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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락 Apr 15. 2023

우리 상냥하게 살아볼래요?

냉소하기보단 사려깊게, 상냥하고 단단하게.


삼십대 후반에 접어들며,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를 키워나가며 내 삶에 스며든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다정>과 <온기>였다. 뾰족함과 냉랭함으로 어떻게든 나를 방어하고 보호하려 했던 십대 이십대 시기를 지나, 이제는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따스한 온기를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 나는 따스한 사람인가?

- 나는 나에게 따스한 사람인가?

- 나는 우리 가족에게 따스한 사람인가?

- 나는 내 사람들에게 따스한 존재인가?



나란 사람의 정체성에 색과 온도를 부여한다면 어떤 색을 입히고 어떤 온도를 맞춰줄 건지, 그 점이 언제부턴가 내게 퍽 중요한 숙제가 됐다.






사실, 상냥한 태도를 갖춘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요한다.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하고, 물건을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주위 사람이 다치거나 상처 입지 않게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지니려면 자신의 에너지가 안팎으로 밀도 있게 퍼져나가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장 쉬운 건 냉소적인거다. 세상만사 달관한듯 시선을 내리깐 채 시니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네 살 아이가 추파춥스를 까먹는 것만큼이나 쉽고 간단하다. 너무나 간단해서 냉소인간은 영원히 네 살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봤자 안 될 건데'라는 비스듬한 생각은 아직 닿은 적 없는 가능성을 차단시키고 깊어진 적 없는 관계를 단절시키고 스스로를 같은 자리에 맴돌게 만든다.






냉소보다는 상냥함을 삶의 테마로 잡고 나아가다 보니, 감사하게도 우리 주변에 상냥한 이웃과 친구가 늘어났다. 대단한 변화는 아니다. 가족중 누군가 아플 때 안부를 묻고 건강을 회복하길 함께 기원해주고, 산책길에 마주치면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바닥에 철푸덕 넘어지면 달려가 일으켜 세워주고. 이렇게 소소한 일상으로 마음을 채워가는 중이다.



아이가 어제 오늘 다르게 성장해나가는 것처럼, 나 역시 아이와 더불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상냥한 어른이 된다는 건 굉장한 거구나 -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결국 우리가 만나고 싶고 지향하는 상냥한 어른들 곁으로 우릴 데려다 주는구나, 자주 느낀다.




좋은 사람 곁엔 좋은 사람이 모인다




나에게 상냥하고, 타인에게 상냥함을 다한 다음엔 언제나 단단한 마음이 열매처럼 자라났다. 주변의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얼마나 단단한 자기다움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금세 알 수 있다.


상냥함은 결국 삶의 무기가 된다. 이번 봄, 상냥하게 살아볼 용기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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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이미지 출처 ⓒ 음율(UmYul) - 상냥함의 용기 / 2022 CREPE SOUND.


봄날 몽글거리는 마음과 설렘을 느껴보고 싶다면 ♪


https://youtu.be/fs6Oy6ggM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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