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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웬디금 Jun 28. 2018

찰나, 그 결정의 순간을 말하다

81세 소피 할머니의 질문

끼익-


쾅.


차가 멈췄다.

아주 새파란 색깔의 스포츠카가

내 앞에 멈췄다.


그렇게

나는 차에 치여버렸다.


차는 멈춘다고 멈췄지만 사실 내 몸은 이미 공중에서의 찰나를 보냈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지만 앞으로 많은 변화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껏 내 팔십 평생 정말 조심히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누군간 예상하던 일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특히 내 자식들은 말이다. 나이 들어 밖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늘 주의를 줬지만, 따르기 쉽지 않았다. 아직 난 내가 젊다고 느껴서 그랬던걸까? 사람들은 모르는 나만의 마음 속, 몸 속, 뼛 속, 가득한 젊음의 에너지를 느껴왔다.


주변에서 어딜가던 보내오는 늙은이에 대한 안타까운 공경이 불편할 땐, 나만 아는 이 비밀을 곱씹으며 참을 수 있었다. 내 안에 들끓는 이 달달한 젊음을 느끼며 말이다.


'난 너희가 생각하는 만큼 어리지 않지만, 또 그만큼 늙지도 않았다구..'


차에 치이는 지금 이 순간,

많은 생각들이,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인생의 마지막일 것 같은 지금 이 찰나에- 내 인생 수많던 찰나들이 순식간에 눈 앞에 아른거렸다. 10초가 10년, 아니 80년 같았다.


아 내가 이렇게 살았구나, 내게도 이렇게 아픈 순간 기쁜 순간들이 있었구나. 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매 순간의 찰나가 모여 몇 시간, 반나절, 곧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 유치원생도 아는 아주 지극한 팩트지만 그 팩트 속에서 자신을 온전히 녹여 찰나를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 드는 생각은 그렇다.

지금부터라도 내 눈 앞에 아른거리는 나의 찰나의 이야기를 풀어보자. 내 팔순의 삶 중에 가장 아프고 아련하고 아름다웠던 찰나들을. 당신도 어디선가 또 다른 모습으로 함께였을 그 찰나의 이야기를 말이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또 기억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나의 그 찰나에
당신의 찰나는 어땠는지..


좋고 나쁘고에 대한 평가나 판단이 아닌, 온전히 그 때 당신의 찰나를 떠올려보기를.


By Sofie


All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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