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의 첫 번째 팬이 되어준 사람
"자기가 얼마나 글을 잘 쓰는데! 나는 믿어요"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글이, 어느 유명 작가의 문장력이, 그들의 섬세한 단어선택 하나하나가 다 너무나 유려하고 반짝거려서 질투가 난다고 풀 죽어 있을 때면 언제나 남편은 그만의 방식으로 나를 응원해주었다. 세상엔 나보다 글을 읽히기 쉽고 재미있게 잘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내가 과연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마음에 점 하나라도 찍을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내가 갖지 못한 것, 내가 남들보다 부족한 점에 먼저 눈을 크게 뜨는 편이었고, 신랑은 좀처럼 '남들의 기준'이나 '남들이 가진 것'에는 눈길을 주지 않으며 온전히 자신에게 먼저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몇 번이고 열등감에 휩싸여 의기소침해 있을 때면 신랑은 너무 다정하지는 않되, 하지만 듣는 내가 저절로 무거운 기분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힘나게 하는 응원의 말을 곧잘 들려주었다.
"진짜로 여봉이의 글은 감성적인 것 같아요. 차분하고 뭐랄까 수면 아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지 않을까? 너무 멋들어진 것만 생각하다보면 자기만의 중심이 흔들릴지도! 즉 여봉이가 하고픈 걸 해도 괜찮다는 거지!"
그는 늘 그렇게 내 글 속에 담긴 나만의 색과 분위기에 한결같이 좋아요를 표현해주었다.
2018년 즈음이었을 거다. 두어 번 브런치 작가의 문을 두드렸던 나는 보기 좋게 연달아 탈락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는 해마다 고민만 했다. 해가 갈수록 망설임은 커져갔다. 한번도 통과하지 못한 저 브런치의 문을, 나는 과연 내 힘으로 열 수 있을까? 아마, 이번에도 안될 거야. 지레짐작하며 일부러 브런치 페이지를 피해다니기도 했다. 갖지 못할 열매를 바라만 보는 것은 너무 먹먹한 일이었기에.
그렇게 부러 멀리 돌아가기도 했었는데, 이윽고 나는 이곳으로 돌아왔다. 글을, 그러니까 나만의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은 덕분이다.
“당신의 글엔 당신만의 온기가 느껴져. 그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의 가치예요. 내가 응원할게요.”
몇 번이나 나를 다독여준 말. 남들이 가진 재능을 좇기보단,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계속해서 써달라는 그 소중한 말. 그렇게 내 글의 첫 번째 팬이 되어준 남편 덕분에 나는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유난히 오래 걸렸지만, 영원히 멈춰 있지는 않을 마음들이 이렇게 브런치 위에서 활자가 된다.
글을 쓰기로 했다.
나만의 온기를 담아, 읽는이의 마음에 온기를 남길 수 있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