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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안의 스투키 Jul 01. 2018

남극의 아홉시는 없다.(5)

남극 연구는 하늘에 달렸다.

 “빙하다!”


 거칠게 질주하는 아라온호가 남극에 가까워 질 수록

 바다는 잔잔해지고, 갑판으로 나서면 오묘하고 신기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눈앞에 아파트만한 빙하가 떠다니는 신기한 경험. photo by 김연태(kopri)


 점점 기온이 낮아져 방에서도 긴팔을 입지않으면 안될 정도가 되고

 갑판 밖으로 나가면 얼음 알갱이들이 얼굴에 부딪쳐 바라클라바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되자

 점점 우리가 상상하는 남극. 그것의 모습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남극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빙하들이 남극해를 유영하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남극 풍광이 시작이다. photo by 김연태(kopri)


 남극에 가까워 질수록 극지연구소 직원들과 아라온호의 선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가는동안 해수 채취도 해야하고, 남극의 생태계도 연구를 위한 샘플 채취도 해야하고, 남극의 지질 연구를 위해 롱코어라는 고된 작업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작업에는 밤, 낮이 없다.

 취재하는 우리도 밤, 낮이 없다..

 

눈이오는 밤에도, 엄청 추운 낮에도, 망망대해 위에서 연구를 위한 작업은 계속된다.


 특히 롱코어 작업은 남극 연구항해의 작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고된 작업이다.

 30미터에 달하는 기둥을 무거운 추와 함께 바닷속으로 자유낙하 시켜서 남극해 바닥부터 지하 30m 의 표층까지 토양 샘플을 채취하는데, 파도가 심하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할 수 없다.

 그리고 롱코어 장비는 결합하는데 배의 난간에서 작업해야 해 매우 위험하다.

 

 연구원들도, 갑판원 들도 롱코어 작업 시간에는 거의 쉴틈이 없다. 게다가 한번 결합하면 해체하는 것도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말 날씨의 운이 따르지 않으면 작업을 할 수 없다.


특히 밤에 하는 롱코어 작업은 위험천만한 작업, 이날 우리의 취재시간만 10시간이 훌쩍 넘겼다.

 

 저녁을 먹고 나서 바다가 슬 잠잠해 지자 롱코어 작업이 시작되었다.

 날이 좋아졌을 때를 놓치지 않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원들과 갑판원들이 서두른다.

 저녁 6시 부터 시작된 작업이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유빙 옆에 아라온호가 정박되고 연구원들이 유빙위에서 얼음을 채취하는 아이스 코어 작업

 

 고된 롱코어 작업이 끝나고 몇일 지나지 않아 이번엔 아이스코어 작업이다.

 아라온호가 커다란 유빙에 붙어서 정박한 후 안전요원이 크랙이 간 곳이 없는지 확인한 후 연구원들이 내려서 아이스코어란 말대로 얼음을 판다.

 너무 두꺼워도 안되고, 얇아도 안되기 때문에 두께 4m 정도의 얼음을 찾아 시료를 채취한다.

 4m 여남은 두께이기 때문에 언제든 쪼개질 수 있다.

 쪼개진 틈에 빠지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안전요원이 먼저 내려 안전한지 확인한 후 연구원들이 장비를 가지고 유빙에 하나 둘씩 발을 딛는다.


 우리도 취재장비를 들고 내린다. 정말 오랜만에 밟는 땅(?)이다.

 유빙에 내려서 헬리캠을 띄우니 정말 환상적인 장면이 카메라 앵글에 들어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 무수히 떠 있는 얼음들, 그 한가운데 떠 있는 붉은 아라온호와 그 얼음위에 있는 까만 점들..

  

얼음을 채취하기 위해 작업 중인 연구원들과 헬리캠을 띄우는 나

 아이스코어 작업 또한 롱코어와 마찬가지로 하늘이 허락해야 할 수 있는 작업이다.

 그리고 우리의 헬리캠 촬영도!

 헬리캠을 띄우는데 자꾸 헬리캠이 기운다..


 '엇 헬리캠이 왜 저러지? 바람도 많이 불지 않는데."


  바닥이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아라온호가 유빙에 밀착하기 위해 옆에서 계속 밀고 있기 때문에 바닥이 계속 움직여 마치 헬리캠이 옆으로 기운것 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엄청난 얼음판이 바다에 둥둥떠서 움직이이는데, 그 느낌이 색다르다.

 유빙 위에 올라 선 것은 촬영기자로서도 정말 몇 안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아이스코어 작업까지 취재를 마치고 나니 이제 남은 것은 '라센빙붕' 뿐이다.

  

 라센빙붕은 작년에 남극연구 강국인 영국에서도 연구를 위해 쇄빙선을 끌고 시도를 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실패했다. 그 영국도 실패한 라센빙붕에 우리가 간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라센빙붕까지 쇄빙선이 최대한 가깝게 진입을 해도 헬기로 200km정도를 날아가야하는데.. 지금 항공기가 연료를 가득 채워도 200km를 왕복하는 것은 어려울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항공기 연로를 드럼에 채워서 싣고 출발해야 가능할거 같아요. 그런데 저희 지금 연료를 채울 드럼이 없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음.. 빌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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