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약 3년 전에 저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약간의 수정만 거친 것입니다. 브런치에서 작가신청을 하려면 글을 하나 우선 쓰라고 해서, 이 새벽시간에 당장 떠오르는 글감이 없네요. 부득이 하게 지난 글을 게재합니다.
이 글은 "EU존의 미래에 대한 간단한 분석"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EU존에서 있었던 변화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착실히 준비하고 수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외에는 큰 변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1년전에 제가 지적했던 EU존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됩니다.
브렉시트 등 EU존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영국은 유럽대륙에서 떨어져 있는 섬나라라는 지정학적 특성이 자국의 역사를 형성해 나가는데 큰 영향을 끼쳤으며, 결과적으로 유럽 대륙과는 다른 문화와 법률체계 등을 구축하게 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유로화가 아닌 자국의 화폐인 파운드화 사용은 유로존의 경제적 압력을 완화하고, 자국의 주요한 산업이 된 금융업을 보호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다. 하지만, 반대 급부로 EU지역의 금융정책에 영국의 입김을 불어넣는데는 큰 장벽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와 경제적인 차별성, 거기에 EU의 주도권이 사실상 독일과 프랑스로 넘어간 점은 영국이 EU 탈퇴의 주요한 명분이 되었다. 6월에 EU 탈퇴에 대한 국민 투표가 실시될 예정인데, 설사 부결된다고 하더라도, 영국이 EU에 오래 남아 있을지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번에 EU측 (정확히는 독일과 프랑스)가 브렉시트를 막으려고, 상당히 좋은 조건을 영국에 제시를 했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얼마나 오래 유지될 것인지도 의문이고, 독일과 프랑스가 EU 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넘겨줄 것 같지도 않다. 특히, 독일은 EU와 유로존 설립 이후, 많은 인구와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장 이익을 많이 보고 있는 국가인데, 자국에 이익에 한 하는 행위를 할리 만무하다. 독일이 유로존 유지하려고 그리스, 키프로스 등에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기는 했지만, 그 이면에 깔린 전제는 유로존 유지가 독일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국가간의 협상에서 호혜적인 입장에서 그냥 줬을리 만무하다.
핀란드도 유로존을 탈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었다. 핀란드가 EU 회원국이면서 유로를 쓰는 이유는 핀란드의 역사를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핀란드는 스웨덴과 러시아의 틈에 끼여서, 두 국가의 식민지로 지낸 시기도 상당히 많으며, 20세기에도 1939년 소련과 겨울전쟁을 치르는 등 구 공산권의 압력을 최전선에서 받아온 국가이다. 공산권 붕괴로 압력이 잠시 사라지는 듯 보였지만, 각종 천연자원개발을 바탕으로 경제력을 회복한 러시아의 대외적 입김은 핀란드를 압박하기에 충분하였고, EU에 밀착하여 군사적, 경제적인 보호효과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러한 까닭에 비회원국인 노르웨이, 같은 EU회원국이지만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스웨덴과 덴마크와는 다르게 유로존에 편입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은 상당히 수동적인 입장에서 러시아를 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과 프랑스는 군비를 감축하는 중이어서, 러시아의 개입에 군사적인 대응을 하기가 어려운 입장이었다. 이를 대신하여, 우크라이나와 같은 동유럽국가인 폴란드가 큰소리를 내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경제적으로는 노키아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주요 국가 산업인 제지 산업도 불황에 접어들면서, 유로존에 대한 회의가 커져버린 상황이다. 현재, 핀란드 정부는 유로존을 지지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갈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현재의 EU의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EU본부가 있는 벨기에의 정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벨기에는 1963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왈로니아 (Wallonia) 지역인들의 주장을 받아 들여서,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 사용권을 나누는 언어 경계선을 설치하게 된다.
이 이후, 전국단위의 전국 정당, 방송국, 언론은 사라지고, 언어권에 기반한 연방정부 형태를 띄게 된다. 이러한 벨기에만의 독특한 시스템은 두 개 이상의 공용어를 사용하는 스위스나 룩셈부르크 등에서는 없으며, 이로 인하여, 벨기에는 사실상 연방국가라고 보기 보다는 지역연합체라고 보는게 더 적합하다. 따라서, 벨기에 정치시스템은 현재의 EU와 매우 유사한 형태라고도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벨기에도 현재 지역 분리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경제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으며 네덜란드어 사용권인 플란더스 (Flanders) 지역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이 제 1정당이라, 분리독립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플란더스와 왈로니아 지역의 갈등의 진행과 해결이 EU가 현재 당면한 문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된다. 개인적인 시각에서는 벨기에의 미래가 EU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림1. 벨기에 언어경계선 (출처: http://ivoea3211.egloos.com/5262539)
이 브런치에서 무슨 글을 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페이스북처럼 제 전공인 환경과 IC기술부터 4년 넘게 체류한 독일과 유럽이야기, 제 취미이기도 한 게임과 역사 이야기, 사회비판 등등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