 뒤, 우린 이 영화가 주는 물음표들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를 나눴다. 나와 내 친구는 어쨌든 글과 연관이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이야기와 영화를 좋아하고, 무엇보다 어떤 주제에 얽힌 생각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바람에 흩날리고 스쳐 지나가는 영화가 아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던 것 같다. '이야기할 거리, 생각거리'를 무진장 많이 던져줬던. 하지만, 아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번-아웃 상태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생각할 여유가 있을 때, 맘 껏 즐기길!


뜬금없지만, 영화 사진에서 느껴지는 질감 좋다. / 영화 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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