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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열 Jul 31. 2021

창업의 어려움

망한 창업기업 대표의 운명과 이들을 이용하지 못하는 한국사회

나는 업무상 많은 스타트업의 대표와 변리사들과 명함을 주고 받으며, 그 명함관리를 위해서 리멤버를 즐겨 쓴다. 리멤버에서 내가 처음 부산에 내려와서 컨설팅을 진행한 업체의 대표의 이력이 변경되었음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 대표는 더 이상 2019년 봄날 만났을 당시의 그 기업을 더 이상 운영하고 있지 않았고 다른 기업의 직원이 되어 있었다.


나도 2년넘는 기간동안 1인 기업을 운영해 봤던 창업자로서 이러한 사실을 볼때 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망한 창업자의 운명은 참 얄굳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한국처럼 아직도 획일화된 길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망한 창업자는 이래 저래 피곤한 일을 겪게 마련이다. 간단하게는 자신이 운영했던 기업의 경력을 증빙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러한 경력을 그닥 좋은 걸로 취급하지 않는 사회의 시선 등 열거하자면 너무 많다. 반면, 미국과 같은 곳은 창업실패에 대해서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한국과 완전히 다르며, 중국보다도 창업실패에 대해서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건 사회적 인식 뿐 아니라 사회적 제도도 자체도 그렇다. 


예를 들면, 위에서 말한 창업자의 경력이다. 창업자는 초기에 기업운영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많은 수가 무급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으며, 법적으로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운영하던 기업이 어려 이유로 인해서 폐업을 하고 난 이후, 이런 저런 이유로 경력 증빙을 해야 될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 한국에서는 꽤나 빈번하게 "4대 보험가입자 증명원"을 요구한다. 당연히, 무급으로 일한 창업자에게 이런 것이 있을리도 없다. 아이러니하게 무급으로 일한 기간은 매일 15시간을 매우 치열하게 일했다고 하더라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그냥 집에서 백수로 지낸 것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창업을 장려한다고 하는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에서 더욱 심화된다. 


망한 창업자를 힘들게 하는 다른 부분은 사회의 시선이다. 사실, 스타트업들은 사업아이템이 매우 뛰어나도,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부족이나 시장 상황의 급변, 초기창업멤버간의 갈등 등 수도 없는 대내외적 이유로 사업이 좌초되고 기업이 망할 수 있다. 기업이 망한 기업의 창업자는 기업이 망한 것에 대한 일종의 원죄 같은 것이 한국사회에서는 씌워지는 느낌이 강하다. 기업을 창업했다가 망했다고 하면, 그 창업자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개 뭣도 모르고 창업했다가 망한 얼치기로 보거나, 자기 분수도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우 적지 않다. 망한 창업자가 창업과정과 기업운영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노하우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귀하게 여기는 한국인이 몇이나 될까? 창업자가 창업과정에서 겪은 경험과 노하우는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지금 잘나가는 요식업 사업가인 백종원씨도 숱한 창업실패를 겪고 현재의 성공을 거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망한 창업자의 경험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


"창업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한국 정부이지만, 실제 한국정부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이 창업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관련 정책을 진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내 창업기업의 5년 생존률은 29%로 나머지 71%는 5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다. 10개의 기업중 7개는 문을 닫는다는 소리이며, 10명은 창업자중 7명은 사업실패를 겪는다는 말이다. 이 망한 창업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개선과 그들의 경험을 활용하기 위한 진정한 정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 현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도 그러한 정책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게, 한국의 창업지원사업의 치명적인 치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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